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 에서...

 

 

로 인해 예정에 없었던 산행이 전날 일기예보를 토대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산악회 회원님의 연락을 받고 가까운 계룡산으로

방향을 맞추어 두었다. 다음날 아침 일곱시에 다시 확인한 기상청 날씨정보는 오전 9시 이후 비가 그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더욱이 밤새 내린것 같은 비는 이슬비로 변했다가 9시가 가까워 지자 내리는둥 마는둥 잦아 든다.

오호.... 이번엔 기상청이 제대로된 예보를 ??

하지만 오전 9시 예보를 2시간 전인 7시에 확인했으니 예보(?) 라고 부르기 에는 너무 코 앞이다.

 

런데 그칠것 같던 비는 10시가 넘어서면서 점차 굵어지고, 이내 역시나....로 바뀌게 되었지만, 계룡산에 모인 네명의 산꾼들은

이제와서 돌아갈 생각들은 없어 보인다. 여하튼 기상청의 예보는 '예보'라기 보다는 실시간 라이브 생방송 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 시켜주었고, 덕분에 모처럼 기억에 남을만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 

 

오는날 산길은 미끄러워서 그만큼 위험하고, 조심스러워서 그만큼 힘이들고... 구름에 가려 있으니 산행의 백미라는 조망은

안타깝기만 하고, 통풍도 안되는 비옷 입고 움직여야 하고, 그나마도 렌즈에 묻어나는 빗방울 때문에 사진 한장 찍는것도 힘이드니...

땀흘리고 운동했다는것과, 뜻맞는 일행들과 함께 고생했다는것 외에는 다른 의의를 쉽게 찾을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날은 아예 사진을 포기하고 카메라를 배낭에 넣어두고, 비옷도 접어 두고 내리는비 다 맞으며 험난한 코스가 아닌 편안한

길로 트레킹을 하는게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적 추억처럼 비맞으며 걷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런날은 빗방울 소리 정겨운 곳에서 부침개에 동동주 한잔 마시며 쉬거나, 실내활동을 하는것을 더 좋아한다.

 

 

동학사 일주문을 지나면서...

내리는 비의 방향 때문에 정면에서 담지 못하고 뒤에서 사진을 찍었다.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조금 전에는 금방 그칠듯하던 비가.... 더 세게 내린다.

금새 그치겠지 하는 맘으로 동학사 입구의 한 주점으로 들어가 차양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오전 9시 전에 비가 그칠것 이라고 예보하던 기상청... 장마철이라 정확한 예보가 더욱 어려운 것일까?

요즘은 정말 실시간 예보를 하려나 보다.

막걸리를 두세잔씩들 마셨을까...

주춤해진 비를 틈타 다들 잔을 내려놓고 후다닥 주점을 나선다.

 

 

그칠듯 하던 비는 계속 그치지 않고...

결국 카메라를 집어 넣고 우중 산행을 하게 된다.

 

렌즈에 빗방울 묻으면 사진 찍으나 마나 쓸수 없게 되고... 다음 사진을 위해 렌즈 닦느라고 시간을 다 보내게 된다.

비가 억수로 내릴때 카메라를 꺼내드는게 아니니 만큼, 카메라가 고장난다는 걱정은 해본적도 없는데, 지난번 조도에서도

그랬지만 사정을 모르는 분들은 내가 카메라 아끼려고 사진을 안찍는다고 생각을 하는것 같다.

 

일단 렌즈 뚜껑만 열면 후드가 없는 똑딱이라, 비가 정면으로 내리면 후두둑 빗방울이 렌즈에 떨어져서 찍는것 자체가 불가능

하니 우중 산행에서 사진찍기란 영 지랄맞다. 한두방울 묻으면 포토샵으로 지우기라도 하지만, 후두둑 쏟아진 빗방울은 포토샵

으로 가리는게 애초부터 불가능 하니, 확인하고 삭제하는것 이외는 달리 방법이 없다.

비가 내리는 방향을 확인하고 등돌리고 서서 렌즈뚜껑을 열고 최대한 신속하게 속사를 날리고 뚜껑을 닫는게 최선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흔들리는 사진도 생기고, 단순 기록 이외에는 큰 의미를 남길수가 없는것 같다.

비오는 날은 습도가 높아서 마른 렌즈 닦개를 써도 잘 닦아지지도 않고 평상시 보다 시간이 몇배로 더 걸린다.

힘들게 렌즈 한번 닦고 나니 일행들이 보이지도 않게 한참 멀리 가있다.

 

 

동학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심우정사 이정표가 나오고 일행은 심우정사를 향하여 가파른 길을 오른다.

비는 갈수록 많이 내리고... 지난번엔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던 심우정사가 오늘따라 멀게만 느껴진다.

 

 

심우정사에 들러 비도 피하고 따뜻한 두충차도 한잔 얻어 마시려고 하였는데 스님은 외출을 하시고 보살님들이 쉬고 계셨다.

마루에 배낭을 내려놓고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쉬고 있으려니 더욱 세게 내린다. 온산이 뿌연 비구름 속에 있는듯 하다.

다들 금새 그칠비가 아니라고 한다.

 

삼불봉 오성대 근처에 있는 심우정사는 계룡산 일대에서 기가 센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암자에서 보면 연천봉(連天峯)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예전 목초 스님 말로는 연천봉의 기가 너무 강해 연천봉을 향해 오랫동안

좌선하고 있으면 버티기가 힘들다고 하였다고 하며, 그곳을 자주 찾는 분의 글에 의하면 번개가 방바닥까지 내려치고 심우정사

뒷편의 거대한 암벽에선 굉음이 울리는등 기가 센곳이라 웬만한 분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간혹 심우정사에 기를 받으러 가는 분들이 더러 있는것 같다.

어차피 오늘 찾는 오성대도 근처에 있고보니, 심우정사터 또한 그에 버금가는 기가 쎈곳이 아닌가 싶다.

 

 

심우(尋牛) 라는 말은 소를 찾는다는 말 이다.

심우라는 말을 제작년 심우정사로의 산행에 동행한 분으로 부터 처음 들었고, 그때 심우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 있었다.

 

可笑騎牛子(가소기우자) 가소롭구나. 소를 탄 자여
騏牛更覓牛(기우갱멱우) 소를 타고서 다시 소를 찾는구나.
斫來無影樹(작래무영수)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銷盡海中? (소진해중구) 저 바다의 거품을 다 태워버리라
- 소요 태능스님

 

심우도 또는 십우도는 본래 도교에서 내려오던 팔우도(八牛圖)에서 유래된 것으로, 12세기 중엽 중국 송나라때 곽암선사가

여기에 2개의 장면을 추가하여 십우도(十牛圖)를 그렸다고 한다. 도교의 팔우도는 무(無)에서 그림이 끝나므로

진정한 진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여기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소를 우리들의 참마음에 비유하여 마음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데 비유하여 그림으로 나타내고 심우도(尋牛圖)라

하고, 혹은 열 폭의 그림으로 나타내었다하여 십우도(十牛圖)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심우도는 본래의 근본 마음자리 찾는 것을 소 찾는 데 비유한 것으로, 그림 속의 산천은 대우주요 소는 마음이요 화두 이다. 

각각의 그림에는 심우(尋牛)-견적(見跡)-견우(見牛)-득우(得牛)-목우(牧牛)-기우귀가(騎牛歸家)-망우존인(忘牛存人)-인우구망

(人牛俱忘)-반본환원(返本還源)-입전수수(入廛垂手)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오성대를 가기위해 심우정사를 나서는데 스님이 심었는지 더덕냄새가 그윽하다.

오늘 산행에서 향긋한 산더덕 냄새를 맡을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조금더 가니 1998년도에 열반하신 괴짜스님 목초스님의 부도로 추정되는 부도가 보인다.

아래詩는 목초스님을 그리는 시인 홍희표님의 글이다.  

 

목탁새 - 홍희표님

 

“이 세상에서 제일

넉넉한 사람이 누구니?

물론 목초스님!

왜?

항상 곡차와 달이 있으니까!

 

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이 누구니?

물론 목초스님!

항상 곡차와 달이 없으니까!

 

목탁새 그 소리 듣고

목쳐어! 목쳐어!”

 

목초스님의 기행은 전설처럼 계룡산 산꾼들 사이에도 유명하다.

목탁대신 붓을 들고 서예에 몰두하여 붓글씨가 대단 하여, 글 한점 얻으려고 너도 나도 줄을 댔었다는 소문도..

동학사 주지스님에게 무언가 쌓인 것이 많았는지, 잊어버릴만 하면 술을 먹고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는 일도..

술먹고 누구에게 실수 한번 없으시던 목초스님이 왜 동학사에 가서는 자주 행패를 부렸는지에 대한 미스테리도...

쌀이 떨어지면 동학사 마루에 빈 쌀자루를 던져놓고 훌쩍 마을로 내려가서, 해질 무렵 나타나 자루를 들고 올라가셨다는..

유난히도 곡차를 좋아해서 등산객들과도 술을 자주 해서 사람들이 이곳을 심우 카페라고 불렀다는 것도...

결국은 그 술로 인해 62세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열반에 드셨다는 것도.

 

 

심우정사에서 얼마를 가니 예전에 다른분들이 오성대라고 부르던 기도터에 도착을 한다.

오성대가 아닌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기가쎈 기도터니 하고 다들 소원을 빌며 기도를 한다.

지도상에서 오성대는 심우정사로 부터 밑에 있어 내려가야만 하는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안보이고

길은 자꾸 위로만 가고 있다.

 

비는 숨죽을 기세가 안보이고, 진행방향의 산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비오는날 산행을 안하려고 하는데, 오늘 제대로 빨치산 유격대가 되버렸다.

한동안 헤매다가, 오성대는 날 좋은날 다른 코스로 시도를 해보기로 하고 포기를 한다.

험하고 가파른 길을 헤치며 올라 너른 곳에서 넉넉한 타프를 치고 식사를 하였다.

 

 

식사후 능선을 향해 오르다 보니 능선 바로 밑에 동굴이 있어 일행들이 들어가보니....

박쥐들과 인간들이 만들어논 지뢰가 많다고 한다.

비,바람을 피하고 휴식을 취할만한 곳에 어찌알고 능선에서 내려와 응가를 하신분들이 대단해 보인다.

 

 

 

비구름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삼불봉능선을 지나 남매탑에 도착하니 구름이 가득한 가운데 오누이탑이

차분하게 서있다.

 

 

남매탑 앞에는 예전에 못보던 조그만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계속되는 비로 다시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종종 걸음으로 하산을 하여 막걸리 한잔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우중산행을 위로 한다.

이번주에 비가 내리니, 다음주말은 계곡이 좋은 가까운 산에서 물놀이 산행을 하기에 제격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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