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살다보니 인근의 계룡산에 자주 가게 되는데, 이번 정기 산행지로 거제도에 있는 같은 이름의 산이 간택이
되었다. 정상부의 암석이 닭의 벼슬모양을 닮았고 용처럼 구불구불한 산줄기를 가졌다고 계룡산(鷄龍山) 이라
불리고 있다니 이점 또한 공주의 계룡산 국립공원과 크게 다를바 없는것 같다. 거제에는 500m가 넘는 산이 7개가
있는데, 그 중에 최고봉은 가라산(585m) 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계룡산은 거제의 진산이자, 주봉 으로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 덕분인지 잉크를 뿌려놓은듯 파란 겨울 하늘을 보여주던날, 지난주 두륜산에서와 달리
더없이 투명한 조망은 대전에서 장시간 버스를 타고 먼길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환상의 풍경으로 대접을 하였다.
거제도 공설운동장에 하차하여 인공암장과 축구장 사이로 올라가며 산행을 시작한다. (10시17분)
주말이라 동네 축구팀들이 열심이 볼을 차고 있는 운동장 옆을 지나서 김대기 현령의 전설이 남아 있는
김실령 고개를 지난다. 빛이 산만한 곳에서 단체사진을 한장 찍고 삼림욕장 임도길을 따라 걷다가
상동-신현간 도로 밑으로 나있는 굴다리를 지나면서 길은 임도를 따라 이어진다.
구름형과 일행들이 임도를 따라 돌아가는데 아무래도 정상 방향은 왼쪽인지라, 중간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고
바로 산길로 올라서니 뒤 일행들이 모두 산길로 따라온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 되었지만, 동네 뒷산급 이라 산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조금 올라서니 어느 순간 아래를 볼수 있는 조망터가 나오며 장평주공아파트 일대와 삼성중공업이 보인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서니 임도가 나온다. (11시03분)
임도를 따라간 선두팀이 후미가 되어 이길을 따라 올것인가?
임도를 가로질러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가파른 길을 올라서서 능선의 전망대에 도착한다. (11시24분)
더할나위 없이 맑고 청명한 날이라 오늘은 포토샵이 필요가 없다.
원본 그대로 수평을 리사이즈만 해서 올려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사진★클릭)
올라온 공설운동장이 아래로 보인다.
능선 아래쪽과 반대쪽 조망 (사진★클릭)
오늘같은 날은 인근 달마산이나, 두륜산에 갔어도 굉장한 조망을 보여줄 멋진 날 이다.
시야에 그대로 들어오는 백프로 원본 사진의 색감이다. (사진★클릭)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계룡산의 지세를 해석하면 금계배란형(金鷄排卵形)이라고 하는데, 이는 닭이 알을 낳는 지세라고 한다. 그런데
알이 나오는 그 지점에 바로 지금의 삼성중공업이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에서 배를 만들어 닭이 알을
낳듯, 한 척 한 척씩을 바다에 띄워 보내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니 재미있는 이야기다.
산방산 (왼쪽 뒤로 통영 미륵산)
전망대를 지나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삼성중공업과 고현만 일대
꿈산형과 비타민님의 빨간색 복장이 파란 하늘과 멋진 대조를 이룬다.
옥녀봉 방향
고현항과 거제시가지
ET와 그림일기님
겨울을 맞이하는 차가운 공기를 뚫고 보이는 눈부시게 푸르른 날의 낯선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정상으로 가는 바위 능선을 지나면서 나무계단 에서..
산보다도 뒷 배경이 무척 아름다운 곳에 서니 지난주 해무가 가득했던 두륜산 생각이 난다.
그날이 오늘 같았다면...
지난주 까지는 여름옷을 입었었는데, 갑자기 쌀쌀해진 탓에 부랴부랴 겨울옷을 꺼내 입었다.
봄, 가을 옷은 입어볼 겨를이 없는듯 날씨는 여름에서 겨울로 바로 넘어간다.
옥녀봉 뒤 수평선에 흐릿하게 대마도가 보인다. 그만큼 가시거리가 좋은 날 이다.
옥녀봉 정상에는 조선전기때 만들어진 봉수대가 있는데, 이는 거제도 남동쪽에서 출몰하는 왜구의 감시를 목적
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등로밖의 아찔한 바위를 넘어 봉우리에 서서...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 꿈꾸는산 형과 비티민님
역광이 은은하게 비치는 거제만과 한산도 방향
한산도, 추봉도, 비진도, 장사도... 참으로 멋진 조망을 제공 한다.
계룡산 정상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며...
동쪽 방향, 거제시가지 뒤로 대금산과 국사봉이 보인다.
꿈산형
산방산 방향
거제 계룡산은 산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주변 풍광이 이처럼 아름다운 곳 이다.
거제도 계룡산 정상에서.. (12시04분)
불이문 바위에서 꿈산형
불이문
불이란 둘이 아니라는 경지를 말한다. 불교에서 불이법문 이라고도 부른다.
나와 네가 둘이 아니요, 생과 사가 둘이 아니며, 부처와 중생, 생사와 열반, 번뇌와 보리, 세간과 출세간, 선과 악,
색과 공 , 만남과 이별 역시 그 근원은 모두 하나이며, 모든 상대적인 것이 둘이 아님을 천명한 것 이라고 한다.
그 근거는 법계의 실상이 항상 여여평등(如如平等)하여 피차(彼此)의 분별이 없는것을 뜻한다고 한다.
쉬운듯 하면서도 어렵고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뜻 이다. 꿈산형 뒤로는 낭떠러지 인데 생과 사가 하나라는
개념을 이런데서 몸으로 체득할 필요는 없을 것 이다.
불이문 바위에서..
계룡산 바위 능선길
암봉 아래로 지나가는 일행들
식사터를 찾으며 가는길에 만난 능선의 웅장한 바위
통신대 유적지에서 식사를 해야 선자산 까지 수월하게 다녀올수 있을텐데...
여산 모드라고 해서 느릿느릿 소걸음을 걸으며 놀매쉬매 가고 있으니 시간은 벌써 12시가 넘었다.
위 사진 바위에 올라 바라본 지나온 암릉에 일행들이 지나오고 있다.
지나온 암릉길 뒤로 계룡산 정상이 보인다.
암봉에 올라 하늘의 氣를 받는 걸음 회장님
진행방향 - 통신탑봉으로 가는길
정상은 뒤따라 오는 다른 산님들로 가득하다.
통신탑봉과 옥녀봉을 배경으로 선 구름형
거제만 일대 전경
진행방향의 통신탑봉을 포함한 거제만 일대 파노라마 조망 (사진★클릭)
국사봉과 옥녀봉
거제만 일대 클로즈업
진행방향 파노라마 전경 (사진★클릭)
의상대사가 수도를 하였다는 절터인 의상대에서 바람을 피하고 모여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일어 선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통신탑봉
통신탑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하트님
통신탑봉으로 가는길에 능선을 넘는 일행들...
물꼬터 형님 내외분이 간만에 나오셔서 즐거운 모습이시다.
지나온 계룡산 정상부
통신탑봉 (13시42분)
임도를 따라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분이 통신탑봉에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내려갈때 저걸 타고 달리면 얼마나 신이 날까..
통신탑봉을 지나 내려다본 통신대 유적지
통신대 유적지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의 포로관리를 위해 세워진 통신대의 잔해 라고 한다.
통신대 건물 잔해 창문틀 너머로 바라본 바라본 남해
지나온 통신대 유적지와 통신탑봉
지나온길의 파노라마 조망 (사진★클릭)
다음 봉우리 바위 위에 선 해맞이님
통신탑봉은 벌써 저만치 멀리 있고...
벌써 저 아래로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고자산치와 능선따라 선자산이 보인다.
시간상 선자산으로 가도 충분할듯 한데, 다들 고자산치에서 하산을 하기로 한다.
멋있는 코스라면 가볼만도 할텐데... 나머지 구간은 육산이라니 크게 미련도 없다.
고자산치를 당겨보니 몇몇 분이 선자산으로 진행을 하신다.
우리 일행들인가?
고자산치의 유래와 전설
고자산치는 계룡산을 넘어 용산과 고현으로 통하는 가파른 고개로 고산(姑山)재라 하였는데 할머니가 친정길에
오르면 효자(孝子)의 아들이 손을 잡고 산 꼭대기까지 오르게 하였으니 고자산재(姑子山재)라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고자 라는 말이 나오니 일행들중에 고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농담과 재미난 말들이 오간다. 그런데
흥미로운것은 고자산치에 대해 내려오는 전설 가운데 하나가 농담으로 주고 받던 고자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고자는 익히 잘 알고 있는 그런 고자가 아닌, 고자(皐刺)로써 칼로 고환을 찔렀다는 말을 뜻한다고 한다.
사연인즉....
옛날 의좋은 오누이가 초여름에 외가집을 가던 중 고개 중턱을 오를때 가랑비가 내려 비를 맞으면서 고개를 올라
가는데, 오빠가 먼저 계룡산 고개 정상에 올라 누이동생을 기다렸고, 뒤이어 동생이 올라왔는데, 비에 젖은 여동생
의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였고, 젖은 옷자락이 밀착되어 처녀의 갸름한 몸매와 가슴과 허리의 곡선미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한다. 오빠는 동생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욕정이 일었지만 금방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는 죄책감에 누이를 먼저 보내고 가지고 있던 작은 칼로 자신의 고환을 찔러 죽고 말았다는데, 누이동생은
내려가다 오빠가 보이지 않자 다시 고개에 올라가 보니 오빠는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었다고 한다. 누이동생은
오빠를 바위 틈에 흙을 덮어 매장하고 외갓집으로 가면서 한없이 울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후 이 고개를
고자산치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 전설이 전해 오면서 비가 내리는 날 신랑신부는 이 고개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고자산치로 내려서며 바라본 파노라마 전경 (사진★클릭)
억새밭 넘어 해가 넘어가는 서쪽 방향 다도해 풍경을 바라보는 두 여인..
고자산치 (14시32분)
이곳에서 산길을 따라 바로 하산을 했어야 했는데...
무심코 임도를 따라 가는 님들을 뒤쫒다 보니.. 엉뚱한 임도길로 들어서게 된다.
산꾼은 산길로... 자동차와 자전거는 임도로 가는건데... 왜 우리들은 아무 생각없이 임도를 걸었는지..
지루한 임도길을 한시간 넘게 걸어 내려가 하산을 한다. (15시50분)
통영으로 옮겨가 맛난 회에 소주를 한잔 하면서 여행과 산행의 2011년 마지막 정기산행을 마무리 하고 대전으로
돌아 온다. 눈부시게 맑고 푸른 하늘이 인상 깊었던 늦가을 어느 주말이 이렇게 간단한 기록을 남기고 과거속으로
사라졌다.
거제도 계룡산 등산지도
산행코스 :: 공설운동장 - 계룡산 - 통신탑봉 - 통신대유적지 - 고산자치 - 상동리 (약 5시간30분, 놀매쉬매)
산행일시 :: 2011년 11월20일, 일요일, 여행과 산행 11월 정기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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