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편백나무숲 연분암길을 거쳐 매봉길로

 

 

처럼 긴 추석 연휴라 그런지 예년과 달리 명절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귀성에 쫒기지 않고 넉넉한 여유를 보여준다.

연휴와 주말사이에 징검다리 처럼 놓여있는 금요일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동서들이 캠핑을 가자고 하는것을 사양

하고 지난밤 가족들과의 늦은 술자리에 지친 몸을 쉬고 있는데... 친구 생각이 난다. 담배는 십분이 멀다 않고 피워대는

녀석이 술은 한잔 마시지 못해서 오랫만에 만나서 맹숭맹숭 물한잔 마시고 어색하게 헤어진것이 마음에 걸린다. 

 

(岳)산은 늘 악(惡)산 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모악산은 말 그대로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산이다.

모악산은 정상 아래의 쉰길바위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이다 라고 해서 모악산으로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호남 4경에

드는 모악산은 20여개의 등산로가 있으며 그중에 구이 관광단지, 중인동, 금산사를 기점으로한 코스가 대표적이다.

어릴적에는 자전거를 타고 칡뿌리를 캐러 다녔었는데, 고향집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15분 거리에 중인동의 모악산 자락에

도착을 하게 된다. 오늘은 그동안 다니던 구이쪽이 아닌 중인동 으로 기점을 잡았다.

 

행이 처음이고 오랫동안 운동과 담을 쌓고 골방에서 골초 생원 노릇만 해온터라  친구녀석의 건강상태는 척 보아도 무척

부실해 보인다. 어릴적부터 느릿느릿 하고 순하기만 해서 별명이 영감탱이 였는데 마흔 중반에 진짜로 영감이 되버린것

같아 근래 볼때마다 등산을 권하곤 했는데 혼자가기가 쉽지 않고 산을 오르는데 자신이 없어 하는것 같아 슬쩍 가볍게

모악산 자락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꼬셔서 차에 태우고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일단 시원한 산바람만 쐬어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 이었다. 정상은 커녕 가까운 암자도 못걸어 갈것 같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중인동 모악산 입구

추석 연휴라서 그런지 중인동 모악산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하다.

좁은 마을 진입로를 통하여 주차장으로 진입을 해야 하는데, 오고 가는 차들로 골목길은 자주 마비가 된다.

 

 

중인동에서 모악산을 오르는 코스는 총 8개 코스로 되어 있다.

오늘의 코스는 산행이 처음인 친구를 위해 완만한 연분암 길로 올라 매봉길로 내려오는 것이다.

일단 금선암이나 연분암 까지 가서 친구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경우 바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금선암이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 연분암으로 길을 잡는다.

 

 

갈림길에서 보이는 금선암

 

 

물봉선화

 

완만한 연분암 길엔 물봉선화가 많이 피어 있다.

 

 

조금 오르니 피톤치트를 많이 뿜어낸다는 편백나무 숲에 다다른다.

연분암길은 이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에서 강한 기가 느껴지는듯 하다.

 

 

편백나무 숲에 시에서 멋진 휴식 나무 데크를 만들어 두었다.

이런 곳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밤새 들이킨 피톤치트로 온몸의 피로가 싹 가실것 같다.

올망졸망한 손주들을 데리고 와서 편백나무숲 한구석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쉬고 계신 어느 할아버지를 보니

도심 아파트 생활에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을 하는데 조금 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할아버지의 사랑이 보이는것 같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완만하고 편안한 산길을 조금 더 오르면 독경소리가 조용히 들려 온다.

 

 

주차장에서 벌써 2km가 넘게 걸어 왔다.

오랫동안 운동과 담 쌓고 살아온 친구의 첫 산행이라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의외로 선전을 하고 있다.

 

 

 

연분암

 

또는 염불암 이라고도 불리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분암이 어감이 좋다.

연분암 에서는 매주 일요일 12시면 국수를 손님들에게 나눠 주신다고 한다.

지금은 돌아가신 무진스님이 살아계실때 오래전부터 손님들에게 국수를 나눠주시던 것을 지금도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국수 한그릇으로 인해 손님과 스님과의 연분을 쌓아가고, 산객과 부처님과의 연분을

쌓아가는 것인가 보다.

 

 

 

연분암의 꽃

 

 

연분암 양심 커피 자판기

간혹 무인동전 교환통에서 동전을 꺼내 공짜 커피 공양을 하는 꼬마들도 있다고... ㅎㅎ

 

 

연분암 약수

수량은 많은데 물이 생각만큼 시원 하지는 않다.

 

 

연분암에서 10여분 오르면 모악산 주능선과 매봉 방향으로 갈라지는 능선 삼거리가 나온다.

 

 

연분암 부터 계단길로 이어진 길이 조금 가파르자 뒤따르던 친구와 놀멍 쉬멍 짧은 길을 몇번을 쉬어서 간다.

힘들다고는 하는데, 매봉 정상이 코앞이라 그런지 돌아가자는 소리 없이 잘 참고 따라온다.

 

 

드디어 능선에 올랐다.

대단하다 친구야 ~

십년이 넘도록 등산은 커녕... 걷기도 제대로 안했다더니...

 

이정표가 통일되지 못한게 보인다.

연분암 이라고 알고 왔는데, 여기서는 염불암 이란다.

연분암이 염불암 이라고 불리운다고는 하지만, 초행자들을 위해 표지목은 주차장 입구에 나오는 안내지도와 명칭을

통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매봉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따로 정상석이 있는것도 아니고, 능선을 타다보니 특별하게 솟지 않아 별개의 봉우리 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매를 닮아서 매봉이라고 했다는데,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전체적인 형상이 매를 닮았는지는 알수가 없다.

원래 산속에서는 산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것이다.

정상에서 조망은 없지만 금산사 쪽으로 열발짝만 걸어가면 조망을 볼수가 있는 조그만 바위턱이 나오고...

능선을 따라 매봉길로  내려가면 곧 멋진 조망터가 나온다.

 

 

매봉정상은 사방이 나무로 막혀있어 조망이 불가능 하고...

금산사 쪽으로 십여미터 가면 이렇게 정상이 조망 된다.

정상 까지는 능선을 따라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매봉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금산사

 

매봉에서 금산사 쪽으로 열발짝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아래 바위에서 금산사 방향의 조망이 가능하다.

정상에서 잘보이던 금산사는 맨 아래 작은 봉우리에 가려져 매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금산사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담은 매봉에서 바라본 금구 방면과 중앙의 구성산

 

 

매봉에서 바라본 모악산 정상에서 금산사 쪽으로 뻗은 산줄기

 

 

매봉에서 능선을 타고 매봉길로 하산을 하는 길이 조망도 좋고 아름답다.

매봉에서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사방으로 조방이 탁 트인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곳 이라고 하니... 내려가기가 싫어진다.

노을을 보려면 오후 4시쯤에나 올라오면 될것이다.

저 넓은 평원을 보고 있노라니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녁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된다.

 

 

노을 전망대 전경

 

사방으로 조망이 무척 시원스럽다.

특히 평야지대로 활짝 펼쳐진 노을이 질곳을 바라보니, 저녁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된다.

다음엔 꼭 이곳에서 노을을 보고 싶다.

 

 

 

노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주시

 

 

노을전망대에서 바라본 붉은 저녁노을이 펼쳐질 평원

오늘 같이 조망이 시원스런 날은 서해 까지 보일것이고, 저녁 노을은 환상적일 것 이다.

 

 

노을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악산 정상

 

 

매봉길 노을전망대에서 바라본 구성산과 천년고찰 귀신사.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신라왕실의 지원을 받아 건축한 10개 사찰중 하나로, 보물 제826호

대적광전이 있다. 원래는 구순사(拘脣寺)라 불렀으며 국신사(國信寺), 귀신사(鬼神寺) 등으로 수차 개칭되었다.

구순사는 절 주위의 지형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구순혈형(拘脣穴形)인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풀이되고 있는데 대적광전 뒤쪽

고대(高臺) 위에 세워진 3층 석탑과 석수도 풍수지리설에 따라 비보(裨補)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유래는 아직 분명하지가 않고, 다른설에 의하면 귀신사가 밀교사상과 관련이 있을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 절은 고려말에 왜구 300여명이 이곳에 주둔했을 만큼 규모가 커서 주변 일대에 전각과 암자가 즐비했으며, 임진왜란 때는

승병을 양성한 곳으로 전해진다. 현재 경내에는 대적광전, 명부전, 요사채가 남아있고 최근에 영산전을 신축했다.

 

 

귀신사를 좀더 당겨 보았다.

사진 우측 중앙에 위치한 사찰이 귀신사 이다.

 

 

그렇게 완만한 능선을 타고 내려가니 이번엔 또 다른 멋진 전망대가 능선길에 놓여 있다.

전주시내가 시원하게 조망되며 전주를 둘러 싸고 있는 높은 산들이 모두 조망이 된다.

 

 

매봉길 전주전망대에서 뒤돌아 바라본 모악산 정상과 주능선에서 전주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의 지능선들과 계곡들

 

 

전주시내 조망이 가깝고 시원스럽다.

사진은 전주시 삼천동 일대

 

 

전주 전망대의 산불감시초소

 

 

모악산 자락에 늘어선 철탑이 줄지어 구이 쪽으로 가고 있다.

 

 

 

전주시내 조망을 하는 부부 등산객

이곳에서의 조망은 쾌청한 날씨와 더불어 더할 나위없이 시원하다.

 

 

전주전망대에서 바라본 시원한 조망...

대둔산, 운장산, 마이산, 남덕유산이 보일텐데... 방향이 확실치 않다

멀리 보이는 산 높이로 보아 전주 주변에 모악산 보다 높은 산이 그리 없기 때문이다.

 

 

모악산 매봉길 땅굴

 

능선을 타고 매봉길로 더 내려오다가 중간쯤 갈림길에서 우측 계곡쪽으로 빠져서 내려가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듯 길이 잘 다져있지 않다. 계곡 가까이 내려와서 사진에 보이는 사람이 들어갈만한 굴을 발견했다.

후레쉬가 없어 길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는데 굴 안쪽 바닥에 물이 많이 고여 있고, 깊은지는 알수가 없다.

다만 소리를 내보니 공명이 크게 돌아 나온다.

 

 

계곡이 가까워 지니 이곳도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구절초

 

 

계곡을 따라서 조금더 내려가니 능선을 타고 내려온 매봉길과 다시 만난다.

새로만든 표지목 주위에 잡풀이 잔뜩 있는게 관리가 안된것인지 사람들이 많이 이용치 않는것인지..

매봉길은 모악산 어느 코스 보다도 조망이 좋은 추천할만한 코스인데 말이다. 

 

 

청하서원

 

설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1868년(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헐렸다가 1968년 다시 건립하였다.

경내에는 홍삼문, 진덕문, 강당, 내삼문, 사당(청하사), 재각 등이 있고, 임진왜란때 군량미 조달로 공을 세우고,

정묘호란때 청나라 와의 화의를 반대했던 김장생과, 박동립, 박동현 유조를 배향하고 있다.

 

 

중인동 마을 입구에 핀 나팔꽃

 

 

중인동을 기점으로한 모악산 등산로

오늘 코스는 연분암길로 올라 매봉길로 내려왔다.

 

산행이 처음인 친구(영감탱이)의 건강산행을 위해 슬멍슬멍 쉬며가며 함께하였는데 본인도 놀랄정도로 생각치도

못하게 친구가 힘을 내서 매봉까지 갈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는 혼자 쉬엄 쉬엄 운동삼아 산길을 걸어보겠다고 하니

친구의 건강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대전으로 올라오는 길에 해가 저물어 가는데, 매봉길 노을전망대에서면

오늘같이 쾌청한날....지금쯤 굉장한 노을을 볼수 있을것인데... 라는 생각이 한동안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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