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제를 앞두고 2년전 화창했던 장안산이 떠올랐다. 동네산악회니 만큼 인근 주변산에서 지내도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한달에 겨우 한번 산행을 하고 있는 우리들산악회의 정기산행을 겸하고 있느니 만큼 산행지

선정에 신중을 기울였다. 가능하면 시산제 장소로도 의미가 있고, 산행지로도 빼어난 곳을 찾다보니, 전에

무룡고개 지나 등로를 약간 벗어나 있는 장안산 초입의 정자가 시산제를 지내고 무거운 음식들을 다시

버스에 되돌려 놓고 산행을 하기에 적합할것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잊혀지지 않는 장안산에서의 눈부신

조망이 그리워졌다. 930m 무룡고개에서 출발하느니 만큼 산행코스 또한 수월할 것이라 여겨졌는데...

 

 

 

 

 

 

장안터널 지나서 하차 (9시21분)

 

 

하필이면 산행 전날 밤 부터 눈이 내린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버스가 장안터널을 지나니

무룡고개로 이어지는 길이 지난밤에서 아침까지 내린눈으로 완전이 빙판이다. 이런길을 지나 무룡고개로

가는길은 구비구비 가파른길, 도저히 버스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이 근방을 잘 알고 있는 기사님이

우리에게 도로 상황을 설명하시고, 우리는 어쩔수 없이 하차를 결정하게 된다. 이제 무룡고개 위에 있는

정자에서 시산제를 지내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야만 한다. 한 이틀전에나 눈이 내렸다면 좋았을텐데..

 

 

 

 

 

 

 

 

 마침 길 근처 야산에 시산제를 지낼만한 장소를 확인하고 정성스레 제를 올린다.

이 제사를 위해 전날에 회장님 부부와 감사님과 도마시장에서 장을 보고 축문을 준비했다.

올 한해 다들 안전산행 하시고 산제에 참여한 모든님들의 가정이 행복과, 소원성취 하시기를..

 

 

 

 

 

 

 

 

산행시작 (10시5분)

 

 

30여분간 시산제를 지내고 나니, 이제 무룡고개 까지 계획에 없던 3.5km 구간을 추가해야만 한다.

300미터 가량 고도를 높혀가는 길인데 차도를 따라 가는 길이라 힘이 들지는 않다.

이때 창원에서 온 버스가 우리 옆을 휙 지나 가는데, 이곳은 차 돌릴곳도 없고 분명히

달려간 만큼 미끄러운 길을 장안터널앞 대곡교차로 까지 후진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역시 그 차는 얼마 못가서 더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산객들을 하차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30여분 올라가는데 가파른 커브길에 미끄러진 서울 버스가 뒤꽁무니를 도로 난간에 박은채로 간신히

멈춰서 있다. 눈때문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다행인것은 여기에서 위로 갈수록 길이 더 가팔라지고

굽이져서 대형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인데 그걸 피했다는 것이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더 추워 지고

눈이 내린다는데 이 차는 어찌하나 걱정을 했는데 돌아오는길에 휴게소에서 이 차를 볼 수가 있었다.

장수군에서 먼저 제설을 하고 대형 렉카차를 이용해서 내려올수 있었다고 한다.

 

 

 

 

 

 

 

 

 

 

 

 

 

 

 

 

 눈으로 인해 일정이 길어졌지만 새하얀 눈길에 다들 즐겁기만 하다.

 

 

 

 

 

 

 

 

 멀리 보이는, 우리가 시산제를 지내려고 했던 정자를 당겨본다.

 

 

 

 

 

 

 

 

벽계쉼터 (11시11분)

 

 올라 오는데 한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무룡고개 주차장은 인터넷 검색이 되지 않고 이곳 벽계쉼터 포장마차가 검색이 된다.

 

 

 

 

 

 

 

 

 무룡고개를 올라서며

 

 

무룡고개 유래

 

무룡(舞龍)은 '용이 춤을 춘다'는 뜻이다.

산세가 마치 용이 꿈틀꿈틀 살아서 무룡고개에서 장안산으로 올라가는 형상이라고 한다.

 

 

 

 

 

 

 

 

무룡고개 건너편 영취산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그 뒤로 우뚝 서있어야할 남덕유는 마음으로만 봐야한다.

 

 

함양 영취산은 바로 옆에 있는 백운산과 마찬가지로 같은 이름을 쓰는 전국의 영취산 가운데 해발 고도가

가장 높다. 산 동쪽으로는 부전계곡 이라는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있어 여름철 계곡산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얼핏 보면 밋밋해 보이는 저 영취산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백운산에서 남덕유로 뻗어가는 백두대간에서

호남지역과 금강 남쪽 충청 남부지역 산줄기의 근간인 금남호남정맥이 뻗어나가는데 바로 그 분기점이 저

영취산 이기 때문 이다. 그래서 정맥을 하는 분들은 우리처럼 바로 장안산으로 오르지 않고, 왕복 30분 거리의

영취산을 들려서 장안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시작한다.

 

 

 

 

 

 

 

 

 장안산 정상

 

 

 

 

 

 

 

 

영취산

 

 

 시산제를 지내려고 했던 정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조망이 좋은 곳인데 오늘 날씨가 여러가지로 참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지난번 장안산에 왔을때 보았던 화려한 조망대신

또 다른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도 화창했던 2년전 장안산

조망이 아름다웠던 그날, 오늘은 그 조망을 접어야만 한다.

대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뜻밖의 눈꽃

 

 

 

 

 

 

 

 

몇일전 한동안 20도가 넘는 이상기온으로 눈이 다 녹아버린 가운데

이번에 어설피 내린눈과 조망없는 음울한 잿빛 하늘

 

 

 

 

 

 

 

 

이른 점심 식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12시8분)

 

 

 

 

 

 

 

 

 

 

 

 

 

 

 

 

 조금씩 고도를 올려가니 아름다운 상고대가 모두의 시선을 잡아 끈다.

예정에 없던 눈길에 시간이 지체되고 조망을 포기해야 했지만

상고대와 눈꽃은 그걸 상쇄시킬만한 기쁨을 주었다.

 

 

 

 

 

 

 

 

 

 

 

 

 

 

 

 

 첫번째 전망대 에서

 

 

 

 

 

 

 

 

 

 

 

 

 

 

 

 

 첫번째 전망대에서 정상을 배경으로 선 회장님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엔 지난번 보지 못한 아름다운 상고대와 눈꽃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오늘은 조망대신 눈꽃인 것이다. 다들 조망의 미련을 버린지 오래인듯 눈꽃에 빠져있다.

 

 

 

 

 

 

 

 

 

 

 

 

 

 

 

 

 

 

 

 

 

 

 

 

우리가 정자에서 식사를 하는동안 정상에 다녀온 창원팀은 다시 되돌아 가고 있다.

 

 

 

 

 

 

 

 

지리산이 보여야 되는 풍경

 

 

왼쪽의 백운산 우측으로 지리산 능선이 보여야 하는 곳에서 조망대신 눈꽃을 보며 지나간다.

장안산과 전국의 백운산중에 가장 높은 이곳 백운산 사이의 계곡이 바로 지지 계곡이다.

 

 

지지계곡

 

전북 장수의 지지계곡은 장수의 장안산과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계류가 만나 만들어진 계곡이다. 장안산과

백운산 사이의 무룡고개를 상류로 무룡고개가 있는 곳, 우측 영취산 끝자락과 좌측 장안산 끝자락이 서로

모이는 곳이 지지계곡이고 여기서 요천은 시작되다.  해발 600미터 고지대인 지지리(知止里)는 섬진강 지류인

요천의 발원지인데, 이 계곡물은 동화호에 몸을 담궜다가 다시 남원을 지나 섬진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 오지 장수의 지지계곡이 바로 섬진강의 최상류라고 한다.

 

 

 

 

 

 

 

 

 회장님과 감사님

 

 

 

 

 

 

 

 

 다들 눈꽃에 푹 빠져서 솜길을 걷는다.

 

 

 

 

 

 

 

 

저곳 세번째 전망대가 지난번의 눈썰매장으로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역시 오늘은 적설량이 많지 않아 썰매를 탈수는 없는것 같다.

 

 

 

 

 

 

 

 

 그저 상고대가 환상적인 능선길을 걸으며 그것에 충분히 만족스럽기만 하다.

 

 

 

 

 

 

 

 

세번째 전망대

 

 

 

 

 

 

 

 

 

 

 

 

 

 

 

 

 

 

 

 

 

 

 

 

 

 

 

 

 

 

 

 

정상을 다녀온 창원팀은 상고대가 아름다운 능선길을 되돌아가 원점회귀를 하고 있다.

길이 미끄러워 버스가 범연동으로 가지 못한건데 정상에서 범연동으로 가는 길이

지루하고 별볼일 없는 길이다 보니 이처럼 원점회귀를 해도 괜찮을것 같다.

 

 

 

 

 

 

 

 

 

 

 

 

 

 

 

 

 

 

 

 

 

 

 

 

예전에 나라의 으뜸 산과 강을 각각 12개씩 선정하여 12종산과 12종강으로 불렀다. 여암 신경준 선생이

작성한 여지고 에는 삼각산, 백두산, 원산, 낭림산, 두류산, 분수령, 금강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장안산, 지리산을 12대 종산으로 기록하고 있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상고대는 절정을 이룬다. 

 

 

이곳 장안산은 백두대간 산줄기에서 뻗어내린 우리나라 남한 8대 종산 가운데 호남 종산에 속하는 명산으로

호남과 금남 정맥의 종산이자 모산 으로서, 영험한 산이어서 조상들은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천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당시 기우제 인파가 장수읍쪽으로 무려 5∼6km의 긴 행렬을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장안산 정상 (13시40분)

 

 

정상석 앞에는 모 부대 군인들이 100km 행군을 하면서 남기고간 흔적이 새겨져 있다.

저것을 메고 와서 이곳을 지나갔을 젊은이들의 땀방울 이다.

 


 

 

 

 

 

 

우리 일행은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범연동으로 향한다.

 

 

 

 

 

 

 

 

 살짝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걷는 능선길

중봉과 하봉은 지도에만 있지 그게 봉우리 인지도 표가 나지 않을 만큼의 완만한 경사다.

 

 

 

 

 

 

 

 

 흰 눈밭에 보라색이 참 곱다.

나도 지금 입고 있는 칙칙한 검은색 자켓이 낡아 버리게 되면 밝은 색을 입고 싶다.

 

 

 

 

 

 

 

 

산속 눈밭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 이란...

 

 

 

 

 

 

 

 

 당동 갈림길 까지는 그런대로 즐거운 길이다.

 

 

 

 

 

 

 

 

당동갈림길 (14시23분)

 

 

당동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은 급하게 고꾸라진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던 덕천고개 갈림길 까지가 이날따라 꽤 길게 느껴진다. 

 

 

 

 

 

 

 

 

덕천고개 갈림길 (15시)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작물 재배로 인해 출입이 금지되는 곳 이지만 겨울에는 재배하는 농작물도

없을터라 이곳에서 범연동으로 바로 하산을 하기로 한다. 그래도 혹시몰라 쉬어가는 김포팀을

지난번 906 봉우리를 넘어온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무척 힘들었다는 시실리 2km로 보내고 나서

우리팀은 왼쪽으로 바로 마을로 내려선다. 풀뿌리 하나도 절대 건들지 마라고 당부를 하고..

 

 

 

 

 

 

 

 

 등산로에 있는 빨간 가시나무를 조심하면서

계곡으로 내려서 아이젠과 신발을 씻고 길을 통해 마을로 내려선다.

 

 

 

 

 

 

 

 

 범연동 마을

 

 

 

 

 

 

 

 

 저수지옆에 세워져 있는 버스 옆에서 뒤풀이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하산지점에서 시실리 2km를 힘들게 걸어내려왔을 김포팀 선두로 생각했던

두분이 정상에서 되돌아갔던 창원팀 으로 밝혀지면서 두분과 잠시 뒤풀이 합석을 하고

그쪽 일행들과 연락을 취해 고속도로 톨게이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로 데려다 드린다.

 

 

눈으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산행 이었지만 기대밖의 눈꽃에 더욱 즐거운 산행이 되었고

장안산 기슭에서 시산제도 잘 지냈으니 올 한해 다들 무탈한 산행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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