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 초보들의 약초산행 Vol. 3

 

 

가을로 접어든 어느날에, 싸리도 그냥 싸리가 아니고 송이싸리라며 거먹바위님이 한껏 자랑을 하신다.

싸리버섯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졸래졸래 따라 나섰다. 참석 한다는 여산의 여자 회원님들은 모두 공교롭게도

당일에 각각의 사건들이 생겨서 한명도 못나오고, 엽서님이 정말 산을 잘타게 생긴 씩씩한 여자분을 홍일점으로

데리고 오신다.

 

12명을 예상을 하였는데 이리하여 거먹바위님을 제외한 8명의 왕초보 약초꾼팀이 구성되어 전장으로 향한다.

아마도 오늘 약초산행이 어떤건지 모르고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참석한 분들은 힘든 경험을 하고 다시는 약초

산행에 나오지 않는다고 할텐데 그러고 보면 못나온 여자회원님들이 현명한지도 모르겠다.  

 

 

 

 

거먹바위님이 운전하는 미니버스는 대둔산 베티재를 지나 완주군 운주면 일대 어느 깊은 숲속길로 들어선다.

아직 시간이 이른데도 불구하고 내리자 마자 배낭을 줄이자며 이른 점심식사를 하자고 한다.

약초를 캔다고 숲속으로 흩어지게 되면 다시 모여서 식사를 하기 힘들기 때문 이기도 하다.

 

 

식후에 조편성을 한다.

총 8명이 왔으니 3/3/2명으로 세개조를 만들고 나는 카프리님과 둘이 한조가 되어 출발을 한다.

 

 

 

 

 

1조의 모습

 

송이싸리 버섯을 딴다며 제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 채비인데, 거먹바위님이 정확한 포인트를 알고 있으니

우리처럼 산을 헤맬일은 없을듯 하다.

 

계곡을 치고 가면 좋으련만 마침 차가 주차를 한곳은 적당한 계곡도 없고, 계곡이라고 있는곳은 순전히

산딸기와 복분자 가시밭이라 들어갈수가 없다. 이왕 온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사면으로 올라선다.

카프리님과는 참으로 오랫만에 산행을 같이 하는것 같다.

 

 

 

 

 

산도라지

 

 

요즘은 산에서 이런녀석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강원도 깊은 산골이 아니라면, 이렇게 높지않은 지방의 산길엔 발길이 많이 나있다.

 

 

 

 

더덕을 캐고 즐거워 하는 카프리님

 

 

사면을 슬슬 걸으며 이동하는데 싸리 버섯이 보인다.

이어 더덕이 눈에 들어온다.

완만한 사면에 완만한 계곡 같은데 슬쩍 봐서는 계곡인지도 모를 정도다.

아마 비가 올때나 계곡 구실을 할정도로 크게 완만하게 되어 있다.

카프리님과 그 곳에서만 위 아래로 움직이며 더덕을 수확하는데 ... 여기서 만족을 했어야 했다.

 

 

 

 

그 풍성한 사면을 많이 비워둔채 대충 수습하고 작은 능선을 넘어가자고 하여 영지를 수확하며 힘들게 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에 올라서보니 그 지능선 전방 상단부는 큰 암벽에 가로막혀 정상부로 오를수 없게 되어 있고,

능선 너머 계곡 하산길은 헉 소리 나오도록 가파르며 뭔가가 있을만한 지역이 아니다.

 

카프리님과 함께 지능선을 최대한 올라서 가장 편한길로 내려서자고 하는데, 그것도 길이 가파르고

정글만 무성하니 힘든게 보통이 아니다. 일단 조심스럽게 계곡으로 내려서 보니 이런... 계곡따라 하산하기도

힘이 들어 보이고 뭔가가 서식할만한 환경이 아니다. 다시 뒤돌아 가기가 힘이들어 능선을 하나 더 넘자고

하고 또 다시 매우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르며 억 소리 나오는 가파름에 죽죽 미끄러져 가는것을 약초괭이로

땅을 찍어가며 힘겹게 오른다.

 

 

 

 

이렇게 두번째 힘들게 능선에 올랐는데 앞은 더 가관이다. ㅠㅠ

능선따라 싸리버섯이 있는데 여하튼 이 능선도 첫번째 능선과 같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 거대한 암벽에 가로막혀

올라갈수가 없게 되어있다. 할수없이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서 건너편 계곡 사면을 찾아보기로 하고 또다시

매우 가파른 사면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산속 작은계곡 이다. 시원한 물이 흐르고 몸을 적실수 있을만큼 수량도 있다.

일단 온몸에 열이 오르고 얼굴은 이미 불덩이라... 배낭을 벗어두고 시원하게 몸을 씻으니 오아시스가 따로 없다. 

바로 뒤따라 내려올줄 알았던 카프리님이 보이지 않았는데 잠시후에 복분자 가시밭을 만나서 고생을 하고 왔다며

비로소 이곳이 어딘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지난번 와서 고생만 엄청했던 기억이 있는 복분자,산딸기 가시밭이

바로 계곡 너머라고... 절대로 넘어가면 안되고 그냥 계곡따라 하산을 해야 한다고...

 

 

 

 

 

작은 계곡물에 시원하게 땀을 씻고나니 비로소 살것 같다는 카프리님

 

 

처음에 더덕을 많이 보았던 그 너른 계곡에서 계속 놀았어야 했는데, 욕심을 부리다가 고생만 죽어라 하고

약초는 보지도 못했다. 늦여름 더위에 계곡을 두개나 넘으면서 몸도 마음도 지치니 오늘 산행은 이만 하기로

하고 되돌아가 오전에 내렸던 버스가 있던곳 앞을 흐르는 큰 계곡에 가서 훌러덩 벗고 시원하게 몸을 씻으며

술을 한잔 기울인다.

 

잠시후 2조가 내려와서는 자기들도 계곡을 잘못만나 무자비하게 가파른 계곡에서 고생만 죽어라 하고 왔다며

물속에 널브러진다. 이윽고 제일 높은 곳에서 송이싸리를 따러갔던 1조가 와서 한동안 알탕을 하며 쉬어간다.

예상대로 몇명은 정말 힘들었다며 다시는 약초산행에 나오지 않을거라고 한다. ^&^

 

 

 

 

이삭줍기

 

말끔하게 새옷으로 갈아 입고 대전으로 돌아오는데...

거먹바위님이 수확작업이 다 끝난 인삼밭을 지나면서, 인삼이나 캐서 삼계탕이나 끓여먹자고 제안을 한다.

일명 어릴적 많이 했던 이삭줍기다. 어릴적엔 친구들과 고구마 밭에서 이삭줍기를 많이 했었는데 벌써 30년도

넘은 옛 추억인데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남의 밭을 열심히 일구어 준다. ㅎㅎ

 

약초산행후라 버스에 괭이들도 많고,,, 모두 연장을 들고나와 잔돌맹이만 가득한 인삼밭을 다시 파헤치며

마늘밭 돈다발 찾듯이 남겨진 인삼을 찾는다. 갈아입은 옷이 다시 땀으로 젖을때쯤 스치로폼 박스 가득히

인삼을 수확하고 대전으로 향한다.

 

 

몇일후....

 

 

 

 

예쁜 가을색으로 변해가는 논 뒤로 보이는 계룡산

 

추석을 앞두고 계룡산 자락의 영지가 많은 곳이 삼삼해진다.

참나무가 온산에 가득해서 곳곳에 영지가 지천인데.... 조금만 얻어볼 생각으로 초보 약초팀 멤버들에게 전화를

마침 다들 이날 바쁘단다. 할수 없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두시가 넘은 오후에 혼자 차를 몰고 간다.

 

 

 

 

계룡산 쌀개봉 ~ 천황봉 ~ 머리봉 (클릭)

모두 군시설 & 대통령별장 등등의 사유로 비지정으로 묶인 꼭 개방해야 될 아름다운 곳이다.

 

 

 

 

지난해에는 일부러 영지보러 오지 않아도 사방에 영지가 널려 있었는데...

그새 소문이 났는지,,, 먼저 다녀가신 님들이 있는듯 영지 보기가 쉽지 않다.

애써 걸음 했는데 이쁜녀석들 몇놈 못보고 거친 산길만 이리 저리 헤매다가 내려간다.

 

 

 

 

 

이녀석 이름은 뭔지... 영지가 없는 산속에 자주 눈에 띈다.

생긴건 정감이 가게 생겼는데, 영지를 수확해간팀들이 놔두고 간거 보니 몹쓸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버섯이 천여종류 있다고 하는데, 버섯이라는게 워낙 위험한지라...

송이, 능이, 영지 등 유명한 몇종류 외에는 관심을 두려 하지 않고 있다.

 

 

 

 

오후 다섯시가 넘은시간....하산완료

수확은 볼품없고... 산속은 어둑해 지려는데... 미련을 가지고 배낭을 차에 둔채로 아웃도어용 커다란 잡주머니만

하나만 손에 말아쥐고 다시 계곡을 올라 본다.

 

 

 

 

 

지난번에 가보지 않은 완만한 계곡 사면을 두리번 거리는 중에 늘 반가운 잘생긴 녀석이 잡풀들 사이에 우뚝 서있다.

주위를 대충  정리하고 사진을 한장 찍어 본다. 얼마전 딸이 맺혔다가 씨를 뿌린듯 흔적이 있는 잘생긴 삼구 산삼이다.

 

 

 

 

산삼

 

땅이 워낙 좋아서 손으로 흙을 살살 헤쳐도 되는지라 조심해서 뿌리를 들어 올린후 한장 ~

몸이 불편한 아버지께 드릴 추석 선물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천년초와 인삼

 

 

거먹바위님이 지난번 약초팀 멤버들에게 천년초를 나눠 주었는데, 그게 잔가시가 위험해서 지난번 산행하고 오면서

이삭줍기로 수확한 인삼을 넣어서 약을 내려서 박스가득 담아주셨는데 두어달은 드실수 있는 분량이다. 천년초가

여러가지로 몸에 좋지만 특히 노인들 치매와 뇌혈관질환에 좋다고 하니, 뇌출혈 후유증으로 일부 마비가 와서 재활

치료를 받고 계신 아버지께는 더없이 좋을것 같다. 바위님이 그걸 알고 내 몫보다 몇배를 더 담아 주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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