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소재한 덕숭산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괴석들이 많고 산세가 아름다워 호서의 소금강으로
불리운다. 덕숭산 동쪽의 수암산에서 시작해 용봉산, 홍동산, 삼준산, 연암산, 뒷산, 가야산까지 일곱개의 산이
빙둘러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중앙에 수덕사를 품고 솟은 산이 바로 덕숭산(德崇山)이다.
덕숭산은 수덕사로 인해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1308년에 창건된 수덕사는 오늘날 조계종 제7교구 본사로
우리나라 불교계 4대 총림중 하나인 덕숭총림이 자리하고 있다. 총림이란 강원, 율원, 선원의 교육기관을 갖춘
종합 수행도량을 의미 한다. 100대 명산에 들었지만 작고 특색없는 산세로 인해 지금껏 미뤄만 두었던 덕숭산
산행길을 입동을 넘긴 이번 늦가을에 다녀왔다.
수덕사 주차장 (9시34분)
수덕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코스를 점검한다.
오늘 산행 코스는 주차장에서 왼쪽의 수덕저수지 앞을 지나 정상에서 사천리로 뻗어내린 덕숭산 남서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면이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이 코스가 아름다운 조망터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네이버 지도에는 이와 같이 주차장에서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 등로가 잘 나와있다.
하지만 입장료 징수 때문에 그랬는지 등산로 초입에 철조망이 둘러져 있는게 씁쓸하기만 하다.
수덕사 관람이 목적이 아니라 등산이 주 목적이라 아마 입장료를 징수 했어도 오늘 산행코스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등산로를 막아놓고 주차장에서 수덕사를 통해서만 산에 오르도록 한것은
산꾼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서운한 행사가 분명하다.
물개바위
물개가 서있는것 같은 모습이라 물개바위라 불러본다.
야트막한 능선이라 산행을 시작하고 금새 능선에 도착한다.
수덕사와 덕숭산 정상이 보인다.
바위가 많은 이 코스의 즐거움은 능선을 통해 정상에 가면서 많은 조망처를 만날수 있다는 것이다.
개스가 연하게 내려앉은 아침. 주차장이 있는 동쪽은 역광으로 사진을 제대로 담을수가 없다.
뒤돌아본 남서능선
이 능선을 직진하여 내려가면 지도에 나오는 사천1리 마을회관이나 사천리68번지 지명에 해당하는 곳으로
내려설수 있는데, 우리는 능선 중간에 왼쪽에 있는 주차장에서 올라왔다.
커다란 바위들이 마치 거인의 공깃돌 처럼 나란히 놓여있는 곳을 지난다.
능선의 암릉길
방긋웃는 산악회 부회장님 뒤쪽으로 보이는 뒷산과 삼준산 사이로 지나는 45번 국도가 해미터널을 만들어 놓고 있다.
국도 45번은 해미터널을 지나 서해안 고속도로와 만난후 서산 해미읍성에 이르러 가평에서 시작한 길을 멈춘다.
삼준산과 뒷산의 파노라마 사진 (클릭)
중앙 뒤에 있는 산이 압휘봉이 있는 삼준산 이고 해미터널 오른쪽 위에 있는 산이 이름도 평범한 뒷산 이다.
암릉이 이어지는 관계로 멋진 조망처가 많은 덕숭산 남서릉
삼준산
일행들은 또 다른 조망처에 올라서 있다.
덕숭산과 수덕사의 전설
산아래 홍주 마을에 수덕이란 도령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사냥을 갔다 덕숭이란 낭자를 보고 반해 청혼했지만
여러번 거절당했다. 수덕도령의 끈질긴 구혼에 덕숭낭자는 자기 집 근처에 절을 지어달라는 조건으로 청혼을
승낙한다. 수덕은 절을 지었으나 낭자에 대한 탐욕스런 마음 때문에 절을 완성하는 순간 불이 나 전소됐다. 목욕
재계하고 다시 절을 지었지만 역시 불에 탔다.
세번째는 오로지 부처만 생각하고 절을 지어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덕숭낭자는 자기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였는데 수덕도령이 끌어안는 순간 덕숭은 사라졌고, 그의 버선만 손에 들려 있었다. 그 자리는 바위로 변했고
옆에는 버선모양의 꽃이 피었다고 한다. 덕숭은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이후 이 절은 수덕도령의 이름을 따 수덕사가
됐고, 산은 덕숭낭자의 이름을 따서 덕숭산이 됐다고 한다.
오늘 산행도 여유 만만이다.
덕숭산 이라는게 워낙 코스가 짧다보니, 다들 너무 만만하게 봤는지 도시락도 없이 간식만 싸왔다.
그래도 서둘러서 달리듯이 산행을 할 이유가 없기에 간식으로 허기를 모면하고 다들 느긋하게 산행을 즐긴다.
뒷산
지나온 능선
왼쪽은 동쪽이라 아직 역광이 비추고 있다.
왼쪽 주차장 뒤로 늘어서 있는 금북정맥길의 홍동산 능선 너머로 용봉산 투석봉에 서있는 상대방 장수와
투석전을 벌였다는 재미난 전설을 품고 있는 백월산(일월산)이 보인다.
삼준산과 뒷산 사이로 뚫려 있는 해미터널
뒷산능선 뒤로 연암산이 살짜기 고개를 내밀고 있다.
조망바위에서..
조망바위 건너편의 바위군락
조망바위에서...
견성암
조망바위에서 수덕사의 전경이 잘 내려다 보이는데 역광에 개스까지 껴서 조금 아쉽다.
만공선사가 창건한 견성암은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선방 으로 비구니들의 수행 도량 이다.
일제시대에 신여성을 대표하던 동경 유학파 여류시인 김일엽이 승려가 되어 수행을 한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수덕사는 비구니 절은 아니며, 대중가요 ‘수덕사의 여승’은 잘못된 노래 라고 한다.
비구니들이 이 노래를 두고 ‘퇴폐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려 이 노래를 부른 송춘희씨가 한동안 수덕사를
오지 못했다고 한다.
수덕사의 여승
인적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 온 님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적에
아~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사람모양의 홈이 파여있는 기암
가야산 가사봉과 원효봉
덕숭산 능선 뒤로 내포의 수호신이자 천하명당이 있는 가야산의 가사봉과 우측의 원효봉이 보인다.
천하명당 남연군 묘는 원효봉 너머 가야산 능선의 우측에 있다.
원효봉에서 뒷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중간에 절개지가 보인다. (사진중앙)
채석장이 있는 곳으로 그 아래에 조선말 천주교도를 잡아 해미로 끌고 가던 천주교의 해미순교 성지인
한많은 한티재가 있다.
덕숭산 남서릉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조망 (클릭)
뒷산
능선을 따라 걷는데 우측으로 자유롭게 구불구불 뻗어자란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보인다.
정혜사 뒤편 산자락인데 자유롭게 뻗어자란 소나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시선을 잡아 끈다.
용봉산에는 비할바 못되는 산세지만 그래도 시원한 조망처를 가진 덕숭산 남서릉이 즐겁기만 하다.
덕숭산에서 바라본 수암산, 용봉산, 홍동산, 백월산 능선 (클릭)
수암산에서 용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옆모습이 사람의 얼굴모양 같다.
사람 옆얼굴 모양을 한 수암산 ~ 용봉산 능선
잘록한 허리 뒤로 임존산성이 있는 봉수산이 보인다.
기암에서 즐거운 시간
덕숭산의 주요 등로를 따라 산행을 하다 보면 산행 이라기 보다는 덕숭산 전체에 두루 퍼져 있는 수덕사를
탐방 하는것과 같다. 그렇기에 사찰과 암자를 따라 정상에 오르고 내려서기에는 100대 명산 덕숭산은 코스가
너무 짧다.
아마 인기도를 기준으로 100대 명산을 뽑았다면 매표소에 기록된 덕숭산 탐방객의 수는 산을 보러온 산객들이
아니라 조계종 제7교구의 본사 이자 대한불교 4대총림중 하나인 덕숭총림인 수덕사를 관람하러 오신 분들이
대부분 일것 이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멋진 암벽이 보인다.
눈으로는 잘 파악이 되는데 나무들이 가리고 있어서 사진에 담을수 없는게 아쉽다.
덕숭산 정상 (12시16분)
맘껏 조망을 하고 간식을 먹으며 느긋하게 오르다 보니 이번에도 여유만만 느림보 산행이 되었다.
앞에있는 용봉산은 작은 금강산 이라고 불리는데 덕숭산은 호서의 금강산 이라고 불리운단다.
용봉산에 작은 금강산이란 이름이 붙은것은 충분이 납득이 가는데, 밋밋한 덕숭산에 금강산 이라는 이름을
붙힌것은 아무래도 금강 이란 이름이 남용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덕숭산 정상에서의 조망
오른쪽으로 용봉산에서 이어진 수암산이 늘어서 있고, 덕산온천 관광지구 뒤로는 가야산에서 좌청룡을 담당
하고 있는 서원산이 자락을 드리우고 있다.
덕숭산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산
정상에서 바라본 금북정맥 홍동산과 백월산
백월산 왼쪽뒤로 희미하게 오서산이 보인다.
정혜사의 남매탑 뒤로 아까 능선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보인다.
수덕사는 조선시대 사실상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선(禪)을 되살려 근현대 한국불교를 개창한 경허 선사의
가르침을 잇는 곳이다. 수덕사의 말사인 정혜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많은 고승들이 수도를 한곳
이라고 한다. 근대에는 경허의 제자인 혜월, 만공 선사가 수행을 하며 머물렀던 곳 이라고 한다.
덕숭산 최고의 조망터 라는 정혜사
정혜사에서 바라본 향적당
수덕사는 다비사찰로 유명하다고 한데 스님들이 모두 수덕사에서 다비를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불교계에서는 금강산에서 출가하고, 묘향산에서 깨달음을 얻고, 지리산에서 깨달음을 전하고, 덕숭산에서
열반하는게 행복으로 통한다고 한다.
정혜사에서 바라본 금선대
양쪽에 산군을 두고 앞이 시원하게 열려있던 수덕사. 바로 뒤에 호서제일봉 가야산을 두고도 수덕사라는 큰절을
품고 있는 것은 이렇게 주변에 에워싸여진 덕숭산의 아늑하고 유장한 기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도를 통해 다시 본 덕숭산은 북으로 가야산 이라는 큰 병풍을 두르고 동쪽으로 수암산, 용봉산, 홍동산, 백월산을'
세워놓고, 서쪽은 뒷산, 삼준산, 연암산으로 막아놓고 남쪽, 정확히는 남서쪽을 시원하게 열어둔 가운데 꽃잎처럼
생긴 주변산들 한가운데 꽃술로서 자리하고 있는게 보이듯이 산은 낮지만 근동 산군중에서 중심되는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것이다.
정혜사에서 바라본 용봉산, 홍동산, 백월산 풍경
정혜사를 감싸고 있는 명품 소나무 숲이 참으로 아름답다.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석문
늦가을의 단풍이 남아있는 덕숭산
돌계단길
수덕사에서 정혜사까지 1080 계단이 놓여있다고 하는데 계단을 오르면서 백팔번뇌를 경험하는 셈 이라고 한다.
향운각
만공선사가 천연바위에 조성했다고 하는 향운각 앞에 있는 관음보살 입상
만공선사
만공스님은 한국현대불교의 큰 스님으로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요, 조선불교를 지키기 위해서 힘쓴
대표적인 인물 이다. 그는 일제가 조선불교를 일본불교화 하겠다는 방침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일제는 민족정신을 억압하기 위해 불교를 말살하려고 조선 불교 대본산 주지회의를 주재하며 조선불교가
진흥하기 위해선 일본불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님들을 설득하였는데, 이때 만공스님은 총독을 크게
꾸짖으며 더 이상 총독부는 조선 불교에 간섭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당시 31본산
주지중 유일하게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만공선사에 관한 일화는 너무도 많아서 이곳에 짧은 몇줄로 소개를 할수가 없으니, 궁금하신분은 그의
스승이신 경허선사와 함께 만공선사를 검색해 보시면 알게될 것이다.
만공선사가 수행하셨다는 소림초당을 지나 사면불을 만난다.
수덕사 관음바위
버선꽃이 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관음바위엔 동전을 붙히며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동전이 붙는다기 보다는 우둘투둘한 바위 표면에 동전을 기대어 세운다는 말이 옳을것 같다.
국보 49호 수덕사 대웅전
국사교과서에 나오듯이 고려시대에 지어진 대웅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대표적인 오래된 목조건축물 이다.
700년 세월을 지니고 있는 대웅전은 소박하기만 하다.
정혜사를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다른분들이 서로 헤어져서 서로의 위치를 모른체 급히 내려가는 바람에
수덕사의 곳곳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주마간산식으로 휘휘 둘러 보며 내려온다.
수덕사와 부속암자는 덕숭산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에 아예 산행을 포기하고 수덕사만 둘러보러 와도
몇시간이 걸릴듯 하다.
수덕여관
끝으로 고암 이응로 화백이 머물던 수덕여관에 들러보려 했는데, 지붕공사중인지 수리중이라며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 이응로 화백과 부인의 애틋한 이야기가 남아있는 수덕여관과 암각화는 다음으로 미루어 둔다.
개미식당 (15시3분)
산행을 모두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는길에 식당가를 지나다 개미식당에 들러 식사와 동동주로 산행을 정리 한다.
두시간 코스를 다섯시간반 동안 여유있게 구경하며 놀다온 덕숭산 산행이었지만 수덕사는 입장료를 안내서
그런지 우연히도 일행들이 서로 헤어져서 다들 휘르륵 스쳐서 보고 오게 되었다. 워낙 크고 아름다운 사찰이니
만큼 다음에는 수덕사만을 목표로 보다 여유있는 관람을 하는것도 좋을것 같다.
덕숭산 지도
산행코스 :: 주차장 - 남서능선 - 정상 - 정혜사 - 수덕사 - 주차장 (널널모드, 5시간30분)
산행일시 :: 2012년 11월1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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