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주말에 다녀온 

초보들의 산행 

 

 

약초산행 이란 이름 하에 왕초보 약초꾼들 몇이 또 산행을 나섰다.

좋은것을 못봐도 그만, 보면 더 좋고... 라는 생각에 차에 몸을 싣고 토요일 아침 먼 길을 떠난다.

아직도 어설프기 그지 없지만, 처음 보다는 장비도 개선되고 다들 풋내기 약초꾼 냄새가 나는것 같다.

시원한 조망 대신에 보물찾기 놀이의 재미를 선택한 약초 산행은 일반 산행을 다니면서 가끔 해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맞볼수 있는것 같다.

 

대전에서 차로 3시간...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를 이동하여 깊은 산속으로 파고 든다.

 

 

가파른 계곡을 양쪽에서 치고 올라간다.

계곡의 가파름을 사진이 잘 보여주지 못하는것 같다.

건너편 푸름님이 올라가고 있는 쪽은 그나마 양호하다. 계곡 건너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쪽은 가파른데다 정글이다.

얼마나 가파른지 헉헉 소리만 나온다...

이렇게 가파른 산에는 우리가 찾는게 없다. 잘못온건 같다.

우리가 찾는곳은 완만한 계곡경사에, 계곡을 따라 양쪽으로는 어느정도 완만한 돋움터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계곡 양쪽으로 3일 이내에 올라간듯한 선명한 발자국들이 무수히 나있다.

 

 

 

가파른 계곡은 정상 밑 절벽 까지 이어질듯 하다.

계곡 양 옆을 따라 6부 능선 까지 오르다가 다시 지도를 보고 능선을 넘어 구광자리로 가기로 했다.

여기 까지 오면서 다들 더덕 이파리 하나 보지를 못했다.

능선을 향해 올라가는 길 또한 험난하다.

엄청난 가파름에 정글숲이라 죽을x 살x 거리며 올라간다.

 

어렵게 능선에 올라 한숨 돌리고 나니 능선너머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거의 절벽 수준이다.

도저히 내려갈수가 없는 각도다.

다들 조금 더 완만한 내리막이 나올때까지 능선을 따라 더올라 가기로 한다.

 

 

능선 오름길엔 먹는건지 못먹는건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관심이 없는 버섯만 가득하다.

뒤를 돌아보니 푸름님이 어디선가 노랗고 커다란 버섯을 따서 마치 둥근 카스테라 먹듯이 맛나게 베어 먹는다.

로마 황제가 같은 무게의 황금과 바꿨다는 계란 버섯이라고 한다.

걸음이와 내가 말려도 싱글싱글 웃어가며 빵먹듯이 큰 버섯을 베어 먹는다.

 

조금더 올라가는데, 가장 후미라고 생각했던 내뒤에 푸름님이 있었나 보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혹시 그버섯이 독버섯?

 

걸음이와 놀라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니 저 아래서 푸름님이 능청맞게 올라오고 있다.

 

 

8부능선쯤 올라 왔을까.... 많이 올라 온듯한데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직도 가파르다.

할수 없이 일행들은 그곳에서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산행을 시작하고 처음 만나본 무지막지한 내리막길 경사다.

나무 하나를 괭이에 걸고 다음 잡을 나무를 골라야 한다. 나무를 잡지 못하면 ... 사고가 날수 있다.

한순간도 방심할수 없다.

 

중간쯤 내려왔을까 매우 가파른곳에 큰 바위가 있어 위험한 지역이다.

이날 산행의 가장 위험한 포인트 중의 하나다.

뚜렷이 잡거나 디딜곳이 없는가운데 실수로 미끄러 지면 크게 다칠수 있는 구간이다.

사람이 다니지 않고 낙옆에 쌓여 미끄러운 산속 가파른 내리막은 나무 하나 잡는것도 조심해야 한다.

썩어서 힘을 주면 바로 부러지는 나무들이 많이 때문이다.

몸을 의지 하기 전에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확인해서 절대 실수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여차저차 식은땀을 흘리며 계곡으로 내려오니 물은 없지만 젖어서 매우 미끄러운 폭포가 나온다.

폭포로 하산을 할수가 없으니 다시 가파른 사면에 올라 그 구간을 지나야 하는데...

젖어서 미끄러운 가운데 잡을곳 디딜곳이 없는 위험한 구간이다. 다시 초긴장 모드...

그와중에 걸음이는 폭포옆 끝에서 미끄러져 수미터를 주욱 ~~ 덕분에 빨리 내려갔지만.... 

 

힘들게 계곡을 내려가 지난번 놀았던 구광지역에 들어가니 지난번에 훑어서 그런지 더덕이

많이 없다. 심을 캤던 곳에 가서 근처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산속이라 시간 분간을 못하고 어두워

지는것 같아 시원한 물이 콸콸 나오는 약수터 까지 내려오니 고작 세시가 조금 넘었다.

시원한 약수로 간단히 씻고 정비를 하고 하산을 완료하여 1박을 하려던 캠핑장소로 이동을 했다.

지도를 가져온 내덕분에 코스를 잘못골라 고생만 죽어라하고 결과가 매우 부실했던 첫날 산행은 이렇게

마감이 되었다.

 

 

첫날 산을 내려가면서.... 다들..

저 앞에 보이는 산을 보고 와~ 저산 첫번째 계곡 무척 감이 오는데...

내일은 저기?? 다들 콜 ~

 

 

하지만 캠핑장소로 이동중에 또 다른 산을 봐둔다.

남한강 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웅장한 멋진 산이다.

 

 

비가온다는 예보 탓인가?

아무도 없는 캠핑장을 우리가 전세를 냈다.

일단 먼저 숙소와 파티 자리를 만들어 놓고....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 ~

지난번 왔을때는 이렇게 차갑다고 못느꼈는데... 이날은 물에 발만 담궈도 산행중에 흘렸던 땀이 모두

사라져 버린듯 하다. 하지만 헤엄을 치고 물장구를 치고 놀다보면 시원하니 놀만 하다.

 

 

캠핑장이라 차를 이용해 편하게 준비해온 음식들이 많다보니 맛난 먹거리와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아무도 없는 캠핑장의 우리들만의 밤이 시작 되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캠핑장 주변에 있던 나무조각들을 주어다가 모닥불을 피웠다.

한 여름에 모닥불 이라니... ^^

다시 이어진 불가에서의 조그만 술자리가 즐거운 밤이다.

 

*        *        *

 

지난밤 술을 많이 마셔서 인지...

다음날 아침에 살짝 혼미하다.

맛난 북어국으로 해장을 하고 캠프를 철거하고 어제 봐둔 산으로 이동을 하였다.

 

산행 초입에 가파른 정글을 30여분 헤치고 나가는데 어지럽기만 하고 구름위를 걷는듯 하다.

수량이 제법있는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나 바위에 주저 앉고 나니 더덕이고 산삼이고.... 그 자리에서

쉬고만 싶다. 다들 올라 가라고 하고 쉬려고 앉아 다리를 쭈욱 뻗는데... 누군가 소리친다... 엇... 더덕이다.

 

이런.. 더덕 소리에 죽을것 같던 몸이 반응을 한다. 

애써 몸을 일으켜 따라가보니 더덕이 많이 보이는데... 누군가 최근에 다녀간 흔적이 보인다.

발자국의 선명도로 보아 전날에 다녀간듯 하다. 에고....

 

그래도 계속 작은 더덕 줄기가 나온다.

도라지, 잔대, 지치도 함께...

어제처럼 계곡을 따라 양 옆 능선을 타고 산을 오르는데 더덕이 무척 많다.

전날 다녀간 선답자의 발자국과 더덕을 캔 흔적이 그렇게 많이 보이는데도

대물들이 속속 나온다. 아마 먼저 다녀간 분은 왕대물만 캐갔을지도 모른다.

땀을 흘리고 나니 컨디션도 다시 좋아진다.

 

이날...

비록 산삼은 못봤지만...

약초산행을 시작하고 가장 많고 풍성한 수확을 올렸다. 

 

 

 

7부쯤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더이상 위로 진행을 하지 않고 산을 내려오면서 찍은 이날 올랐던 산과 계곡의 정글~

 

식사전에 속리님이 엄청나게 큰 세번째 뱀을 만나고 나서는 더이상 위로 진행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네번째 뱀은 조금 찜찜해 보인다고.... 그 위쪽은 다음 기회로 미뤄두었다.

약초산행에서 뱀과 벌은 영원히 조심해야 하는 숙제일듯 싶다.

 

숲은 온통 정글이지만  계곡이 완만하고 무척 길며 계곡따라 양쪽으로 멋진 둔덕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

작은 녀석들은 모두 살려주고 왔으니 몇년후 다시가면 또 더덕밭을 이루고 있을것이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 계곡물에 풍덩 ~ 깨끗하게 몸을 씻고 옷도 갈아 입고...

모든 정비를 끝내고 차에 오르니... 주말에 내린다던 비가 그제사 쏟아진다. 엄청난 폭우다.

산에 있었으면... 낭패를 당했을 정도로...


 

 

비가 오면 계곡물이 흐를 가장자리에 있는 엄청나게 큰 바위 구멍속에 자라던 만년더덕...

네명이 들려고 해도 꿈적도 하지 않게 생긴 큰 바위 중앙의 좁은 틈에서 한줄기 굵은 더덕 줄기가 나왔는데

줄기는 자를수 있을지언정 저런것을 캐는것은 애초부터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속리님이 지나가면서 나보고 가지라고 한다... ㅠㅠ

조그만 손괭이 하나 들고 있는 내가 저 바위를 어떻게...

저놈은 누구도 캘수 없는 만년은 살 더덕 이라고 하며 가볍에 마음을 돌렸다.

 

포기 하고 속리님을 따라가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괭이로 바위를 때려보니 아주 오래된 바위라 그런지

뾰족한 괭이 끝이 박힌다는 느낌이 든다. 설마 혹시나 하고.... 바위를 계속 쪼아 보니 더덕이 나올수 있을

만큼의 덩어리가 쪼개져 나온다. 바위 구멍에 난 조그만 틈속에서 물따라 바랍따라 흘러든 흙과 부서진 돌가루를

양분삼아 그 틈새만큼만 성장한 녀석이다.

 

 

땅이 아니라 큰 바위 구멍에 들어간 흙의 양분만 가지고 바위 틈을 찾아 뿌리를 키워가며 큰 더덕이라

연식에 비해서 크기는 크지 않다 (20cm 정도) 그런데... 뇌두에 순돋움자리가 120여개나 된다.

더덕에 따라 (서식환경에 따라 차이) 줄기가 하나 나올수도 있고, 여러개 나올수도 있어서 2개 이상 나온것은

나이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사진에 보다시피 이놈은 줄기가 하나이다. 아마도 바위틈 공간이 좁고 양분이

적어서 많은 줄기를 낼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저놈은 몇년생 이란 말인가.... 50년... 아니면 눈에 보이는 싹대의 흔적만 가지고 120년?

 

 

더덕을 씻어 두고 물기를 제거하느라 살짝 말려서 술병에 담아 두고 보니...

이놈은 또 뭔지 모르겠다. 뇌두가 이렇게 긴거 보니... 더덕은 아닌듯 한데...

잔대 같다.

 

 

담근지 몇시간 만에 보라색으로 우러난 지치... 색이 무척 곱다.

시간이 흐르면 진한 보라색에서 나중엔 너무 진해서 거의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가 된다고 한다.

 

산행후 정리를 해보니 역시, 경험이 많은 속리님과 푸름님이 수확이 월등히 좋다.

나야 아직 왕초보의 왕자도 떼질 못했고 이제 구분이 가능한 약초도 한 손가락으로 세고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니 남들에

비해 형편없는 수확이지만 만족스럽기만 하다.

 

약초산행을 한번 다녀오면 한동안은 일반 조망 산행만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힘이 들고 가파른 사면과 정글 그리고 뱀과 벌로 인해 항상 긴장을 해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산행은 첫날의 거칠고 위험한 코스와 빈약한 수확물의 허탈함을 달래준 계곡 옆 캠핑장의 잊을수 없는

멋진 밤과 둘쨋날의 풍성한 수확에 여느때 보다도 즐겁고 보람찬 산행이 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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