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에 드리운 구담봉과 옥순봉
지난번 옥순대교를 지나며 바라본 옥순봉과 장회나루터에서 바라본 구담봉을 두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가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이렇게 즐거운 분들과 동행하여 찾을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구담봉과 옥순봉을 품고 있는 단양(丹陽)이라는 지명은 연단조양(鍊丹調陽) 이란 말에서 왔다고 하는데
<鍊丹>은 옛날 신선이 되고자 도를 닦던 도인들이 만들어 먹었던 특수 환약이었고, <調陽>은 그 빛이
고르게 비친다는 뜻이라고 하니 단양은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장’ 이라는 뜻이다.
단양에는 8가지 경승지가 있는데 이를 단양8경 이라고 부르며 이에는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이 있다. 이중 옥순봉은 제천10경에도 들어 있으니 명소중의 명소라
할 수 있겠다. 많은 옛 성인들이 감탄하고 즐겨찾았으며, 신선들이 노닐만큼 아름다운 고장이라는 단양의
명소에서 옛 선인들의 즐거움을 공감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아서 계란재를 출발한다.
여행과산행 5월 정기산행 (9시42분)
계란재
장회나루 입구에서 제천 방향으로 1.5km 가면 산행들머리인 계란재가 나온다.
토정 이지함 선생이 금수산에 올라 이곳를 내려다보니 금계포란형의 지세, 즉 금계가
알을 품은 형국이라 하여 유래된 고갯마루다.
계란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완만한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길은 시멘트 포장길과 비포장길을 넘나들며 완만한 오름을 통해 편안하게 아름다운 숲으로 인도를 한다.
20여분 오르다 블방에 이웃님들에게 드릴 첫번째 과제물을 발견했다.
얼핏 각시붓꽃으로 스쳐보고 쪼그려 앉고 보니 다른놈이다.
어느분이 정답을 알려주실지 기대가 된다 ^^
몸이 좀 풀릴듯 하니까 옥순봉과 구담봉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10시9분)
오늘의 코스는 구담봉을 거쳐 옥순봉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일행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구담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구담봉으로 가는길
능선을 따라 가며 왼쪽으로는 청풍호를 건너 둥지봉과 가은산을 넘어 금수산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구담봉 건너 말목산이 우뚝 서 있고 멀리 뒤로는 소백산이 보이며...
오른쪽으로는 청풍호 너머 장회나루터 뒤로 제비봉이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구담봉으로 가면서 바라본 전경 파노라마 (클릭)
청풍호 건너편으로 보이는 둥지봉과 가은산
둥지봉 이란 이름은 이 산에 마치 새알을 품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새바위'라는 기암이 있는데
거기서 유래 한다고 한다.
황사가 없는 맑은 날에 기암 괴석이 즐비한 청풍호 주변의 그림같은 풍경을 보면서 걷는 발걸음이
선계에서 한가로이 소풍나온 신선의 느긋한 걸음 마냥 여유작작 하다.
사진찍으며 노는 사이에 선두는 다음 봉우리를 오르고 있다.
정상 오른쪽으로 툭 튀어나온 커다란 바위가 척 봐도 멋진 조망터다.
일행들이 저 바위에 올라서 쉬어갈 사이에 천천히 걸음을 옮겨 본다.
방금 내려선 봉우리
쾌청한 맑은 날씨에 도처가 조망 바위라 오늘도 셔터에 손이 많이 간다.
이전 봉우리에서 보았던 정상옆의 커다란 바위위에 일행들이 올라서 조망을 하고 있다.
조망바위에 올라 바라본 풍경
장회교를 건너 배를 타고 청풍호 유람을 할 수 있는 장회나루가 보이고 그 뒤로 제비봉이 살포시 앉아 있다.
충주호와 청풍호
충주호(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인공호수 인데, 댐이 충주에 있어 충주호라
이름 지어 졌지만 호수로 인해 수몰된 지역은 제천 땅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다. 호수가 차지하는 면적도
제천이 더 많다. 그래서 제천에서는 청풍면의 지명에 따라 충주호 대신 '청풍호'로 바꿔 부른다.
오래전 부터 충주호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왔는데, 근래들어 들려오는 청풍호 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
더 정감이 있어 좋다.
조망바위 봉우리에서 이어진 다음 봉우리
장회나루와 충주를 연결하는 36번 국도 호반도로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돼 있으며
호숫가를 따라 이어진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는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반대편 뒤쪽으로는 월악산이 뾰족하니 늘어서 있다.
어차피 이곳도 월악산 국립공원의 영역이고 보면 우리동네 인근 계룡산과 비교해서 월악산의 영역은
엄청난것 같다.
당겨본 월악산 하봉-중봉-영봉-월악공룡능선
드디어 건너편으로 구담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담봉(오른쪽)과 구담북봉(왼쪽)
구담봉은 가파른 절벽을 기어 올라야 한다.
구담봉을 기어오르는 일행들
보이는것 만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구담봉을 오르면서....
구담봉에 오르며 바라본 지나온 봉우리
구담봉 (10시55분)
구담봉은 기암 절벽의 형태가 거북을 닮아 구봉(龜峰)이라 불렸고 물속에 있는 바위에 거북무늬가
새겨져 구담(龜潭)이라 하니 둘을 합해서 구담봉(龜潭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겸재 정선의 구담도
구담봉에서 바라본 제비봉
이황과 기생 두향
구담봉 뒤로 보이는 말목산의 우측 청풍호 자락에 관기 ‘두향’의 묘가 있다.
이곳 출신으로 일찍 조실부모한 두향은 단양고을 퇴기인 수양모 밑에서 자라다가 13세에
기적에 오른 후 16세에 황초시라는 사람에게 머리를 얹었다.
그러나 세달 만에 황초시가 죽자 두향은 본격적인 기생의 길로 나선다.
시화와 풍류에 능했던 두향은 조선 명종 2년(1548년) 단양군수로 왔던 퇴계와 시문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나누던중 퇴계가 풍기군수로 발령이 나면서 그와 헤어지게 된다.
퇴계의 학문과 인품을 흠모했던 두향은 구담봉 근처에 초막을 짓고 은둔생활을 했고 10년후
퇴계가 안동에서 타계하자 두향은 강선대에 올라 신주를 모셔놓고 거문고로 초혼가를 탄 후
부자탕을 마시고 26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쳤다.
두향의 묘는 말목산 산자락에 있으나 말목산이나 구담봉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청풍호
건너 제비봉에서만 볼 수 있는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
제비봉의 유래
연비산이라고도 불렸던 제비봉은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 방면에서 이 산을 바라보면
충주호쪽으로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바위 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처럼
올려다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며 또한 다른 유래로 옛날 천지개벽 때 온나라가 물속에 잠겼을때
저산이 봉우리에 제비가 앉을 만큼만 남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장회교와 설마교
구담봉에서 바라본 옥순봉
구담봉에서 바라본 구담북봉
시간이 이른 관계로 식사는 구담북봉에서 하기로 한다.
구담봉 정상부
구담봉에서 북봉으로 향하면서...
흙탕물이 유입이 되었는지...
청풍호의 옥색 물빛이 아쉽기만 하다.
뒤로 보이는 말목산엔 슬픈 전설이 전하고 있다.
옛날 하진 마을의 안동장씨 문중에 장군감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그가 탈 용마도 용소에서 태어나
소리를 지르곤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조정에서 내려와 아기를 가마솥에 넣고 솥뚜껑을 맷돌로
누른 다음 불을 때서 죽이고, 용마도 큰 소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였는데 용마를 목매어 죽인 산 이라
해서 말목산이라 했다고 한다.
또한 충주호 건너편에 있는 제비봉에서 보면 정상에서 서쪽으로 남한강을 향해 있는 능선의 모습이
물을 먹으려고 머리를 내민 말의 목 같다고 해서 말목산이라 한다는 설도 있다.
구담북봉
구담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장회나루와 제비봉
장회나루는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충주호 관광의 최고 비경지로 꼽히고 있다.
나루의 협곡을 단구협(丹丘峽)이라 불렀는데 이는 조선시대 김일손이 이곳 경치에 매혹되어
‘열걸음을 걷다 아홉 번을 되돌아볼 만큼 절경이다’고 칭찬하면서 붙여진 이름 이라고 한다.
장회나루유람선(043-851-5771)은 1시간 동안 구담봉과 옥순봉을 거쳐 제천의 청풍나루까지
왕복한다. 운항시간은 09:00~16:30 이며, 요금은 가장 짧은 구간인 제비봉~구담봉~옥순봉 코스의
경우 성인 기준 1인당 1만원이다.
구담봉
중국의 소상팔경이 이보다 나을 수 없다며 구담봉을 극찬한 퇴계가 구담봉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 한수를 남겼는데 이는 구담봉에 집을 짓고 기거하던 은자(隱者) 이이성을 생각하며 지은 시
라고 알려져 있다.
曉過龜潭月在山
(효과구담월재산) 새벽에 구담을 지나노라니 달은 산마루에 걸려있네
高居想像有無間
(고거상상유무간) 높이 웅크린 구담봉은 무슨 생각 저리 깊을까
主人今作他山隱
(주인금작타산은) 예 살던 신선은 이미 다른 산으로 숨었으리라.
鶴怨猿啼雲自閒
(학원원제운자한) 다만 학과 원숭이 울고 구름만 한가로이 흘러갈 뿐
구담봉(왼쪽)과 지나온 봉우리들...
구담북봉 정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때 이른 점심 식사를 한다.
느릿느릿 구경하며 왔는데도 예상보다 진행속도가 빨라서 조망이 좋은 북봉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식사터에서 바라본 구담봉
오르는 것 만큼 내려오는 길도 가파르다.
구담북봉을 내려서다 만난 큰구슬봉이
북봉과 말목산 사이에 동떨어져 서 있는 암봉
북봉에서 내려다 보았는데 저 암봉도 오른쪽으로 돌아 오를수 있을것 같다.
철모바위로 착각한 조망바위에서...
널찍한 철모바위에서 다른팀이 식사를 하고 있다.
철모바위에서 쉬는 우리 일행들 (12시32분)
철모바위에서 바라본 옥순봉
아래로 내려가서 두번이나 계곡과 청풍호 물이 만나는 지점을 지나야 한다.
비가 내려서 수위가 올라가면 가파른 산 사면을 따라 물을 건너야 할 것 이다.
당겨본 옥순봉
옥순봉의 전설
희고 푸른 바위들이 대나무 순 모양으로 힘차게 우뚝 치솟아 옥순이라 불리는 옥순봉은 절개 있는
선비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절경을 연출한다. 조선명종 때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부임할때 관기였던
두향은 그 절경에 반해 이황 선생에게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달라고 청을 넣었다고 한다.
이에 이황 선생이 석벽에 ‘단구동문’이라는 글을 암각하여 이곳을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고 한다.
뒤에 청풍부사가 남의 땅에 군 경계를 정한 자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옥순봉에 가보니 글씨가 힘차게
살아있어서 누구의 글씨냐고 묻자 퇴계의 글씨라고 하니 감탄하면서 옥순봉을 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옥순봉도 - 김홍도 (보물 782호)
천재화가 단원 김홍도가 정조때 연풍의 현감에 임명되었는데 이때(1796) 옥순봉도(玉筍峰圖)를 남겼다고 한다
옛시절 선비들의 한가로운 뱃놀이가 이제는 유람선을 타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볼수 있게 되었다
올려다본 철모바위와 구담봉
그 왼쪽으로 청풍호 따라 뒤로 보이는 말목산
옥순봉으로 능선을 타고 가다가 바위가 잘 보일것 같은 샛길 바위를 타고 올라 옥순봉을 바라보았다.
옥순봉으로 오르는 등로에서 쉬고 있는 일행들이 나를 보고 있다.
등로에서 이곳 바위의 진입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저곳에서 눈짐작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진입로를 찾아 들어와야 한다.
옥순봉 하단의 기암이 잘 보이는 곳 까지 접근을 하였다.
청풍호 건너편 둥지봉과 가은산 앞을 유유히 떠가는 유람선과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
옆의 산자락과 함께 파노라마로 엮어 보았다.
옥순봉/구담봉 갈림길에서 구담봉을 거쳐 지나온길...
옥순봉 정상에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구담봉 ~ 북봉 ~ 옥순봉길은 비지정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가파른 구담봉도 비지정이 아닌데, 남들 다 다니는 평탄한 길을 비지정으로 묶어둔 까닭은
무엇일까.... 국립공원의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관리의 문제인지 통제 구간도 많아지는것 같다.
옥순봉 직전에 바라본 괴곡리, 계란리 방향
옥순봉 (13시38분)
옥순봉에서 바라본 둥지봉과 가은산
가은산의 전설과 이름 유래
가은산은 한문으로는 可隱山 으로 되어 있어 은둔의 산으로 보이는데 원래 토박이 주민들은
가은산을 '가는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옛날 마고할미가 이 산에 놀러왔다가 반지를 잃어버려 반지를 찾기 위해 온 산을 뒤지게 되었는데,
모든 능선과 골짜기를 샅샅이 찾아다니다 아흔아홉 번째 골짜기에서 겨우 반지를 찾았다고 한다.
반지를 찾은 마고할미는 “이 산에 골짜기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한양이 들어설 자리였는데
하나가 부족하여 한양이 못 될 땅이니 그만 떠나야겠다”는 말을 남긴 채 가버렸다 하여
'가는산' 이라는 순수 우리말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게 어쩌다 가은산(可隱山)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일제시대에 순우리말 이름의 지명이 한문으로
억지로 바뀌면서 비슷한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혹시 여기도 그런 사연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흔적
되돌아 내려와 올려다본 옥순봉
옥순봉에서 내려와 바라본 옥순대교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옥순대교는 충주댐 건설과 청풍호의 담수로 인해 발생한 충북 수산면과
청풍면 일대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된 대교로 교량으로 길이 약 450m에 달한다
그림같은 선경
흰깨다시하늘소
이녀석이 해충으로 오인 받았는지 밟아 죽이라는 소리에 사진만 찍고 돌려 보냈다.
다시 오전에 올랐던 옥순봉/구담봉 갈림길로 올라와 계란마을로 하산을 한다.
사진과 같은 그림이 보이는 곳에 농가의 비닐하우스 같은 것이 하나 있는데 혹시나 해서
안을 들여다 보니 웬걸.... 냉장고가 윙윙 거리는 소리에 안을 보니 시원한 음료수가
가득 들어 있다. 빙고 ~
그렇지 않아도 갈증이 나고, 내려 가봐야 매점하나 없는데 잘되었다 싶었다.
시원한 이온음료 한캔을 들이키고 나니 갈증이 가시고 개운한데, 사장님 표정은 밝지가 않다.
국립공원 내 라서 이렇게 음료수 캔 파는것도 단속의 대상이라나...
등로 입구에 매점도 없고, 바가지 상술도 없고,,, 목마른 등산객들에겐 오아시스가 분명할텐데
대책없는 단속만 하지 말고, 그냥 모른체 놔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산행종료 (14시57분)
산행을 마치고 예약해둔 식당을 찾아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 버스를 세운다.
내려서 옷을 걷어 부치고 맑은 물에 들어가 개운하게 땀을 씻어내니 비로소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땀흘리며 정신없이 보냈던 하루가 정리가 된다.
담봉이네, 순봉이네 집에 들러 잘 놀다 왔고, 근처 사는데 눈인사만 하고온 비봉이네와 지봉이네는
다음기회를 기약해 본다.
구담봉, 옥순봉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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