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1일

 

태백산...

작년, 이맘때쯤 동서 내외와 아들과 함께 기차를 한번 갈아 타고 도착한 태백...

산이라곤 올라가본적 없던 나에게 태백은 결코 동네 뒷산 올라가듯 손쉬운 산이 아니었지만, 입에 살살녹는다는 한우괴기의

꾀임에 빠져 덥석....태백행 기차에 오르고 말았다.

물론 한우 괴기는 입에서 살살 녹았었다 ^^

 

기차에 내려 팅팅 불어 터진 오뎅꼬치를 파는 역앞을 지날때만 해도 모처럼 여행을 떠난 들뜬기분에 즐겁기만 했는데...

태백산 아래 유일사 매표소앞에서 택시에 내려 아이젠 스패치 착용하고 한걸음 두걸음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내가 왜 여기 있지?

내가 미쳤나보다, 구봉산도 아닌데 여길 따라오게.....

열발짝만 걸어 가도, 숨이 벌써 차기 시작하고, 다리엔 쥐가 나는거 같고......

내가 정말....미.쳤.지 !!! 미쳤어 !!!!!!!!

동서 내외는 눈길을 미끄러 지듯이 앞서나가고, 아들만 어지러이 헤매는 아빠를 안타까이 바라보던......

열걸음 걷다가 쉬고를 반복하고, 아지매들....할머니들에게 모두 추월 당하고...파란 하늘이 노랗게 헥헥대던...

 

그.... 태백산

 

그 똑같은 길을 오늘 다시 걷게 되었다.

 

지난주의 실수가 두렵기에.....

알람 3개를 새벽 4시 30분에 맞추어 놓고....

요란스런 교향곡 합창에 눈을 뜨게 되었다

 

진잠에서 6시 30분 탑승하고, 8시에 대전 IC 를 벗어난 한라관광 고속버스는 12시가 다되어서 태백산에 도착하였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우리보다 1시간 먼저 대전 IC를 출발한 다른 산악회 버스도 같은 시간이 태백에 도착하였는데

박달재를 넘어 국도 지름길로만 달려온 숙련된 기사님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것 같다.

 

웬만한 산은 새벽에 출발하면, 낮 12시엔 정상이나, 정상 부근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제야 산에 도착하여 산행 준비를 하다니....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버스에 내려 아이젠을 착용하고 돌아보니, 일행들이 한명도 안보인다.....이런

서둘러 매표소를 통과하고 뒤돌아 보니, 대충 보이는 관광 버스만 2~30여대....

등에맨 배낭에 묶어둔 산악회 패치만도 엄청나게 많이 보인다.

 

기억이 난다.

 

아 그래....작년에 여기서 산행을 시작했었지.

 

오늘은 유난히 날이 포근하다.

몇발짝 걷고 나서, 바로 고어텍스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다시 10분이 안되서 소프트쉘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겨울 셔츠 한장 입고 산행을 시작했다.

그래도 열이 뻗치는지, 안경에 김이 자꾸 서린다.

간혹 반팔도 보이고, 민소매 차림도 보인다.

 

그래도

 

태백은...태백이다.

 

산행을 시작하자 마자....발로, 온몸으로, 느낀다.

그래.....바로...이게 태백이었고, 이 느낌이 바로 태백이다.

작년 태백의 기억이 새롭게 느껴진다.

 

올겨울 설산을 찾아 여기 저기 다녔었지만, 태백만한데가 없었다. 역시 태백이다.

작년에 그토록 힘들었지만, 이것 이느낌 하나만은 기억을 하고 있다.

일단 발바닥이 즐겁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몸이 비명을 지른다.

 

모악산 비단길?

그길을 비단길로 불러야 한다면....

이길은 뭐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사각사각 눈이 발에 밟이는 느낌

뽀드득 뽀드득 아이젠이 새하얀 눈길을 다지는 느낌

잔돌맹이 하나 없는... 여인의 다리처럼 미끈한 길을...

 

어른 다섯이 배낭메고 나란히 어깨동무 하고 올라갈수 있을 정도로 넓고 편한길

거꾸로 생각하면 비료푸대 하나면 그 완만하고 매끈한 코스를 환호성을 지르며 내려올수 있는길

솜...

솜사탕...

뭐라고 표현해야 이해가 바르고 빠를까?

아..... 온몸으로 감탄의 비명을 느낄수 밖에 없는 길.

비단길?..에잉....택도 없다.

사진으로 보는것은 10%도 안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눈물나게 아름다운 길을

지난해엔 왜 그리 눈물나도록 힘겹게 올랐던 것일까?

한달음에 정상에 오를수 있을것 같지만, 맛난거 아쉽게 꼭꼭 씹어 먹듯이 태백을 다시 본다.

온몸으로 태백을 감상하고 호흡하고 눈으로 가슴으로 느낀다.

아.... 태.백.산..... 너무 좋다.

 

다만, 오늘이 태백 눈꽃축제 시작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다.....아주 많다...아주..

 

인파에 휩쓸려 좋은 풍경을 놓치면서.....

천제단에 한달음에 가뿐하게 올랐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같이 버스를 타고온 일행들은 찾을수가 없다.

그래도.....

이런 태백을 또 언제 올것인가?

이렇게 눈물나게 아름다운 태백을.....

이 겨울이 가기전에

사람이 이토록 많지 않은 어느 한가한날.....

다시 오고 싶다고..... 오르는 내내 생각해 본다.

 

겨울 태백은.....

눈(眼)이 아니라.....

발이 먼저 즐겁다고 비명을 지르다가

정상에 올라 눈꽃 절정인 환상의 부드러운 능선을 마주하면 두눈은 사치스런 호강에 어쩔줄을 몰라한다.

 

만일

눈(雪) 없는날

태백에 올라야만 한다면.....

김 빠진 맥주 모냥으로...

이러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것 같다.

 

 

 ┕ 유일사 매표소를 지나자 마자...... 시작되는 산행길

     이 눈길을 밟아본 사람만이 사진을 이해할 것이다.

 ┕ 내장산 단풍이 피크를 이루던 어느 일요일도, 정작 산행길엔 사람이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 설경은 산행을 시작하자 마자 장관이다.

    다들 소리지른다.

    카메라 베터리 관리 하세요.

    올라가면 더 좋은게 많아요.

    실제로 올라가서 배터리 때문에 사진 못찍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파나소닉 루믹스 Lx3 전용 배터리는 혹한에서도 끄덕없고, 수백장을 찍어도 눈금하나 줄지 않는다.

    아직까지 당일 산행에서 정품 배터리는  다 닳아 본적이 없는데, 보조 배터리는 정품 많큼 많이 찍지 못하는것 같다.

    산행시엔 만약을 대비해서 항시 보조 배터리를 3개 더 가지고 다닌다.

    정상에 올라 카메라 배터리가 없을때의 황당함을 전에 빈계산에 올랐을때 느껴봤기 때문이다. ^^

 

┕ 나뭇가지 하나 하나 마다, 감탄이 절로 인다.

    문득 미국에 있는 처남과 조카들 생각이 난다. 그녀석들 여기에 오면 비명을 지르겠구만.....

 

 ┕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니라.....무협지에나 나오는 바로 그 설국(雪國) 이다.

 

 

 

 

 

 

 

 

 

 

 

 

 

 

 

 

 

 

 ┕ 작년에도 여기를 지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스님도.....올해도 같은 분 이다.

 

 

 

 

 

 

 

┕ 드디어 숲속에 빠져 산을 볼수 없던 길을 벗어나......

    능선을 볼수 있던 첫 조망처에서.....

    주변 산들의 장엄한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 마치 CG로 얼굴만 크게 확대 한것 같아 안쓰럽다. 

    아무리 봐도......이건....CG다.

 

 

 

 

 

 

┕ 주목가지에 붙은 눈꽃을 보라.....

 

 

 

 

 

 

 

 

┕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이런 한컷, 한컷 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순간을 기다려야  했는지 모른다.

    아지매......지송합니다. 쪼매만....비켜주이소. ^.^

 

 

 

 

 ┕ 바로 여기가 천제단 이다.

     발 디딜 틈이 없어서 못오르고 옆에서 살짝....

     누군가 돼지머리에 과일을 놓고 고사를 지냈다.

 ┕ 천제단에서 장군봉을 향하는길....

     눈꽃이 표현 불가능 하게 아름답다.

     갈대밭?????

     여기는 설대밭이다.

     역광 처리도 안되는 천만화소 내 디지털 카메라로는 감당이 안되고

     수십억 화소 생 눈깔로 보아야만 그 감동을 제대로 느낄수 있을것 이다.

 

 

 ┕ 장군봉- 부쇠봉 거쳐 문수봉 가는 능선길.....

     사진 맨 왼쪽 봉우리가 문수봉 이다.

     동서랑은 작년에 여기서 그냥 하산을 했는데....

     알고보니 이번 산행 팀들도 여기서 많이 하산을 했지만....

     인파에 등산길이 정체가 되다 보니,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정상에 올라 문수봉으로의 계속 진행이 망설여 진다.   

     그래도....이왕 온길....남은길을 달려 가더라도 문수봉을 향하여 go

 

 

 

 ┕ 산능성의 상고대는 말로 표현할수 없이 아름답다.

     봄꽃이 제아무리 예쁘다 한들 이 아름다움에 비할까.....

     태백의 철쭉도 아름답다고 소문이 났다지만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철쭉이 아니라 바로 이 눈꽃 이리라.

 ┕ 비록 역광이지만 장엄하게 아름다운 모습은 퇴색이 안되고 있다.

 

 

 

 

 

 

 

 

┕ 인공지능 모드로 한컷

    물론 노출은 한단계 위로 설정

    내 카메라는 세칸 위로 설정

    설산에서 정상 노출은 엄청난 빛의 반사 때문에 정상 노출을 하면 눈을 회색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눈의 양과 빛의 반사를 고려해서 수동 노출을 조절 해야만 한다.

 

┕ 수동 생생 모드로 한컷....

 ┕ 상고대 설화를 클로즈업

 

 

 

 ┕ 장군봉에서 바라본 천제단

 ┕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감히 내 증명사진을 찍을 수는 없고.......이 앞에 아저씨 얼굴이....

 나중에 이사진 보시거들랑 막걸리 한잔 사주고 퍼가세요 ㅎㅎ ~

 ┕ 주변에 양해구하고 최 절정의 타이밍을 잡았건만, 아흑~ 이름 모르는 모델 아저씨 어디를 보시나요.

 0.1초의 타이밍을 놓치면 벌떼같은 아지매들이 바로 앞을 가로 막는데.....ㅎㅎ

표지석 앞에 아무도 없는 타이밍을 잡으려면 또 얼마간의 긴 시간이 필요할까...

그냥 뒤돌아 선다

....

사진은 순간 예술이다.

카메라를 들기전에 벌써 구도가 그려져야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초고속으로 셔텨를 눌러야만 한다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번개가 찰라의 순간을 가르듯

 

 ┕ 지난해엔 망경사로 가면서 그 꿀맛 같았던 컵라면을 사먹었었는데....

     오늘은 문수봉을 향하여.....

 

 

 

 

 

 ┕ 부쇠봉과  아름다운 우측 능선

 

 

 

 ┕ 장군봉에서 내려오는길

     눈부시게 아름다운 길

 

 

 

 

 

 ┕ 저 멀리.....보이는 장군봉과 천제단 (맨 우측 봉우리)

 

 

 

 

 

 ┕ 돌탑 우측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그 유명한 함백산 이다.

     다음에는 함백에 올라 태백 능선을 조망 하고 싶다.

┕ 여기 까지 찍고.....

    혼자 점심을 먹으려고.... 큰 바위 뒤에 홀로 앉아서 도시락을 꺼내드는데....헉...

    아침에 집사람이 보온 도시락을 싸면서 겉뚜껑을 안덮었다....... ㅡ,.ㅡ;;;;;;; 칫

    200ml 반병짜리 사온 소주도 따르는 이 없어 혼자 한잔만 마시고 넣어두고

    어차피 식은 도시락을 냉수 말아서 허겁지겁 해치운다

 

┕ 자 이제 하산길...

    여기 까지 오면서 같이온 일행들을 본적이 없다.

    사진 몇장 찍는사이에 다들 먼저 간 것인가.

    그래도 여기까지 이동중에는 늦지 않으려고 능선길을 뛰다시피 왔는데.... 

    사진 찍기 좋아하다보니 항상 후미에 처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동중에는 가급적이면 속도를 내려고 노력하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일행들을 볼수가 없다보니 더욱더 불안하다.

   

    그만 내려가야 하는데....

    아쉬움에...

    아쉬움에...

    순백의 눈꽃으로 뒤덮힌 부드러운 능선을 자꾸만 뒤돌아 본다.

    아...태백아 이제 내려가면 너를 또 언제 본다냐....

    내년 겨울까지 어찌 또 기다릴꼬...

 

            ┕ 이사진을 찍는데 얼굴이 절반만 잘리게 걸친 아저씨에게 한발짝 뒤로 가시라고 부탁하였더니 그분 일행이 몽땅 투털거린다.

                다른 사람 나오면 출력이 안되냐고..........하산시간이 급해서 대꾸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라도 이사진 보시면 이해 하시길

 

                모델은 누가 서도 상관이 없지만...

                제 아무리 사진이래도, 얼굴이 절반 잘려나가고, 목이 잘려나가고, 손목, 팔목, 발목 잘려 나간 사진은

                미신이 어쩌고를 떠나서 절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실 어딘가에서 그런 글을 본적도 있습니다)

                누군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 사진에, 자신의 눈,코,입만 살짝 보이는 안면절단 사진이 실려 있어도

                아무생각없이 괜찮다고 생각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 사진 찍을때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수고스러움이

                거추장 스럽지 않을수도 있을겁니다.

 

 ┕ 내리막길....

     수십센티....눈이 쌓여

     오르막 길처럼 넓지도, 잔돌맹이 하나 없지도 않지만

     그 큰 돌맹이들이 수십센티 눈속에 파뭍혀 길은 역시 평평하고 푸근한 길이 되고 말았다.

     아이젠을 끼고도

     감당이 안되는 두터운 눈길에

     슬렁슬렁 미끄러 지면서도 안정된 걸음걸음....

     양손에 스틱으로 스키타듯 균형잡고 미끄러져 내려온다

     발에 느껴지는 이 부드러움을......

     속보로 서둘러도 스르륵 ~ 미끄러 지면서도 

     푹신푹신 부드러운 눈길에 발목도 무릅도 부담이 없는...

     이런산은......태백이 아니고선 없는것 같다.

 

 

 ┕ 태백산 눈꽃 축제장에 도착했다. 눈으로 만든 소

     태백지역이 올겨울 가뭄이 심하다는데, 이번 축제로 많은 방문객들의 열기가 주민들의 염원과 더해져서

     이번 겨울에 큰 눈이 내릴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그리고 그 눈을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태백을 찾아 올수 있기를...

 

 ┕ 스파이더맨 - 사람이 많다 보니 이 한컷 찍기도 왜이리 어려운지.....

     사실 사람 많다는 핑계로 셔텨를 마구 눌러대고 나니... 더 예쁘게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 얼음과 눈으로 만든 자연 미끄럼틀..... 위에서 아이들이 비료푸대를 들고 줄을 서있다.

 

 

 

 

 

 

 

 ┕ 도야지 - 누군지 모르는 이 언니들 뒤로 다른 분들이 또 사진찍으려고 줄을서있다....어쩔수 없이.... ^^

 

 

 

 

 ┕ 얼음 썰매장

┕ 무슨 소원을 적어서 붙혔을까나.... 

 

 ┕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틀.....

 

 

동행들 안보이길래 다들 앞서 간줄 알았는데....

문수봉 코스를 돌고온 사람중에는 내가 선두그룹 으로 하산을 한것 같다.

몇명 하산해서 뒤풀이를 하고 계셨는데...

천제단, 장군봉에서 망경사로 하산해서 내려온 분들 같다.

어쩐지....늦어서 민폐 안끼치려고 이렇게 산에서 뛰다시피 다녔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도 부족하고....

아쉽다.

이런날

태백이 이렇게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수는 없을까

내려오자 마자

그리워 지는 태백이다.

.

.

.

 

풍아.....

또...가자

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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