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의 환상 조망 : 강릉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의 정동진리, 안인진리, 임곡리 사이에 있는 괘방산은 산줄기의 모양이 과거에 급제하면

합격자의 명단을 붙이던 방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옛날 선비들이 등명락가사에서 공부를

하다가 새벽에 괘방산에 올라와 바다를 보며 과거급제를 기원했다고 한다.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이곳에 커다란 두루마기에 급제한 아들과 아버지의

이름을 나란히 써놓은 방을 붙였다고 하는데,  임금에게 합격증서인 홍패(紅牌)와 백패(白牌)를 받으면

그 집안의 하인이나 방꾼들이 집으로 희소식을 알리고 괘방산에 방을 걸었다고 하며, 이 산이 있어서 강릉

지역에 과거 급제한 사람이 많이 나왔다고도 하니,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은 한번 올라봐야 하는 산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산행 들머리는 안인진이나 정동진을 택할수가 있는데 주차에 부담이 없고 일출을 마주보고 산행할 수 있는

안인항 앞 들머리가 낫다고 한다. 코스는 안인진 - 삼우봉∼괘방산∼괘일재∼당집∼정동진 으로 이어지는

약 9㎞의 거리로 3시간이 걸린다.

 

 

 

안인진 주차장에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지난번 동해에 내린 폭설의 영향으로 낮의 온도가 영상10도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눈이 많이 쌓여 있다.

한사람이 다닐수 있는 정도의 길만 러셀이 되어 있고, 등로 밖으로는 허벅지 까지 푹 빠진다.

 

 

 

뒤돌아 보니 우리가 출발한 안인항 뒤로 염동 화력발전소에서 구름 같이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섬하나 없는 동해바다 저멀리 수평선 위로 시린 겨울 하늘이 푸른 바닷물색을 닮아 있다.

흰 포말을 길게 늘어뜨리고 쪽빛 바다를 가르는 어선 한척이 단조로운 그림에 포인트를 준다.

복잡한 도심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네들 가슴이 탁 트이며 어디선가 와~ 하는 탄성이 흘러 나온다.

그렇게 감동할만한 절경은 아니지만 이게 바로 바다가 가진 매력인듯 싶다.

 

 

 

바다 반대편으로는 선자령을 지나 진고개로 가는 백두대간의 힘찬 마루금이 길게 늘어서 있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능선길이 꽤 멀리 보인다.

 

사실 이 괘방산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난 1996년 9월 18일 25명의 공비가 잠수정을 타고 내려와

이 곳 산 아래에 정찰조를 보내 놓고 해변에 바짝 뒤꽁무니를 대다 스쿠루가 고기잡이 그물에 걸리는 통에 좌초 되면서다.

새벽 1시에 한 택시기사의 신고로 추적하기 시작했는데 공비들이 괘방산 줄기를 타고 화비령을 거쳐 청학산 에서 11명이

총으로 자살했던게 발견되면서, 한명이 체포되고, 11월 5일 마지막 정찰조 2명이 사살될때까지 우리측에도 오발 포함 17명의

목숨을 빼앗겼던 사건이다.  그 이듬해 강릉시청 등산팀이 이 곳을 안보 체험로라는 이름으로 등산 코스 둘을 만들어 놓았다.


 

 

 

진행방향의 가야할 능선길...

앞의 봉우리를 넘고 뒤에 있는 봉우리를 지나서 가야한다.

아마도 뒤에 있는 저 봉우리가 삼우봉 일것 이다.

 

 

 

봉우리를 넘어서는 우리님들...

오르내림이 심하지는 않지만 작은 봉우리들을 여러번 넘어야 한다.

 

 

 

뒤돌아본 지나온길...

안인진은 중간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뻗어 있고 좌측 능선 끝 너머로 멀리 백두대간의 대관령 능선이 보인다.

 

 

 

다시 전망이 좋은 곳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 본다.

 

 

 

사람 한명 다닐만한 폭으로 등로가 러셀이 되어 있다 보니 간혹 정동진을 들머리로 삼고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산행을 하는 분들을 만나면 서로 기다렸다 가야 한다.

스패츠를 하고 러셀된곳 밖으로 걸을수도 있겠으나 경사진곳에서는 위험하다.

 

 

 

삼우봉을 오르는 일행들...

 

 

 

삼우봉에 서니 조망이 시원하기가 그지 없다.

뒤에오는 중년의 남녀가 괘방산을 두고 쾌방산이다 아니다 계방산이다 하고 논쟁을 벌인다.

알고 보니 잘못된 지도에 쾌방산 이라고 나오나 보다.

두분에게 괘방산 이라고 말씀 드리고 의미를 잠시 설명해드린다.

 

 

 

조망이 시원한 삼우봉 눈밭에 앉아 식사를 한다. (12시20분)

 

 

 

흰눈에 덮힌 산자락 아래로 박정희 대통령의 전용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는 안보전시관과

차분하게 가라앉은 쪽빛 동해의 고요한 풍경이 근사하기만 하다.

 

 

 

멀리 괘방산 정상이 있는 봉우리의 통신탑들이 보인다.

 

 

 

흰눈에 덮혀 있는 안보전시관 앞으로 펼쳐진 쪽빛 바다가 아름답다.

조금 당겨보니 안보전시관의 박대통령 전용기가 잘 보인다.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고어자켓과 보온옷은 배낭에 넣고 셔츠만 입었는데도 더워서 팔을 걷고 나니 배경에 깔린 흰 눈이 뻘쭘하다.

 

 

 

삼우봉에서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쉬다가 길을 이어간다.

적설량이 엄청나서 아이젠을 하고 있지만 가파른 내리막길 에서는 죽죽 미끄러 진다.

날이 따뜻하니 눈이 녹고 있는지라 수분을 잔뜩 머금은 눈은 축축 하면서도 미끄럽다.

 

 

 

아마도 이번 산행이 올해 마지막 눈밭 산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해본다.

 

 

 

한참을 걷다가 다시 뒤를 돌아 본다.

 

저 멀리 해안선 바깥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곳 근처가 우리가 출발한 지점이다.

안인진에서 정동진 까지는 총 9km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등로에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서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통상 3시간 코스라고 하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아서

속도를 낼수가 없고, 눈이 많이 쌓여 있으니 러셀된 곳이라 할지라도 단단히 다져진 곳을

밟지 않으면 푹푹 빠지고 속에서 녹는 눈에 미끄러지니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속도를 낼수가 없다.

 

 

 

봉우리를 몇개 넘으니 아까는 저 멀리 보이던 통신탑들이 있는 정상에 도착하였다. (13시55분)

통신탑 시설물이 있는 곳은 통제구역이라 들어갈수가 없고...

괘방산 정상은 등로에서 약간 오른쪽에 있는데 눈때문에 러셀된 곳만 밟다보니 다들 모르고 지나친다.

 

하긴 정상에 가도 정상석 하나 없다고 하니 강릉시에서 이곳에 오려고 왕복 7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먼거리를 찾아오는 등산객들을 위해 예쁜 정상석 하나 세워 놓는것은 어떨까?

 

 

 

통신탑이 있는 정상을 지나는데 아직도 온길보다 가야할 길이 더 멀다.

실제론 그리 많이 걸은게 아닌데, 미끄러운 길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니

많이 걸었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이 두터운 눈길도 얼마후면 따스한 햇볕에 모두 녹아내릴 것 이다.

 

 

 

눈밭에서 엎어지고 뒹굴고...

일행들은 올해 마지막 눈산행이 될지도 모르는 이 길이 무척 즐겁기만 하다.

 

 

 

진행방향의 산들과 해안선 조망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멀리 정동진과 썬크루즈가 보인다.

괘일치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등명락가사가 나온다.

 

괘방산 중턱에 있는 등명락가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지은 사찰로, 처음에는 수다사라고 하였으나,

고려 초기에 등명사라고 개명하였다고 한다. 현재 사찰 건물은 1957년에 새로 지었다.

전설에는 임금의 눈에 안질이 생겨서 점술가에게 물어보니, 정동에 있는 큰절에서 쌀뜨물이 동해로 흘러

용왕이 노하여 안질을 앓게 되었다고 하자 왕명으로 사찰을 폐사시켰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또 조선조 초기,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정동에 '등명'의 불을 끄면 불교가 망한다는 유생들의 상소에 의해서

폐사되었다고도 전해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강릉도호부 동쪽30리에 위치한다 하며 등명이라는 명칭은 강릉의 등불과 같은

존재이며,  또한 서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며 삼경(심야)에 뒷산(괘방산)에올라 불을 밝히고 기도하면 과거에

급제 한다 하여 연유 하였다 한다.

 

 

등명사와 왕의 안질 에 대해 지역 주민의 구수한 강릉 사투리 버전으로 살펴 보자

 

신라땐데 절에 중이 개락이었는데 신라때 왕이 눈에 삼이 세가지구 아무리 쎄도 안낫드래.

그래서 왕이 점장이 한테 물었데. 왕이 점을 하니 점쟁이 말이 정동쪽에 절이 하나 있는데

그 절에서 쌀을 자꾸 쎄서 물이 마카 바다루 들어가는 눈이 그렇다 그러드레.
임금이 삼눈이 세서 그 절을 없애라고 해서 그 절을 없애라고 명령으 내렸데.

그래 이제 나라에서 임금이 절을 없애우라 하니 그만 불을 확싸질러노니 임금이 눈이 낫구 나라가 잘되었데.

<이상복(남.73)구정면 학산리 1992.6.8 (출처) 강릉시청 홈페이지>


 

 

 

당집

 

이곳에서 우측으로 길을 잡고 정동진으로 가야 하는데...

다들 그대로 등명항 쪽으로 간다.

 

 

 

영상의 온도에서 걷는 순백의 눈길...

아마도 다시 이런 눈길을 만나려면 꽃이 피고 낙옆에 져야만 할것 같다.

 

 

 

지나온 정상부의 통신탑이 저 멀리 보인다.

 

 

 

 

강릉시청에서 왜 이런걸 수집해 놨는지 모르지만 괘방산의 전설에 대해 조사를 하는 가운데

아래와 같은 지역 주민의 강릉사투리 원어로 시청 홈페이지에 보관되어 있는게 있다.

위에서 설명한 괘방산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참고삼아 한번 살펴보고자 옮겨 왔다.

 

괘방산의 송정의 전설


저게 괘방산이라는 게 있사.

괘방산. 고냥이(고양이)같이 생긴 산이기 때문에 괴봉산이라 했는데

그기 저기 시방도 있는데 그 산이 시방 이래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전에는 송정이라고 송정동.

거긴 쥐행국(형국)이고, 괴봉산을 고냥이란 말이야.
그래서 양쪽에 댕길려면 거게 다리를 놔야 되겠는데 이 다라리는 놓으면 송정이 요 쥐가 고냥이한테 죽거든.

그래서 송정서 다리를 못놓게했사. 이 고냥이한테 쥐가 죽게 됐으니

그 다리만 놓으면 고냥이가 건너와서 쥐를 잡아먹으니 그래서 그 다리를 못놨데.

그전에 옛날 얘기고 시방도 그 다리가 없사. 시방도 다리를 안놓고 있사.

시방도 그 산을 보면 고냥이같이 생겼어. 그 산이.

저기는 쥐같이 생겼는데 쥐꼬랭이가 이렇게 나가고 대가리가 저 안목 죽도라는데가

그게 대가리가 되고 이래 쥐가 생긴게 됐사. 그게 전설이야.

<황필원(남.75)강릉시 두산동 1992.6.5 (출처) 강릉시청>

 

 

 

 

아마 정동진으로 직접 가려면 저 능선을 넘어가야 했을 것 이다.

 

 

 

지능선 너머로 하슬라 아트월드가 보인다.

 

하슬라 아트월드

 

3만3,000여평의 산기슭에 조성된 하슬라 아트월드의 조각공원은 바다의정원, 소나무정원, 시간의 광장을 비롯한

소똥미술관, 아트샵 갤러리, 바다전망대, 체험학습 프로그램 및 놀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자연식물은 물론

예술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복합 문화예술 공원 이며, 공원 내에 미적 감각을 갖춘 이색적인 뮤지엄 호텔이

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동진으로 가고 있는줄 알았다.

그냥 앞사람만 따라가다 보니 어디로 내려가는지 몰랐던 것 이다.

 

 

 

등명항으로 하산을 완료하고 (15시20분)

버스를 타고 정동진으로 이동하였다.

 

 

 

정동진... 참 오랫만이다.

정동진 해변으로 나가는데 역에서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달리 해변으로 나가는 길이 없어 보인다.

해변으로 나가는데 역에서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걸 생각할 겨를이 없이 동해바다 앞으로 달려갔다.

 

정동진은〈한양(漢陽)의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있는 나루터가 있는 부락〉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위도상으로는 서울특별시 도봉구에 있는 도봉산의 정동쪽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신라때부터 임금이 사해용왕에게 친히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2000년 국가지정행사로 밀레니엄 해돋이축전을

성대하게 치른 전국 제일의 해돋이 명소이기도 하다.

 

원래 정동진은 탄광촌 '정동'이었다.

91년 탄광이 문을 닫자 찾는 이는 없고 떠나는 사람만 늘어나 한적하고 쓸쓸한 마을이 됐다.

여느 한적한 시골과 다를 바 없었던 이곳에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이 다시 이어진 것은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이다.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잘 알려지자 청량리역에서 해돋이열차가 운행되면서 유명한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극작가 신봉승씨가 지은 시를 역내 해안가 쪽에 새겨 세워 놓았다.

시비에 낙서가 많아서 간혹 사람들이 낙서비 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수평선

파도

늘 동경하는 겨울 바다

그 쪽빛 차가움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썬크루즈 리조트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정말 산으로 갔다.

 

썬크루즈 리조트

 

썬크루즈는 전국 제일의 해돋이 관광지인 정동진 해안절벽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테마형 육상 크루즈 리조트 로서
호화 유람선을 테마로 한 아주 특별한 사계절 휴양지로 2002년 오픈 하였다.

조선소에서 특별주문 제작한 길이 165미터 높이 45미터의 3만톤급 실제 유람선 이라고 하는데 정말 물에 뜰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호화 유람선을 모티브로 하여 독특한 설계를 자랑하는 썬크루즈는 일출과 동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211개의 콘도형 객실과 호텔형 객실이 있으며, 식당, 나이트클럽, 해수풀장 등 각종 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반대쪽...

누구나 상상하는 겨울 바다의 풍경 그대로다.

 

 

 

해변의 연인들...

 

 

 

정동진 역을 빠져나가는 강릉발 대구로 가는 무궁화 열차를 보면서 오늘 여행과 산행의 모든 일정을 마친다. (16시6분)

 

 

 

 

이후 주문진 항으로 이동...

육지 촌놈들 바닷가 가면 늘 하는일이 있으니... 바로 싱싱한 회에 소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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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방산 등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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