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 대피소 박산행 공지가 올라왔는데 일기예보는 새해첫날 전국적으로 기상이 좋지 않다고 예보를 한다.

신년일출을 보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대피소에서 장작을 태우며 지내는 겨울밤은 다들 너무 좋아하는

일이라 몇년째 해왔던 구봉산 신년일출과 일몰 행사를 변경하여 이번엔 민주지산으로 방향을 정한다.

 

 

 

 

 

 

물한계곡 주차장 출발 (14시43분) 

 

 

내린눈이 녹지 않고 쌓여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물한계곡으로 가는 길은 미끄러운 눈길 이다.

2012년의 마지막날, 이날도 역시 눈길도 부드럽게 달린다는 베스트 드라이버인 속리님과 호돌이 덕분에

안전하게 산 아래 주차장에 도착을 하여 올려다 보니, 구름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잘하면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을것 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물이 차다고 하는 한천 이라는 지명과 달리 물한계곡 한자로 물한(勿閑)으로 쓴다.

‘몸을 한가히 두지 마라’ 라는 선조들의 금언 이다.

 

 

 

 

 

 

 

갈림길에서도 지난 가을에서와 같은 우측길로 들어선다.

일몰을 보게 될경우 바로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산 아래쪽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바닥에 눈은 많이 쌓였지만 나무에는 눈꽃이 없다.

하지만 천미터 고지가 넘는 산 이고 엊그제 내린 눈도 있고 하니 정상부에서 멋진 상고대를 기대해 본다.

 

 

 

 

 

 

 

휴식 (15시30분)

 

 

슬슬 몸이 덥혀지니 두터운 겉옷도 벗고, 시원한 막걸리로 원기를 충전하며 잠시 쉬어 간다.

마침 내려오시는 분들이 대피소로 두분이 내려갔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우리 일행이 여덟이니 현재 기준으로 열명이 대피소에서 1박을 하게 되는 것인데, 바닥이 아닌

침상을 기준으로 대피소 정원이 거의 꽉 찬 것이다.

 

 

 

 

 

 

 

쪽새골 본계곡 갈림길을 지나 지난 가을 올랐던 그 길로 향한다.

원래는 쪽새골 본계곡으로 오르려 했는데 왠일인지 등산로 폐쇄라는 안내가 입구 한쪽에 보이고 등로가 전혀

러셀이 안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배낭이 다들 무거운데 발자국 없는 길을 미끄러 지며 걷는것 보다는 편한

길을 택하기 위해 우측길로 간다.

 

 

 

 

 

 

 

선두에서 러셀을 하며 길을 찾고 있는 푸름님

 

  

지난 가을 올랐던 코스로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갈림길에서 갑자기 푸름님은 길이 가다 만난다며 왼쪽으로 가고

속리님은 오른쪽으로 간다. 속리님이 가는 오른쪽길이 지난 가을 올랐던 길이라 따라 가려했더니 길이 험하다며

다들 푸름님을 따라가길 권한다. 결국 다섯명은 푸름님을 따라 왼쪽으로 능선을 타고 속리님과 그루님 두명은

오른쪽으로 가을에 올랐던 능선길을 타고 오른다.

 

 

 

 

 

 

 

오서산 박산행때는 큰 배낭 메고 잘도 올라가던 밤비님이 심설 산행은 적응이 안되는지 아이젠을 차고도

계속 미끄러지며 속도를 못내신다. 

 

 

 

 

 

 

 

푸름님을 따라가고 있는 나머지 일행들

 

  

 

 

 

 

 

높은 곳의 겨우살이들이 상고대가 되어 있다.

 

 

 

 

 

 

 

험로에 선전을 하고 있는 아로미님

 

 

고도를 높혀갈수록 눈꽃이 우리를 반긴다.

아직은 눈꽃 이지만 더 높이 올라 능선에 오르면 칼바람에 멋진 상고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다들 설경에 취해 탄성을 질러대는데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길은 갈수록 가파르고 험해지며 바위를 기어 넘고 미끄러운 낭떠러지 구간을 지나 간다.

 

 

 

 

 

 

 

러셀하느라 고생하며 앞서가는 푸름님

 

 

형님 아무래도... 길을 잘못든것 같아유 ~

이 길은 약초꾼들이 다니는 길 같구만유 ~

 

앞서가며 고생하는 푸름님이 마땅한 등로가 없는 위험구간을 만나자 말을 전해온다. ^___^

온산이 눈에 덮혀 발자국 하나 없는 산에서 길을 찾아 걷다보니 갈림길을 놓친것 같다. 

 

남자들이야 박박 기어서 쌩길 이라도 치고 올라가면 된다지만 뒤 따라오는 여자분들이 걱정이 된다.

하지만 하늘은 그새 곧 눈이라도 내릴듯 칙칙한 구름으로 덮혀 있고, 우리는 일몰이 물건너 갔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덕분에 일몰시간에 쫒기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주능선을 향해 오른다.

 

 

 

 

 

 

 

구름속에서 부서진 일몰의 붉은 파편이 은은하게 온산을 덮는다.

이 와중에 편안한 길로 내뺀 속리님은 구름속에 있다가 찰라지간에 모습을 보여주고 사라진 2012년의

마지막 태양을 휴대폰에 담았노라고 대피소에서 자랑을 해댄다.

 

 

 

 

 

 

 

겨울만 되면 발목이 수난을 겪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산길이 아닌 멀쩡한 시내에서 발목을 접질르고 만다.

이번 산행을 위해 물리치료도 받고 하며 관리를 하는데 산행전날 밤에도 발목에 통증이 오니 집사람이

산행을 계속 만류한다. 그것도 무거운 박배낭 이다 보니 더욱 부담이 가기는 한다. 하지만 이미 챙겨

가야할 짐까지 할당 받은지라 발목보호대를 꽉 조여매고 집을 나섰다.

 

 

 

 

 

 

 

주능선에서 호돌님 (17시22분)

 

 

칼바람이 부는 주능선에는 예상대로 상고대가 아름답게 피어 있다.

 

 

 

 

 

 

 

 

 

 

 

 

 

 

마치 동화속 설국에 사는 하얀 순록의 뿔 같은 상고대가 아름답게 피어있는 주능선 길은 환상 그 자체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다들 겨울산에 오르는것이 아닌가...

겨울산의 감동은 이런 허접한 사진이 아닌 현장에서 봐야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수 있을 것이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먼저온 속리님과 그루님이 능선길에서 만난 쓰러진 나무를 힘들게 끌고와 페치카에 불을

붙혀 놓았고, 올라올때 소식을 접한 경기도에서 오셨다는 다른 두분의 모습도 보인다.

 

 

 

 

 

 

 

 

 

 

 

 

 

 

 

 

 

 

 

 

 

민주지산 무인대피소에서 송년의 밤을

 

 

 

 

 

 

 

길고긴 겨울밤

 

 

다들 열심히 지고 올라온 먹거리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 와중에 몇몇은 밤새 땔 나무를 하러 컴컴한 눈밭에 나갔다 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여름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계곡에 즐비 하던데 그걸 이 산꼭대기 까지 끌고 올수는 없고

주능선 주변에 쓰러진 나무들을 찾아 끌고 오는 것이다.

 

 

 

 

 

 

 

대피소 밖 창을 통해 바라본 실내 풍경

산본에서 오셨다는 분들이 예쁜 양초를 창가에 올려 놓으셨다.

 

 

 

 

 

 

 

대피소 안을 훈훈하게 덥히는 페치카에선 일행들이 해온 마른 나무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눈내리는 밤에 보는 환상의 상고대 

 

  

대피소 밖엔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있다.

까만 하늘과 흰눈이 마치 흑백사진을 보는듯 하다.

 

 

 

 

 

 

 

한 겨울밤 민주지산 무인대피소

 

 

1998년 4월1일 천리행군을 하던 특전사 부대원들이 기상악화로 인해 이곳에서 6명이나 목숨을 잃었던 곳이다.

추운 겨울밤 칼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니 참으로 더욱더 안타까운 현장이 아닐수 없다.

 

 

 

 

 

 

 

컴컴한 밤에 보는 상고대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페치카 앞으로 자리를 옮겨 앉으니 멀리 앉아 있는 나에게 까지 따뜻한 열기가 전해온다.

추울까봐 페치카에 가까이 자리를 잡은 경기도에서 오신 두분은 무척 더웠을것 같다.

아마도 이렇게 나무를 잘해오는 산꾼들이 올줄은 몰랐을 것이다. ^____^

 

 

 

 

 

 

 

블루님과 속리님

 

 

페치카에 고구마와 감자도 구워 먹고 자정을 넘어서 까지 술자리가 이어진다.

삼계절용 침낭이라 추울까봐 옷을 몽땅껴입고 핫팩을 두개나 안고 잠에 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더웠는지 내복만 입고 자고 있다. 들어보니 블루님과 호돌이가 세시경에 한번 더 나무를 해온 덕분에 다들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새벽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잠을 깨보니 구미에서온 네분이 어정쩡한 시간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며 술자리를

갖고 계신다. 나는 그래도 무뎌서 6시까지 푹 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늦게 주무신 분들이 5시경에 이분들의

떠들고 시끄러운 소리에 모두 잠을 깨어 다들 심기가 불편했다고 한다. 산본팀들도 잠을 이룰수 없는지 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자리를 정리한다.

 

 

 

 

 

 

 

신년 일출산행을 위해 이른 새벽 컴컴한 길을 돌아온 모 산악회의 선발대가 대피소에 도착을 하자 다들 서둘러

짐을 정리 한다. 그 와중에 지난밤 비닐봉지에 넣어서 창문고리에 얌전하게 걸어둔 내 아이젠과 스패츠가 사라졌다.

 

이런 심설산행 중에 장비가 없이 올라와서 남의것을 가져갈 사람이 없을테니 추측컨데 쓰레기 봉투인줄 알고

누군가 페치카 속에 던져 넣은게 아닌가 싶다. 속리님 말대로 이번 산행길에 썬그리를 하나 얻고 아이젠과

스패츠를 잃었으니 손해본건 아니지만 발목도 안좋은데 눈길을 미끄러져 내려갈 일이 무척 걱정스럽기만 하다.

 

 

 

 

 

 

 

대피소를 나와 정상을 향해 가려다가 앞서가던 속리님이 빽~을 외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데다 능선의 거센 바람이 밤새 내린눈을 날리는지라 한치 앞이 보이지 않으니 자주오는

민주지산의 정상석이 의미가 없다고 다들 돌아선다.

 

 

 

 

 

 

 

각호산 방향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아이젠이 없어 조심스러운 하산길..

 

 

 

 

 

 

 

 

 

 

 

 

 

 

신년 첫날 바라본 상고대도 역시 아름답기만 하다.

어제 잘못 올라온 가파른 능선 갈림길을 지나 지난번 가을에 올라왔던 그 갈림길에서 하산을 한다.

밤새내린 눈이 등로의 발자국을 모두 덮었지만 우리가 전날 올라왔던 코스와는 비교도 안되게 편안한 길이다.

 

 

 

 

 

 

 

좌로굴러 ~

 

 

 

 

 

 

 

경사길을 무사히 내려와서 걷는 평탄한 계곡길

 

 

 

 

 

 

 

목탁소리만 조용히 들리는 눈덮힌 황룡사

 

 

 

 

 

 

 

주차장으로 내려서며 산행 종료 (11시7분)

 

 

비록 일출과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일기예보를 통하여 사전에 대충 알고 있었던지라 큰 미련이 없었고

산중 대피소에서 2년간 서로 함께 하였다는것과 아름다운 환상의 상고대를 구경한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산행 이었다. 뜨거운 불속에서 장렬히 산화했을 내 아이젠과 스패츠의 명복을 빌며...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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