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쪽엔 비가 적게 내린다고 했는데 역시 충청북도 까지 폭우주의보가 내린 상태라 불안했는지 하나 둘 산행을

내린다. 지난해초 눈수술을 해서 안경을 벗고나니 이제 비맞는것도 별일 아니다. 비오는날 안경잽이의 불편함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비 맞는건 문제가 아닌데 문제는 카메라다. 방수카메라를 챙겨가서 사진을 찍으면

되지만, 렌즈에 쏟아지는 물방울은 방수카메라도 어쩔수 없기 때문이다. 방수는 되지만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비를 맞기로 생각하고, 김장봉투 대형사이즈를 배낭에 넣고 그 안에 하나 둘 짐을 꾸린다. 만일의 경우 젖으면

안되는 것들은 지퍼백이나 비닐봉투로 한번 더 포장을 해둔다. 유사시 배낭메고 계곡물에 풍덩해도 끄덕 없을것

이다. 카메라는 원래 쓰던것과 방수카메라를 같이 챙긴다. 일기예보 말대로 폭우가 내리면 방수가 안되는 놈은 안전

하게 보관을 하고 화질이야 어떻든 방수카메라를 쓸 생각이다. 기상상황이 어찌변할지 모르니 만일을 대비해 비옷과

방수/방풍 재킷도 따로 챙겨 넣는다.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우중산행을 즐기지는 않는다. 가능하면 비 안오는 곳으로 피해 가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번주 처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면, 굳이 비를 피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피할수 없는 비라면 무더운

여름날 이니 만큼 우비도 번거롭고 내리는 비를 시원하게 맞으며 산길을 걷고 싶다.

 

 

산행지를 검토해 보니 가장 난코스를 가는 청백에서 행사를 내리지 않고 진행을 한다고 한다. 중대봉 대슬랩을 거쳐

대야산 으로 가는 코스인데 여기에 비하면 원래 가려다 비로 인해 취소했던 도장산은 무척 부드러운 곳 이다. 비오는

날은 정말 위험할것 같은 중대봉 대슬랩 코스가 묘하게 구미를 당긴다. 여산에서 활동하는 멋진산꾼 바위고개님과

네스타시님이 동행을 한다고 하니 일단 마음이 편하고, 청백에 고수들이 즐비한데 유사시 대책이 있을것 이라는

믿음도 있으니 맑은날도 가보지 못한 중대봉 대슬랩길에 동참을 한다.

 

 

 

농바우 마을 (9시5분)

 

마을지나 중대봉 가는길 등로 갈림길에 농짝만한 바위가 있다고 해서 농바우 라는 이름을 갖게된 삼송리의 마을이

오늘산행의 출발점이다. 삼송리는 수백년된 소나무 세그루가 있어서 붙혀진 이름인데, 현재 두그루는 죽고 한그루만

남아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은 장수촌 으로도 유명 하다고 하는데, 이 마을이 자리한 지반 전체가 맥반석 이라고 하며

그 맥반석에서 나오는 물이 장수에 도움을 주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차피 비 맞으러 온 산행 인지라 배낭속에 만일을 대비한 우의가 있지만 그냥 우산을 꺼내들었다.

번거롭지만 빗방울을 피해 사진을 찍기 위함인데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다. 결국 산길에 접어들어 우산이 좁은길에

방해가 되어 접어서 배낭에 꽂아넣었다.

 

폭우가 내릴경우를 대비하여 방수카메라를 보조로 들고 가고는 있지만 가능하면 쓰던 카메라로 찍으려 노력하는데

매번 찍을때마다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 한손으로 받쳐들고, 다른 한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불안정한 자세로 빠르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라 한장 찍는데 몇번을 생각해야 하고, 나중에 보면 노출도 안맞고 흔들리고 엉망이지만

현장에서는 비오는 가운데 다들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서 그걸 확인할 겨를도 두번찍을 여유도 없다.

 

 

 

 

농바위 마을 마지막집 담장에 있는 오백년된 느티나무를 지나 개울을 옆에끼고 가다가 화양골과 고모재골이

갈라지는 합수지점에서 왼쪽 화양골계곡을 택한다. 중대봉과 대야산의 하늘은 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산정엔

구름이 오락가락 한다. 비가와서 더욱 위험한 중대봉 대슬랩 릿지길을 앞두고 폭우 예보가 내린가운데 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에 거침없는 산꾼들은 山으로 향한다.

 

 

 

 

물이 불어난 계곡을 두어차례 건너간다. 

쉽게 뛰어넘지 못할구간엔 물에 빠져 도움을 주는 분이 계셨다. 


 

 

 

 

 

 

 

 

 

 

 

 

 

 

 

 

 

 

 

 

 

중대봉으로 오르는 길엔 길고 짧은 릿지구간이 여러번 나온다.

릿지화를 신어서 미끄럽지는 않지만 사진에 보이는 군데군데 바위가 짙은 암녹색으로 된곳은 미끄러워서 주의를 요한다.

 

 

 

 

산행시작후 약 한시간여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 한컷을 담는다 (10시8분)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지라 여전히 사진찍기가 번거롭다.

 

 

 

 

비가 오는 가운데 한명씩 조심해서 오르느라 여성분들 먼저 보내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비에 젖은 바위는 평소보다 많은 주의를 요한다.

 

 

 

 

 

 

비내리는 산능선에 구름이 오락가락 하니 보는이들 입에서 감탄이 절로 흘러 나온다.  

 

 

 

 

 

 

또 다시 만난 즐거운 밧줄구간...

비가 오늘 날에는 군대에서도 밧줄을 안잡았다고 누군가 한마디 던진다.

군에서 밧줄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분들은 제대후 산악회에서 1년을 활동해야 유사시 총들고 예비군

역할을 해낼수 있을것이다. ㅎ

 

 

 

 

슬링줄을 어깨에 걸고 유사시 바로바로 일행들을 당겨주는 바위고개님

 

 

 

 

바위를 기어올라..

 

 

 

 

50m 슬랩구간을 지난다.

이곳을 오르면 곰팅이 한마리가 나온다. 일명 곰바위

 

 

 

 

슬랩구간 위에 있는 곰바위

아무리 봐도 곰팅이로는 안보인다. 슬쩍보면 두꺼비 처럼 보이기도...

 

 

 

 

곰바위를 지나 능선으로 오른다.

 

 

 

 

중대봉

 

 

드디어 중대봉의 대슬랩 구간이 보인다.

매우 가파른 절벽구간, 밧줄이 잘려있다는 소리에 산대장님이 자일을 챙겨서 왔다.

 

조금전에 5-6미터 암벽 구간을 지나는데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에 앞엣분이 두어발 오르다 밧줄이 하고

끊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이 높지 않은 곳에서 밧줄이 끊어지고 운동신경이 좋은분 이어서 그렇지,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날뻔한 순간 이었다. 밧줄들이 바위에 많이 쓸리고 비까지 오는지라 삭아버린 것이다.

이 산의 밧줄들이 죄다 이모양 일텐데, 그분도 그렇겠지만 이제 이 산의 밧줄에 온몸을 다 맡길수는 없을것 같다.

 

  

 

 

앞팀이 대슬랩을 지나고 있다.

저 코스가 다른 우회 코스에 비해 경사도 심하고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나무에 가려 안보이는 아랫부분도 상당히 긴데 중간 나무까지 아래쪽으로 밧줄이 없다.

산대장님이 준비해간 자일을 절벽 중간의 나무에 걸고 일행들이 올라가는데 문제는 상단의 더 가파른 구간이다.

맨질맨질한 암벽에 밧줄 말고는 달리 의지할게 전혀 없고, 비가 오는데다 경사도 하단부분에 비해 더 가파른데 

아까 끊어진 밧줄처럼, 밧줄들이 바위에 쓸려서 온전히 믿을수 없기 때문이다.

 

 

 

 

대슬랩 하단부

산대장님이 설치한 튼튼한 자일을 잡고 중간까지 오른다.

 

 

 

 

대슬랩구간을 오르며...

 

 

 

 

대슬랩 상단부의 가파른 구간을 넘어서 완만한 최상단부

가파른 중단 부분에서는 줄을 잡고서 사진을 찍을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중간이후에는 아직 잘려지지 않은 밧줄이 두가닥이 놓여있다.

줄의 상태는 좀전에 툭 하고 끊어진 밧줄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지만, 여기서는 지금 이놈밖에 의지할게 없다.

가능하면 체중을 발에 싣고 밧줄을 잡은 손을 가볍게 하여 상태가 좋지 않은 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최대한

신속히 진행을 한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상단 밧줄구간의 최 상단부엔 누군가 새로 매단 손가락 굵기의

가는 밧줄이 나무에 매달려서 아래 상단부의 두가닥 상태가 좋지 않은 긴 밧줄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여기 코스가 지정, 비지정 이냐를 떠나서 이번에 중대봉 밧줄은 일괄 정비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삭은 밧줄이 조만간 대형 사고를 칠것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대슬랩에서 밧줄이 끊어진다면 대형인명사고는 필연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군가 실수로 두세명이 동시 밧줄을 잡고 힘을 쓰면 바로 끊어질것만 같다.

 

 

원래 중대봉은 괴산측에서 35명산을 정리 하면서 튼튼한 밧줄을 매어 달고 등산로를 개척하면서 이전까지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미답의 바위봉우리를 짜릿한 밧줄을 즐기는 등산명소로 만들어 놨는데 국립공원으로

편입이 되면서 상투적인 '비지정'을 내세워 아무런 보완 조치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중대봉에서 속리산이 지척도 아닌데... 이곳과 대야산에 속리산 국립공원 이라는 말뚝이 박혀 있다.

충북에선 마치 월악산과 속리산이 앞을 다투어 복부인 처럼 부동산 투기를 하는것 같이 보인다.

땅따먹기도 아닌데 그 먼곳까지 가서 자기네 국립공원 입네 하는 말뚝을 박아놓고 있다.

 

 

문제는 국립공원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고...

멀쩡한 산이 국립공원에만 편입되면 반병신이 되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관리할때는 밧줄도 수시로 교체하여 안전에 신경을 쓰고, 등산로를 보완하며 이정표와 안내목 및

각종 안전, 편의 시설을 잘 보완 하는데 반해, 국립공원이 하는 일이란 멀쩡한 등산로에 '비지정' 말뚝하나

박아놓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 그나마 중대봉에는 그런 말뚝도 없다. 그럴바에야 쓸데없는 국립공원

감투 씌우지 말고 그냥 지자체에서  '잘' 관리 하도록 놔두는게 좋지 않을까?

 

 

 

 

우중에 가장 위험한 구간을 다들 무사하게 통과 하였으니 맘이 편하다.

지금도 난 배낭을 내려놓고 렌즈에 빗방울이 묻을까봐 우산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있는중 인지라

바위 상태는 평소보다 미끄러울수 밖에 없다.

 

 

 

 

대슬랩 구간을 지나서 바라본 조금전에 지나온 건너편 곰바위 슬랩구간

 

 

 

 

다시 바위에 기어 오른다.

다들 바위를 만나면 애인 만나듯 즐거워 하며 우회로가 있는길도 굳이 바위로 오른다.

 

 

 

 

여기도 가파른 슬랩구간

맑은날은 크게 문제가 안될것 같은데...

릿지화를 신어도 비에 젖은 바위중에 꽃같이 검게 변한 부위는 미끄럽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릿지구간 위 바위에서 바라본 건너편 산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절경이 감동이다.

 

 

 

 

구름에 덮힌 대야산의 환상적인 모습 (클릭)

 

 

 

 

대야산

 

 

 

 

대야산의 환상조망 우측 뒤로 멀리 속리산 주능선이 늘어서 있다. (클릭)

 

 

 

 

천황봉에서 문장대 까지 속리산 주능선

그리고 그 오른쪽 앞에 늘어선 백악산 능선

 

 

 

 

구름쇼를 보여주는 대야산 지능선

 

 

 

 

힘찬 남성적인 바위산, 대야산

정상능선 중심에서 아래로 뻗은 계곡이 조양골이다.

조양골은 밀재에서 내려오는 계곡들이 연결되는 화양골을 만나 함께 농바위 마을로 흘러간다.

 

 

 

 

조금전에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던 슬랩구간 조망바위에서 조망하는 산님들

얼핏 맑은 날씨처럼 보이지만 우산을 들고 있는것을 보면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중대봉 정상 (11시25분)

 

중대봉 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바로 옆 봉우리인 대야산을 상대봉 이라고 부르던 것에 대해

상대적인 개념으로 붙혀진것 이라고 한다.

 

 

좀 이른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바위고개님이 식사중에 비를 피하자고 타프를 쳤는데 이내 비가 잦아 들더니 멈췄다.

편하게 식사 하라는 하늘의 배려인가... 덕분에 식후 잠깐동안 편하게 사진을 찍을수 있었다. 

 

 

 

 

중대봉 에서 추천하고 대야산으로 ~

 

 

 

이렇게 구름이 비켜서 있었으면 그런 엉뚱한 실수를 하지 않았을텐데...

정상은 앞에 봉우리에서 11시 방향으로 바로 옆에 구름속에 보일락 말락 하고 있는데....

왜 우리 몇명은 엉뚱한 오른쪽 끝에가서 엄청난 알바를 해야 했을까... ㅡ,.ㅡ;;

 

 

 

 

대야산 왼쪽도 운해가 장관이다.

 

 

 

 

우중에 험난한 중대봉~대야산 구간을 함께한 청백의 멋진 산님들

 

 

 

 

역광이 비추는 대야산과 운해

 

 

 

 

나뭇가지 사이로 남군자산과 군자산이 보인다.

 

 

 

 

장성봉에서 막장봉을 제쳐 제수리치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며 그 왼쪽 뒤로 칠보산이 보인다.

칠보산 왼쪽의 군자산은 구름속에 들어가 있다.

 

 

 

 

희양산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왼쪽으로 장성봉과 막장봉 능선이 보인다.

 

 

 

 

흔적 - 펜타곤님 作

 

 

 

 

 

 

중대봉에서 대야산으로 넘어가는 능선에서 앞서가는 일행들

 

 

 

 

중대봉

 

 

 

 

대야산으로 넘어가는 아름다운 바윗길

 

 

 

 

뒤돌아본 중대봉

 

 

 

 

 

 

 

 

즐거운 능선 바윗길

 

 

 

 

뒤돌아본 중대봉과 대슬랩

 

 

 

 

직벽 하강 구간

 

 

 

 

대야산은 서서히 짙은 구름속으로 잠긴다.

 

 

 

 

중대봉은 이제 저만치 내려다 보인다.

 

 

 

 

짧은 순간에 어디선가 구름이 밀려와 중대봉을 덮어가고 있다.

 

 

 

 

문제는 우리들...

희미한 구름속으로 대야산 정상이 왼쪽으로 보이는데... 어쩌다가

 

 

 

 

대야산 코 앞까지 이렇게 같이 잘 왔는데.... 어쩌다 우리는 안개속에서 이산가족이 되어 버렸나. ㅎ

바로 앞 정상 직전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가야할길을.... 오른쪽으로 가고 말았다.

 

정상직전 봉우리에서 일단의 산님들이 천으로된 타프 비스무레한 천막을 크게 2개나 치고 전원이 비를 피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무심결에 선두에 가던 일단의 일행들이 오른쪽으로 가버린것이다.

그 그룹에 속해있던 나 역시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다 몇발짝 걸어보니 아무래도 방향이 틀리고 내려가는 길이라

방금전 우리가 올랐던 봉우리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전방에 없고 멀리 다른산이 보이길래 이 방향이 아닌것

같다고 하였는데... 다들 구름에 홀렸는지.... 구름속에 정상이 숨어 있다고 하면서 고고싱을 하였으니...

 

 

 

 

 

대야산 (소창섭님 作)

 

대야산의 유래

 

산림청 선정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한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대야산은 예로부터 명산으로 유명하다. 

대야산은 대화산, 대산, 상대산, 대하산 등으로 불리우는데,1789년 발행된 문경현지에는 현재 사용하는 

'대야산(大耶山)'으로 적고 있으며 특히 철종 조의 대동지지(1861년 이후 추정) 에는'曦陽山南支上峯曰

毘盧爲仙遊洞主山西距淸州華陽洞三十里'(대야산은 희양산의 남쪽 갈래로 제일 높은 봉우리가 비로봉이고,

선유동의 주산이다. 서쪽의 청주 화양동이 30리다)라고 기록하고 있어 대야산 정상을 '비로봉(毘盧峯)'으로

부르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오리무중,,, 전방 상황이 이렇게 불투명한 가운데, 

여기 지리에 익숙하신 분이 전방 구름속에 정상이 있을거라고 말씀하니..

대야산은 글을 몇번 읽었어도 이번이 초행길 이지만 아무리 봐도 지금 가는 길은 내려가는 길이 분명한데...

가는길에 바위고개 형에게 한번더 확인을 해보니 자신있게 정상이 이쪽이라고 같은 말씀을 하신다. ㅋ

이쪽길을 잘 아시는 두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무조건 믿고 따라갈밖에....  ^&^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알바를 해도 같이 했어야 했는데, 홀로 낙오가 되어 버린 것이다.

 

 

 

 

비는 내리고...

짙은 안개속에 다들 알바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것은 생각치 못하고 전진을 하고 있다.

 

 

 

 

구름이 좀 가시고 전방이 어느정도 보이자 확연하게 이 길이 아니라는게 드러난다.

전방에 아무리 봐도 정상 같은 높은 봉우리는 안보이고 확연하게 하산길이 라는것을 알수가 있다.

다들 이제는 정상을 포기하고 그냥 내려가는 것으로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쪽은 방향도 전혀 다른 곳 이다.

 

나의 비극은 눈앞에 보이는 다음 봉우리에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등로는 앞 봉우리 정상에서 약간 못미처 우측을 따라가고 나는 등로 왼쪽 정상에 있는 큼지막한 바위에서

조망사진을 한장 찍고 가고자 하였다. 어차피 내리막 길이니 바로 따라갈수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사진을 몇장 찍고 보니...

 

 

 

 

뒤돌아 보니 정상에서 밀재로 이어지는 능선 바위길이 보인다.

정상을 안보고 바로 하산을 하더라도 저 길을 타고 갔어야 했다.

 

 

 

 

방금 위에서 말한 조망바위에 올라보니...

전방에 조항산에서 청화산으로 가는 백두대간길이 보이고 우측멀리 속리산이 보인다.

 

 

 

 

이렇게 사진찍는 조망바위 코 앞에 작은 암봉이 하나 있는 것이다. (클릭)

그리고 저 암봉에 몇분이 올라가 계셔서 설마 이곳에서 내가 낙오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조항산에서 청화산으로 넘어가는 능선에 넘나드는 운해의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잠시 운해의 환상조망에 빠져 있을때 앞서가던 일행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조망터의 이분이 마지막 희망 이었는데... ㅎ

 

 

 

 

지나온 중대봉도 한컷 담아 두고...

조망바위가 있는 정상에서 내려오니 안부에서 갈림길이다.

직진은 방금 위에서 내려다본 암봉

왼쪽은 계곡 하산길...

어느쪽으로 갔을까...

직진 방향도, 계곡방향도 등로는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닌것 같다.

일단 두명의 등산객이 있는 암봉에 한달음에 올라본다.

 

 

 

 

암봉에 계신 두분도 나와 같은 처지다.

나에게 저 안부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면 어디가 나오냐고 물어본다. 헛...

나도 잘 몰라 대수롭지 않게 답변을 했는데, 부디 그 두분은 그 계곡으로 내려가지 않았길 바란다.

 

 

 

 

대야산 정상부

 

지금이라도 저리 다시 돌아갔어야 했다.

 

 

 

 

대야산에서 중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마귀할멈 통시바위를 지나 구름속의 둔덕산으로 가는 능선길

우측뒤로 조항산이 보인다.

 

 

 

 

방금 사진찍는다고 일행을 놓치게된 이전 봉우리 (클릭)

정상의 멋진 조망터가 보인다.

등로는 정상부근에서 사진 왼쪽으로 아래로 이어진다.

내눈에 저 정상부 바위 조망터가 흘깃 보였던게 문제였다.

 

 

 

 

 

 

중대봉에서 대야산 까지 파노라마 사진들 (클릭)

 

 

대야산 정상은 바로 앞 봉우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홀로 떨어져 외톨이가 되었어도 일단 사진은 찍어둔다.

 

 

다시 안부로 내려와 바위고개님에게 전화를 해본다.

바로앞 봉우리에서 헤어졌으니 그 봉우리를 내려와 왼쪽 계곡으로 갔는지, 아니면 직진을 했는지 물어보려고 한건데

된장맞을 3G 스마트폰 같으니라고... ㅡ,.ㅡ ;;

나는 능선에 있으니 안테나가 잡히고 신호가 가는데 날버리고 간 일행들은 수신불가 지역에 있나보다.

비오는데 오다가 나눠준 산행지도도 렌즈 딱개 꺼내다가 어디에선가 빠뜨리고 나니

알고 있는 연락처는 바위고개님이 유일하다. 그런데 전화를 안받는다. ㅠㅠ

 

 

일단 뚜렷해 보이는 길부터 가보기로 한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는길....

계곡길을 따라 컴컴한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내려갈수록 길이 희미해진다.

결국 계곡을 다 내려와 안부(계곡)에 다다르니 그나마 희미한 길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건너편 능선으로 오를리도 없고, 계곡따라 하산길은 정글이고.. 한참을 내려왔는데 ...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길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야산에 이렇게 정글을 헤쳐야 하는 길이 정상일리 없다.

망설이면 뭐하나 다시 열심히 튀어 올라간다.

알바 할때의 이동속도는 통상 보통때보다 1.5배는 빠른것 같다.

 

 

다시 능선 갈림길에 도착하니 다시 안테나가 잡히기 시작한다.

다시 전화를 해보는데 역시 받지 않는다. 다 내려가서 전화를 받을건지...훔..

일단 알바중 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요청한다.

 

 

이제 남은건 아까 올라서 사진을 찍었던 작은 암봉을 넘는 것이다.

옆에서 보면 그 너머는 낭떠러진데... 일단 다시 올라가 본다.  

암봉 정상에서 너머로 길이 나있다. 길을 따라 암봉 중턱까지 내려와 본다.

중간에 벼랑에 막히고 길은 벼랑을 따라 왼쪽으로 이어진다.

결국 끝까지 가보니 3-4명이 누워 쉴수 있는 평평한 바위가 나오고 그게 끝이다.

멋진 쉼터이긴 한데... 벼랑중간에 고작 이런 쉼터를 찾아올려고 이런 길을 만들다니...

다시 다른길을 찾아 보는데, 하나 있는것이 아까 내려갔다 올라온 계곡쪽으로 내려가는

매~우 가파른 암벽길이다. 살짝 내려가 보다가 아니다 싶어 다시 올라온다.

 

 

다시 암봉을 너머 문제의 그 갈림길로 돌아왔다.

역시 전화는 안된다.

시간을 보니 대충 1시간 가량을 혼자 헤맨것 같다.

하늘이 시커멓게 되고 비가 거세진다.

우르릉 쾅쾅... 그동안 안치던 벼락소리까지 들리니 알바생 마음이 더욱 심란해진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이제 고작 2시도 안된 시간이다. ㅠㅠ

그렇게 시간이 늦은것은 아니지만, 버스를 타고온 만큼 먼저 내려간 일행들이 기다릴수 있다는 생각에...

최후의 선택으로 한참전에 지나온 정상쪽을 향해 되돌아 뛰어간다.

다시 봉우리들을 넘고 한참을 달려서 밀재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밀재길로 가면서 방향을 정리해 보니 비로소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

날 두고 사라진 일행들도 죄다 알바를 한것이다. ^&^

방향이 전혀 엉뚱한곳으로 갔으니 어느쪽으로 가더라도 되돌아 오지 않고서는 알바를 면할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거친 계곡길로 굳세게 내려갔으면 농바위 마을로 돌아갔을텐데...

그분들도 깊은 숲 어딘가에서 알바를 하느라 핸드폰 수신이 되지 않은것이다. ^&^

 

 

알바 한번에 산길이 확연해 진다는 말이 있으니 이참에 일목요연하게 알바루트를 정리해 본다.

 

1. 중대봉에서 능선따라 A 지점 봉우리에 올라서니 짙은안개에 모 산악회 사람들이 천막을 크게 치고 식사중이다.

2. 그곳에서 왼쪽으로 바로 옆에 있는 (안개로 인해 안보임) 정상으로 가서 피아골로 하산을 했어야 했는데..

3. 8-9명의 사람들이 오른쪽 황색 능선을 타고 완전 엉뚱한 방향의 알바루트로 접어든다.

4. B지점이 바로 문제의 장소로 나혼자 발견하고 사진 몇장 찍는다고 1분 가량 소모한 곳이다.

5. 밝은녹색 동그라미 지점이 두 봉우리 사이 안부로 방황의 갈림길이다.

6. 그 이후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고, 결국 다시 되돌아와 하늘색 정상 등로를 타고 용추계곡으로 하산을 한다.

7. 알바의 원인은 우리가 구름귀신에 홀린것도 있지만, 대야산 능선에 하나도 없는 안내목 문제도 있다.

   대야산엔 정상이 어느쪽이고, 하산길이 어느쪽인지 안내를 해주는 안내목이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게 바로 국립공원의 현주소다. 문경이든 괴산이든 지자체에서 관리했으면 이번 같은 실수는 생길수가 없었다.

 

 

 

 

중대봉과 삼송리 일대

 

 

 

 

구름에 가린 마귀할멈통시바위 능선

 

 

용추갈림길에서 정상은 조금만 내달리면 되는 코 앞이지만

정상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이 급사면 인데다, 엉뚱한 곳에서 한시간 알바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할것 같아 편한길로 빠르게 가기로 생각 하고 그냥 하산길로 들어선다.

 

 

 

 

대문바위를 지나면서 빠르게 샷을 날렸는데 흔들렸다. 아마 컴컴해진 하늘로 인해 길어진 노출탓도 있겠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바빠진 마음 탓 일것이다. 지도상에는 대간길 교차로인 밀재가 주 등로로 되어 있는데,

왼쪽으로 빠져 바로 용추계곡으로 진행한다.

 

 

 

 

01

02

03

물이 불어난 계곡을 두번 건너고

흐르는 수량만큼 커진 계곡물 소리 

알바만 안했어도 나도 이 친구들처럼 뛰어들텐데.. 


 

 

 

 

 

 

 

 

 

 

 

 

 

 

알바로 인해 어찌될지 몰라 신속하게 하산을 하는지라 계곡을 제대로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렇게 늦지 않아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계곡 풍경을 제대로 담았어도 되었는데...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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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 

 뭔가 빠뜨린것을 찾으려는 아주머니

수량이 적을땐 미끄럼틀이지만 지금은 위험한데


 

 

 

 

 

 

 

 

 

 

 

 

 

 

 

용추

 

문경8경의 하나인 대야산 용추계곡의 용추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곳으로 가뭄이 심할때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암수 한 쌍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윗용추와 아랫용추로 이루어졌다.

거대한 화강암반을 뚫고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 하트형으로 패인 못이 윗용추이며, 매끈한 암반을 타고 흘러내려

아래에 넓고 둥근 용추를 빚어냈다. 특히 이곳은 대하사극 '태조왕건'에서 최수종이 좌선을 하며 도선선사로부터

도선비기를 받았던 곳 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이곳은 연인들이 암반 위에 달린 로프를 잡고 접근, ‘용추의 물처럼

마르지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사랑의 명소 라고 하는데, 오늘 처럼 계곡물이 거세게 내달리는 날은 사랑 맹세하다

큰일날 수가 있을것 같다. ^^

 

 

 

 

 

수량이 적절할때는 물놀이 장소로 인기가 많은곳인데, 올해에도 새벽에 홀로 산행을 나왔던 분이 아랫용추에

미끄러져 빠지면서 사망한 곳으로 수영을 못하는 분에게는 위험한 곳이다. 지금은 수량이 많아 거센 물살이 한번

떠내려 가면 아래에서 바위들과 폭포쪽으로 떠내려갈때 제동이 불가능해 매우 위태로운 곳 인데 빠뜨린 손수건을

찾으려는 아주머니와 한손으로 밧줄을 잡고 용추 물 내려가는곳에서 노는 분들이 무척 위험해 보인다. 물살이

거셀때 용소는 회오리 물결이 있어서 수영을 잘하는 분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대야산 여름산행의 백미는 용추계곡에서 시원한 알탕을 하는 것인데, 비도오고, 예상치 못한 알바로 시간

낭비도 했고 하니 시원한 계곡물을 아쉽게 바라만 보고 간다. 산악회 사진을 보니, 정상을 들려서 피아골로 하산한

팀이 나보다 30초 먼저 용소를 들려갔다.

 

이렇게 대야산은 골마다 물이 풍부해 대하산(大河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용추골의 물은 문경 선유동으로

흘러간다. 충복 쪽에 있는 괴산 선유동과 구별하기 위해 문경 선유동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서

괴산 선유동 계곡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 계곡을 내선유동으로 표기해 놓았다.

 

 

비오늘 날에 오른 중대봉의 대슬랩과 끊어질듯 부실해 보이는 밧줄들~

능선을 넘나들던 환상적인 운해의 아름다움과 간간히 보이는 조망들~

귀신에 홀린듯이 빠져 들었던 잊을수 없는 알바의 강렬한 기억들~

 

이 모든 즐거움과 추억을 묻어두고 비만 맞을 생각으로 함께했던 중대봉~대야산의 아름다운 산행을 마친다.

우중에 안전산행을 할수 있도록 수고를 아끼지 않은 청백 대장님들과 산신령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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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 Local Hero - Phil Coulter

 

중대봉 ~ 대야산 지도

 

산행코스 :: 농바우마을 - 곰바위 - 대슬랩 - 중대봉 - 대야산 - 아르바이트 - 용추계곡 - 주차장

산행일시 :: 2011년 7월10일 비오는 일요일,  청백산악회와 함께 ~ (약6시간반 소요:: 식사 & 알바 1시간반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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