실화가 주는 감동과 그로 인한 한계

 

 

 

 

산을 좋아하는 나 이기에 더욱 기대가 컸던 영화

온가족이 먼저 보고와서 그토록 칭찬을 하던 영화

같이 상영했던 2천억원 제작비의 스타워즈를 이긴 영화

 

 

히말라야를 보기전에 큰 기대를 했었다. 희말라야를 배경으로한 산악 블록버스터일거라고!!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는지도 몰랐었고, 그것도 오래전 TV에서 방영한 감동다큐멘터리 <아! 에베레스트>의 휴먼원정대를 소재로한 영화였다는것도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 가족들은 TV로 방송된 휴먼원정대를 보지 못했던것 같다. TV속 실제 원정대의 모습과  박무택 대원의 얼어붙은 시신을 발견하고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엄홍길 대장의 우는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영화 초반에 마치 다큐처럼 엄대장의 실명이 등장하고 이내 박무택 대원이 등장하자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휴먼원정대는 아니겠지... 그리나 역시나 처럼 예상했던대로 영화의 후반부는 휴먼원정대 스토리로 이어졌다. 

 

 

다큐가 아닌 그냥 픽션 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영화를 보는내내 맴돌았다.

이미 휴먼원정대 방송을 통해서 박무택대장의 비극적 결말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알고 있는 상태이다 보니 긴장감이나 재미가 반감될수 밖에 없는 상황 이었다. TV다큐를 감명깊게 시청한 나로서는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영화 초반의 엄홍길과 박무택이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봤는데, 등반입단 테스트등은 대부분 영화를 위한 픽션 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2004년 계명대학교의 개교 50주년 기념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박무택이 원정대장으로 백준호가 부대장으로 참여하면서 발생한 사고와 이들의 시신을 찾으러 에베레스트로 떠났던 엄홍길 대장의 휴먼원정대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그렇기에 다들 비극적인 결말과 감동을 영화 초반부터 알고 보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영화가 실화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큐를 배경으로 했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실명을 사용해야만 했기에, 영화는 극적효과를 위한 소소한 부분 이외에는 굵은 흐름은 실제 사건으로 내용을 전개해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감동적인 스토리지만 너무 뻔한 영화가 되버린것 이다. 거기에 더해진 감동을 자아내려한 진부한 신파... 기대가 컸던 것일까? 100억 이나 들인 영화 치고는 많이 허전했다. TV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휴먼원정대를 보지 않았더라면 좀 나았을지도...

 

 

100억이 넘게 들여서 영화를 만들바에야 애초부터 픽션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도 든다.

그러면 영화를 만드는데 스토리나 결말이 좀 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예전에 보았던 일본영화 산-가쿠를 떠올리게 하는 긴장감 있는 장면.

 

 

평범한 실수로라도 일단 한번 미끄러지게 되면 제동이 되지 않는 가파른 산길. 가쿠 에서도 그렇게 미끄러지다가 크레바스로 떨어지게 되고, 이 영화에서도 실수로 크레바스로 떨어진 후배를 끌어올리다가 박무택 대원의 고글이 벗어지면서 설맹이 되버리는 설정으로 나온다. (실제는 정상에 올라 태극기와 학교깃발등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면서 고글을 벗었다고 한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

 

 

죽음을 무릅쓰고 조난당한 박무택을 찾아간 백준호가 (영화:박정복) 동상이 심해 죽기직전의 절친 후배 박무택과 함께 히말라야를 내려다 보는 장면이다.

 

 

후배를 살리기 위해 장민대원을 먼저 하산시키고 8750m의 고지대에 악천후속에 설맹에 걸려 혼자 비박을 하고 있는 박무택 대장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악천후속에 다들 외면한다. 이때 절친선배 백준호가 악천후속에 죽음을 무릅쓰고 박무택을 찾아 11시간에 걸친 사투끝에 간신히 박무택을 만나 베이스캠프와 무전으로 주고받은 마지막 말은 이랬다. <무택이가 밤새 무산소에 노출돼 손과 코에 동상이 심합니다. 나도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구조가 어렵습니다.>

 

 

백준호 대원의 포스터 사진을 타이틀로 올린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제를 나는 휴먼원정대가 아닌, 후배를 살리기위해 내려보내고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박무택과, 죽을줄 알면서도 후배를 구하기 위해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올라간 산사나이 백준호의 의리와 우정 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무택 대원의 조난 지점에서 함께한 두 친구와, 둘이서 최후를 앞두고 함께 바라본 히말라야의 조망

 

 

절벽처럼 가파른 8750 고지에서 죽음 직전에 바라본 히말라야는 무슨 느낌이었을까?...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결국 박무택 대장의 죽음을 확인하고 내려서던 백준호 부대장도 실종이 되고 만다. 휴먼원정대는 박무택 대장의 시신만 발견하여 하산시키려 하였으나 얼어붙은 무게가 너무 엄청나서 결국 아침햇살이 가장먼저 비춰들고, 티벳고원이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돌무덤을 만들어주고 하산을 한다. 그토록 좋아하던 히말라야와 초모랑마의 신이 된것이다.

백준호 부대장과 장민 대원의 시신은 이후 중국 등반대에 의해 8450m 지점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영화 가쿠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산에서 버리면 안되는것

그건 바로, 쓰레기

그리고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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