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반해서 쉬어가는

 

월류정을 휘감은 초강천에 비친 몽환적인 달빛

 

 

산8경과 함께 영동을 대표하는 한천8경으로 유명한 월류봉은 우리 산악회의 영동에 사는 회원님도 그 이름을 잘 모르는

것으로 보아 그 아름다움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듯 하다. 경부고속도로 황간 IC를 빠져 나가면 바로 앞에 있어 금방

도착하니 만큼 가깝고 접근하기도 용이하다.

 

류봉(月留峰)은 말 그대로 달이 머무는 봉우리다. 월류봉 여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서있고, 제일봉에서 내려온 기암 절벽

으로된 줄기가 월류정에 이르러 정점을 이루고, 그 앞으로 옥빛 맑은 초강천이 흐르고 있다. 월류정아래 백사장앞 초강천에 

교교한 달빛이 비춘다면 그 몽환적인 운치는 이루 말할수 없이 그윽할것만 같으니 강건너 캠핑장에 텐트를 쳐놓고 비박을

하며 달빛을 기다리는 분들의 심경에 크게 공감이 간다.

 

강천에 우뚝선 층암절벽 월류봉의 웅장한 모습과 그 건너편에 고등의 칼능선 뒤로 우뚝 솟아오른 사군봉을 통틀어 한천

팔경이라 부르는데, 이는 옛날 우암 송시열이 머물던 한천정사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한천정사는 우암 선생이 한천팔경의

절경을 음미하면서 글을 가르치던 곳이다. 우암 선생의 유허비는 선생이 이 곳에 잠시 은거하며 학문을 가르치던 곳을 알리기

위해 정조 3년(1779년)에 세웠다고 하는데, 월류정 맞은편 초강천 건너에 세워져 있다.

 

특히 이곳은 1박2일팀이 두번이나 찾은 유일한 곳 이라고 하니, 그 아름다움을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갈것이다.

 

천팔경은 동국여지승람에 심묘사의 사내팔경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월류봉, 화헌악, 용언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 등으로, 월류봉 일대의 수려한 모습을 가리킨다. 그중에서 오늘 산행지로 예정된 월류봉은 한천팔경중 제1경

으로 그중 백미라고 볼수가 있겠다. 

 

 

월류봉 지도

 

1봉에서 5봉까지 다섯 봉우리로 구성이 되어 있고, 내려 오면서 월류정에 들려오기 위해 일행들은 1봉으로 올라 5봉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오늘의 산행 코스를 잡고 안내도 처럼 1봉으로 바로 오르기 위해 초강천을 따라 왼쪽으로 향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초강천을 건너 월류봉 산행을 하는것이 이리 어려울줄 몰랐다... 

 

 

월류봉을 함께한 일행들과, 오르면서 만난 야생화와 두릅나무의 새싹 

 

월유봉, 월류봉

 

깍아지른 듯히 높은 월류봉 밑으로 조그만 줄기가 내려 앉아 그림같이 아름다운 월류정을 세웠다.

그 앞으로 금강의 지류인 초강천이 휘어감고 흐르고 있다.

달이 그 아름다움에 쉬이 지나지 못하고 머무는 곳이라 해서 지어진 월류봉(月留峰)

밤에나 와야 달이 내려 앉은 월류봉의 진경을 볼수 있을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월류봉 아래 초강천 건너편 캠핑장에는 10여동의 텐트가 서있다. 

   

 

안내도에 그려진대로 점선을 따라 초강천을 건너기 위해 왼쪽으로 조금 걸어 보이 징검다리가 보였다.

그러나....

언제 떠내려 갔는지 군데 군데 이빨이 빠져 있어서 도저히 물을 건널수 없게 되어 있었다.

저렇게 큰 바위가 떠내려갔을 정도면 큰 비가 왔을땐가 보다.

아무튼 1박2일의 촬영이 2번이나 이루어진 '유명한' 한천팔경의 제1경 월류봉을 진입 하는데 제대로된 다리 하나 없다니

영동군의 행정이 조금 아쉽기만 하다. 이쪽뿐만이 아니고, 원래 하산할때 건너 오려고 했던 아래쪽 징검 다리도 같은

상황이다.

 

여름이면 아무 문제 없이 신발과 배낭을 들고 빠져서 건너도 월류봉 정상에 오를때 쯤이면 모두 말라서 아무 문제도 없을

테지만, 초강천 물이 살을 저미듯 차가운데다 물살이 쎄고, 깊어서 도저히 물을 건널수 없으니 다들 황당하고 난감하기만

하다.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징검다리를 보완 하던지, 아니면 그보다 양쪽으로 출렁다리 하나 있으면 이번처럼 바위가 떠내려

가는것도 막을수 있고, 훨씬 더 멋지겠다는 의견을 일행들이 내놓는다.

 

 

어차피 다들 바지를 바지를 걷고 물을 건너는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라, 상류로 가면 조금 얕은데가

있을까 하고 다리쪽으로 걸어 본다.

 

사진에 보이는 바로 앞의 지류는 일도 아닌데, 사진에 제대로 안보이는 오른쪽의 본류는 폭이 넓은데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처음 도강을 시도해 봤던 속리님이 절반을 채 건너지 못하고 황급히 돌아온다... 발이 찢어지는것 같이 물이 차갑다고 한다.

 

 

물을 건너지 못하고 다들 우왕좌왕 하는데, 다리쪽에 보이는 사군봉의 고등 암릉이 완전 멋지게 다가온다.

누군가 한마디 해본다.

에이.... 물 건너기도 힘든데...  오늘 산행을 저기로 바꿔 볼까?

사군봉에서 월류봉으로 이어지는 바위산인 고등의 칼 능선이 무척 스릴있을것만 같아 보인다.

저 산이 고속도로에서 진입 하다보면 초라한 암벽으로 보이는데 옆에서 보니 자태가 만만치 않게 예쁘다.

 

 

발이 시려워서 물을 건너지 못하고 결국 차로 이동해서 건너편으로 돌아 가기로 한다.

이렇게 되면 원점 회귀를 못게 된것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멀지 않은곳 이라 매우 가까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생각치도 못했던 곳에서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

 

 

차로 돌아 다리를 건너, 토요일이라 텅빈 에넥스 공장 기숙사 주차장에 차를 놓고 걸어서 아까 건너지 못한 징검다리

건너편으로 이동을 하였다. 징검다리를 건넜어도, 제대로된 등산로가 나있지도 않고 잡풀만 무성하니 한천 제일경 월류봉은

몸으로 오르는 산이 아니고 달뜨는 밤에 눈으로만 구경하는 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희미하게 보일듯 말듯한 들머리를 지나 제1봉을 향한 가파른길을 한참 걷다 보면 주황색 지붕의 에넥스공장과 그 뒤로

황간면이 보이며 조금씩 조망이 열린다. 

 

 

들머리에서 30여분... 1봉으로 향한 가파른길을 오르면 드디어 한천팔경중 제 1경 월류봉에 오른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보았던 월류정이 그림같이 보이고, 왼쪽에 또 다른 주차장 처럼 보이는곳엔 텐트 10여동이 서있다.

그곳은 캠핑장으로 캠핑장 입구의 건물은 '달이머무는집' 이라고 한다.

네비게이션에 '달이머무는집'을 입력하면 저곳 캠핑장을 쉽게 찾아 갈수 있다고 한다.

 

황간면은 2008년부터 이 일대에 조성된 들국화가 만발할때, 월류봉 주차장에서 '월류봉 달빛향연'을 연다고 한다.

다들 보름달 뜨는 밤에 저곳에서 비박을 하며 월류봉에 달이 걸친 모습을 보면 정말 환상이겠다 라고 한마디씩을 한다.

 

월류정 건너편 봉우리 (한반도 지형 옆 봉우리)엔 기룡대 라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저곳에서 내려다 보는 월류정과

월류봉의 풍치가 이만저만한게 아닐듯 한데 올라가 보지 못한것이 너무 아쉽다.

 

월류봉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것은 한반도 지형과 들국화 꽃길로 참 살기좋은 마을 전국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했다는 원촌리 마을 인데, 1박2일 촬영으로 유명한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과 비슷하다. 

 

 

 

월류봉 정상에서의 멋진 조망을 담은 파노라마 사진 

 

뒤쪽으로 웅장한 주행봉과 살짝 오른쪽으로 백화산 정상인 한성봉이 보이고, 초강천 따라 오른쪽엔  월류봉 아래 징검다리

앞에서 더욱 근사하게 보였던 한천8경의 제7경 사군봉 이 아름답게 서있다.

 

아름답다.

시원하다.

이런 멋진곳을 가족들과 같이 보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이렇게 짧은 오름길 끝에 가슴까지 시원해 지는 멋진 조망을 보상으로 받는것을 경험해 보면 등산을 좋아라 할것인데....

길고 힘든 오름길에 조망없는 산행을 몇번 해보더니 산에가자면 슬슬 눈치를 보며 안가려고 변명거리를 찾는 집사람과

아이들 생각을 하니 미안스럽기만 하다.

 

 

월류정을 감고 흐르는 옥빛 초강천의 아름다운 모습

 

옮겨본 한천팔경 시문

 

제1경 - 월유봉

달 걸린 저 봉오리 뾰족한 높은 봉을 월유봉이라 일컬었던가

바람지고 고요해 밤은 삼경인데 선생의 모습 눈에 삼삼하리오

 

제2경 - 화언악

봄빛 바야흐로 어데서 비롯하니 화언악 이미 완연하다오

아지랑이 깊은곳에 나르는 가마귀야 흰장막 꽃인양 꽃은 아즈랑이 인듯

 

제3경 - 용연동

한가롭게 물에뜨는 백구야 물어보자. 예가 용연골 물굽이런가

저 늙은이 봄바람에 낚시 드리우니 고기를 낚음인가 조금 홀로 즐김이런가

 

제4경 - 산양벽

맑은 저소리들 들리는곳 어드메뇨 산양벽의 저녁노을 그속 열려라 초등의 피리소리

석양에 구슬프고 대밭에 바람이니 눈 밟는 소리로다

 

제5경 - 청학굴

단풍 깊게 물들어 천길이로다. 청학굴 언저리의 숲이로구나

고기잡이 물속에 달을 낚으니 우지마라 학이여 소슬한 심회 이어라

 

제6경 - 법존암

법존암이여 암자 어이 안보이는가 옛터의 푸른방초 일러 주려무나

오솔길 돌아가는 장삼모습 보이는듯 저무는 구름가에 청학만이 삼삼오오

 

제7경 - 사군봉

설경은 어드메로 찾아야하오 사군봉이 덮힌눈은 희기도 하다

넘나드는 길손은 괴롭다 하건만은 한폭의 그림인양 아름다워라

 

제8경 - 냉천정

옛 어른 쉬신곳을 어대서 찾소 냉천정 언저리에 밤나무숲 짙다

허망하다 인간세시 꿈이로구나 장강과 더불어 세월은 깊었나니

 

 

이런곳에 서면 누구나 한컷 기념을 남기지 않을수 없다.

 

 

징검다리 때문에 늦은 출발이 되어

1봉 조망이 좋은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런곳에서 먹는 점심은 얼마나 맛이 좋을까...

궁금한 분들은 도시락을 싸서 월류봉에 올라 보기를 권하고 싶다.

 

 

산행내내 시선을 잡아 끄는 백화산과 사군봉

월류봉 각 봉우리를 오를때마다 보이는 백화산 방면의 시원한 풍경은 같은 모습을 반복해서 렌즈에 담게 만든다.

 

 

1봉에서 점심을 먹고, 이제 가야할 2봉 ~ 5봉의 모습을 사진 2장을 찍어서 붙혀 보았다. 

 

1봉에서서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니... 1봉이 바로 정 중앙 같은데...

희안하게도 봉우리를 넘어 진행하면 할수록 정중앙으로 이동하는것만 같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 사진만 10여장을 찍게 되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루에..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며 한가지 생각이 났다.

마치 우리나라의 산세처럼 한반도 지형에도 산맥이 있는듯 했다.

그리고 백두산의 모습도..... 그래서

 

백두대간 당일 체험 코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등산로 조성도 하고, 지도의 각 위치엔 나무로된 표지석도 세워

지리에서 덕유를 거쳐 설악에 이르는 반쪽짜리 백두대간이 아닌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백두대간의 미니어처를 이곳에 만들어 두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해봤다.

 

월유봉 등산로도 좀더 보완하고 (징검다리, 들머리 정리, 정상석이나, 안내 표지목 등)

백두대간 체험코스도 만들고, 1봉 정상에 백화산과 사군봉의 조망도도 세워두어

월유봉 정상에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반야사까지 안내할수 있다면

또하나의 명품 여행 & 산행 코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1박2일에 처음으로 2번이나 소개된것 치고는

관리나, 정비가 너무 형편없이 안된것 같아, 한천8경 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인것 같다.

 

 

월류정 바로 뒤에 있는 직벽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1봉이 유명하지만, 월류봉의 상봉(上峰)은 제6봉(405m) 이라고 한다. 

산행내내 제대로된 이정표나, 표지목을 볼수가 없었다. 물론 정상석도 없으니 월류봉 정상을 상봉인 6봉으로 할것

인지 아니면 제1봉으로 할것인지는 알수가 없다. 영동군 관계자의 관심과 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우암 송시열 선생님은 과연 이곳에 올라 보았을까...

아니면 저쪽아래 한천정사에서 올려다 보며 감탄만 하였을까.

 

 

다음 봉우리를 오르는 일행의 선두...

월류봉의 봉우리들이 다들 이처럼 안부까지 많이 내려간 다음에 다시 오르기 때문에 6봉쯤에 가니

몇몇은 조금 피곤해 하는 모습이다.  

 

2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또 다른 각도의 백화산 풍경 

 

백화산이란 산 전체가 티없이 맑고 깨끗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월류봉쪽으로 뾰족하게 앞에

있는것은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이 쌀개봉 이라고 부르는 주행봉 이며, 정상은 우측에 안부를 내려가 다시 올라 

뭉뚝하게 생긴 봉우리의 포성봉 이다. 돌아오는 길에 백화산의 유명한 천년고찰 반야사를 방문하고 싶었는데

이찌 하다보니 여의치 않게 되었다. 동행한 속리님이 주행봉을 넘어 안부를 지나 백화산에 오르는 길은 입에서

단내가 나는 힘든 코스 였다고 옛 기억을 말씀 하신다.

 

 

월유봉 능선 건너편 반대방향의 조망역시 시원 스럽다.

 

 

4봉에서 바라본 월류봉과 사군봉 

 

그리고 진행방향의 나머지 5 ~ 6봉 맨 뒤 6봉이 월류봉에서 제일 높은 상봉 이다. 

 

같은 사진을 또 올리는게 아니라...

여섯개의 봉우리를 오를때마가 약간씩 다른 각도의 절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시원스런 풍경이다.

 

 

초강천 

 

월류봉 반대편으로도 시원스럽게 조망이 열려있어 산행중에 양쪽으로 멋진 절경을 감상할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너편 황간면 우천리 방향의 산들도 맑은 날씨와 더불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긴 코스가 아니니 만큼, 월류봉 산행은 봉우리 하나 올라설 때마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조망을 감상할수 있다. 

 

 

차를 회수 하기 위해, 운전자 2명은 5봉을 지나 청학굴 쪽으로 하산을 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초강천을 건널수 없으니 능선을 타고 계속 직진하여 반대편 우천리 소내로 하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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