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날씨가 좋지 않을거란 예보에 산행이 취소되었다가 금요일밤 갑작스레 다시 결정이 되고 안개가 자욱한

토요일 아침에 세분의 산대장님들을 진잠에서 만나 덕유로 향한다. 산 밑에선 안개지만 덕유같은 높은 산중에서는

아름다운 상고대가 기다리고 있을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서 말이다. 애초 계획은 출발 시간이 너무 늦은 만큼 다들

곤도라를 타고 올라서 하산을 하는것 이었는데, 차량회수를 위하여 삼공리 원점회귀 코스로 방향을 수정한다.

 

 

 

 

 

삼공리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11시15분)

 

 

전날 내린비로 백련사로 올가는 긴 포장도로엔 군데군데 그늘진 곳을 제외하곤 이미 눈이 녹아 있다. 

마치 여름날 비온뒤의 계곡물 처럼 구천동 계곡은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고, 올려다본 산중에

안개가 자욱한것이 오름길에 조망을 기대할수는  없겠지만 정상에서의 아름다운 상고대를 기대해 본다.

 

 

 

 

 

 

 

빗물과 눈녹은 물이 떨어지는 월하탄의 폭포수 소리가 마치 장마철 계곡 처럼 우렁차다.  

 

 

 

 

 

 

 

구천동 계곡

 

 

 

 

 

 

 

인월담에서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눈쌓인 길에 발자욱이 없어 가끔씩 멈춰 서서 길을 찾아야 하는 가운데 위로 올라갈수록 안개가 짙어만 간다.

 

 

 

 

 

 

 

안개 짙은 산중에서 만나는 커다란 소나무들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안개구름이 덕유산 능선의 칼바람을 맞으면 아름다운 상고대가 되어 있겠지 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지난밤 비로 인해 녹다 남은 눈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채 축축하고 미끄럽기만 하다.

 

 

 

 

 

 

 

방수가 안되는 칸투칸 K91

 

그로인해 믿었던 등산화가 눈길에 다 젖어 버렸다. 이전에 신던 칸투칸 K81은 방수가 제법 잘 되었는데

차기 버전으로 나온 칸투칸 K91은 방수가 더욱 좋다고 하여 특히 겨울용으로 샀던것인데 이렇게 눈길에

신발이 속까지 온통 젖을 정도로 방수가 전혀 되지 않을줄은 몰랐다.

 

 

 

 

 

 

 

칠봉약수

 

 

약수터에 도착하니 석간수 처럼 물떨어 지는 소리가 난다. 예전에 불로장생을 구하는 사람들이 찾아들던

만병통치의 성수라고 하는 칠봉약수를 한잔씩 마시고 기운을 차린다. 땅에서 샘솟는 약수인지 눈녹은게

바위틈으로 떨어지는 물인지 모르지만 물맛은 나쁘지 않다. 

 

 

 

 

 

 

 

칠봉약수를 지나니 바로 긴 철계단이 나타난다.

지난겨울 칠봉으로 하산을 하며 새로산 아이젠을 스키장 슬로프의 푹푹 빠지는 눈길에 상납하고 가파른 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며 이 가파른 계단이 고마웠던 생각이 난다. 계단이라 양손에 잡을게 있었기 때문이다.  

 

 

 

 

 

 

 

계단길이 끝나고 조금더 올라가니.... 머리위로 신천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안개가 전국을 뒤덮은 이날 산행내내 위로 오를수록 안개가 짙어져서 조망은 진즉에 포기를 했다.

다만 이 안개가 덕유능선의 칼바람을 맞고 영하의 기온에 아름다운 상고대로 환생해 주기를 소망

했었는데 이렇게 머리위 안개구름층 너머로 파란 하늘이 보이니 이제 조망까지도 욕심이 난다.

 

 

 

 

 

 

 

이렇게 젖은 눈길에 푹푹 빠져가며 걷다보니 양말이 다 젖었다. 미끄러지며 디딘 손으로 인해 장갑도 이미

축축하다. 장갑이야 여분이 두짝 더 있으니 문제가 없으나 문제는 신발이다. 다른 고어텍스 신발을 두고도

일부러 골라신고 갔던 믿었던 놈인데 이날 날이 심하게 춥지 않아서 그렇지 않았으면 큰 낭패를 볼뻔했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산에서 사는 산대장 백합님

 

 

 

 

 

 

 

짙은 안개로 한치앞을 알수없는 인간계와 투명한 천상계의 경계선..

어차피 우리네 세상은 안개가 있으나 없으나 한치앞을 볼수 없지 않은가.  

칠봉을 가까이 두고서 배꼽시계가 점심때가 넘었음을 알리며 허기가 밀려온다.

 

 

 

 

 

 

 

칠봉 - 1307m  (14시03분)

 

 

이쪽 능선에 일곱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 이다.

인월담에서 이곳에 이르는데 두시간이 넘게 흘렀다.

미끄러운 눈길이라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 것이다. 

 

 

 

 

 

 

 

칠봉에서 바라본 덕유능선엔 운해가 넘실거린다.

드디어 인간세상을 감싸고 있는 짙은 안개를 뚫고 천상계로 들어선 것이다.

 

 

 

 

 

 

 

백암봉에서 귀봉, 지봉을 지나 대봉과 갈미봉 으로 뻗어내린 대간길이 섬처럼 떠있다.

 

 

 

 

 

 

 

칠봉에서 바라본 향적봉

 

 

오후 두시가 넘은시각에 해는 향적봉 너머에서 정면으로 비추고 있다.

 

 

 

 

 

 

 

칠봉에서 바라본 가야산

 

 

사진 중앙부에 대간능선 너머로 멀리 구름속에 머리만 내민 가야산이 보인다.

운해를 감상하고 이렇게 아름다운날 산에 오르게 됨을 감사하여 칠봉 정상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고 칠봉을 떠나니 다시 운해가 밀려든다.

이 석축을 돌아들면 바로 스키장 슬로프가 나타난다.

 

 

 

 

 

 

 

슬로프에 진입 (15시20분)

 

 

지난 겨울 이곳에서 눈을 털어내고 내려가려고 신발을 내려봤을때 양쪽 아이젠이 모두 어디론가 벗겨 사라진걸

보고 당황했던것이 생각난다. 다행이 어느님이 흘리고간 아이젠 한짝을 주워신고 조심스레 내려설수 있었다. 

 

 

 

 

 

 

 

 

 

 

 

 

 

 

지난해도 이 코스가 사용되지 않더니, 비때문인지 이번에도 실크로드 중급자 코스는 사용되지 않는듯 가끔 

푹푹 빠지는 구간을 제외 하고는 지난해와 달리 쌓인눈도 없고 제설기가 눈을 뿜어대지도 않는다.

    

 

 

 

 

 

 

이게 빙빙 돌면서 눈을 뿌려댔었다고 기억을 하였는데, 다시 사진을 보니 많은 수의 제설기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눈을 뿌려대서 그런 착각을 하도록 만들었나 보다. 당시 가끔 낮게 눈을 뿌려대는 제설기도

있어서 이 구간을 통과해서 내려서면서 다들 눈사람이 되었던 추억을 떠올린다.

 

 

 

 

 

 

 

운해가 밀려들어 안개구름이 자욱한 슬로프와 푸른 하늘

 

 

 

 

 

 

 

 

 

 

 

 

 

 

설천봉이 가까워지며 운해가 걷힌 가운데 백합님 뒤로 섬처럼 보이는 봉우리가 보인다.

아마 백암봉에서 이어진 대간능선의 대봉~갈미봉이 아닌가 싶다.

 

 

 

 

 

 

 

천상의 세계로 오르는 고난의 길

 

 

 

 

 

 

 

설천봉을 향해 오르고 있는 두사람 뒤로 인간세상을 덮고 있는 짙은 구름층이 보인다.

마치 옛날에 봤던 영화 하이랜더에 나오는 지구를 에워싸고 있는 차단막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설천봉 너머로 내려서는 해가 넘실거리는 운해의 파도를 역광으로 비추며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멈춰선 리프트 앞에 서있는 말끔한 주목을 보니... 아... !!

오늘은 상고대고 눈꽃이고 다 틀렸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욕심을 버리고 오늘은 눈꽃대신 아름다운 운해를 보는것으로 만족 하기로 한다.

 

 

 

 

 

 

 

지상계의 고난과 역경을 뚫고 선계로 올라 선녀가 된 백합님이 설천봉 너머로 내려서며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을 받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리프트 뒤로 펼쳐진 운해의 모습이 마치 엄청난 해일 같은 모습이다.

지상계의 인간들은 지금 하늘에 해가 뜬줄도 모르고 잿빝 세상에 같혀 안개비를 맞고 있을 것이다.

 

 

 

 

 

 

 

설천봉  (16시16분)

 

원래는 곤도라를 타고 올라서 하산을 하는것 으로 알고 산행시간의 여유가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차량회수를 위한 원점회귀 산행을 하면서 칠봉으로 미끄러운 길을 발자국을 내가며 오르느라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중봉을 거쳐 오수자굴로 원점회귀 하려던 애초 계획 대신에 더 어두워 지기 전에 곤도라를

타고 내려서자는 김대장님의 제안에 다들 찬성한다. 

 

 

 

 

 

 

 

아빠 한장 찍어줄수 있지?

 

 

 

 

 

 

 

설천봉

 

 

설천봉 너머로 넘실거리는 구름바다 위로 하루를 마감하는 해가 마지막 숨결을 토해내고 있다. 장관이다.

비록 사진은 역광이라 어쩔수 없다지만 두눈에 담아내는 감동은 장엄하기 그지 없다.

 

이때 갑자기 방송이 흘러나온다.

곤도라 운행이 5시에 종료되니 향적봉 정상에 있는 분들은 서둘러 하산을 하라는 소리다.

그제서야 비로소 시간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설천봉과 운해

 

 

서둘러 향적봉을 향해 뛰어 올라가는데 큰 삼각대와 카메라를 든 진사님들이 정상을 향해 느긋하게 오른다.

그들중 몇몇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가는걸 보니 1박을 하려는것 같다.

 

아마도 그들은 산밑의 우울한 인간 세상에 있다가 덕유능선에 운해를 뚫고 오르면 해가 떳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 곤도라를 타고 산으로 오르는 분들일 것이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향적봉에 오르니 가장 먼저 구름바다위에 늘어서 있는 지리산이 눈에 들어온다.

천왕에서 반야까지 지리의 주능선이 바다위에 둥실떠서 선명하게 조망되는 광경은 감동 그 자체다.

 

 

 

 

 

 

 

시간이 있다면 저 중봉까지 느긋하게 걸으면서 운해가 펼쳐진 구름위의 선경을 감상하고 싶건만..

곤도라 운행 마감 시간이 다가온다.

 

 

 

 

 

 

 

아까 칠봉에서 보았던 백암봉에서 이어진 대간능선

 

 

 

 

 

 

 

덕유산의 주요 봉우리들만 섬처럼 떠있고, 뒤로 지리산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커다란 배낭을 메고 올라와

내려갈 생각없이 사진에 몰두하고 있는 진사님들이 부러워 진다.

 

 

 

 

 

 

 

향적봉 정상

 

 

 

 

 

 

 

정상에서

 

 

 

 

 

 

 

향적봉에서 바라본 설천봉과 운해

 

 

 

 

 

 

 

칠봉은 다시 구름속에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저 구름속 인간세상에서는 이렇게 파란 하늘과 태양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덕유능선 따라 우측으로 남덕유와 서봉이 보이는 가운데 일단의 진사님들이 대피소로 내려서는 길목에 모여있다.

 

 

 

 

 

 

 

다시 인간세상을 향해 가면서 바라본 설천봉

 

 

 

 

 

 

 

천상으로 오르는 직항로

 

 

가벼운 복장의 부부와 아이가 막 곤도라에서 내린듯 향적봉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나쳐 가려가 혹시나 해서 걸음을 멈춰서 그들에게 알려준다. 곤도라가 5시에 운행종료 한다고.

척보니 배낭도 없고, 헤드랜턴이나 아이젠도 있을리 만무하니 모르고 정상에 올랐다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 딱인 모습이다. 나의 말에 깜짝 놀라더니 그곳에서 간단한 기념 촬영을 하고 돌아선다.

 

 

 

 

 

 

 

선계의 마지막 모습

 

 

 

 

 

 

 

곤도라를 타고 내려서니... (17시10분)

안개 가득한 인간세상은 스키타는것도 불가능할 정도의 잿빛.. 

 

삼공리로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택시비 만원) 기사님이 말씀하신다.

여기는 온종일 축축한 이슬비가 내렸는데, 저 위에는 해가 떴다면서요?

내려와서 바라본 칙칙한 하늘에선 조금전 선계의 모습을 조금도 상상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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