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유천지비인간

 

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천원의 신화 

 

 

유산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이곳에 들어 수도를 하면서 이백의 詩 답산중인(答山中人)에 나오는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이란 어구와 같이, 세상에 다시없을 아름다운 곳 이라고 감탄을 하여 이름 지어진 산 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역사적 지식이 짧은 내가 아직 이해할수 없는것은 이백은 의상대사의 활동년도 보다 후대의 인물

이라는 점 이다. 후대의 인물이 만들어낸 별유천지비인간을 의상은 어찌알고 썼을까나...

 

여하튼, 차가 대진고속도로와 88고속도를 달리다가 국도를 타고 별유산에 가까이 이르자 차창으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멋진 산세가 드러난다. 국립공원 가야산과 매화산에서 이어지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별유산과 비계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가조벌은 일본 역사교과서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記)의 신대편(神代篇) 첫머리에 묘사 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왕가의 조상신이 살았던 고천원(高天原)에 비정되는 유서의 터로서 신화에 등장하는 남매신 아마데라스

(천조대신,天照大神)와 스사(소전오존, 素戔嗚尊)의 역정(歷程)과 관련된 유사지명과 유적지가 산재해 있는 곳이다.

 

본서기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중요한 지명이 있는데,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다까마노하라[고천원(高天原)]에 

앉아서"라는 대목을 보면 다까마노하라[고천원(高天原)]는 태초의 일본 신들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서기에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등의 신들이 태어난 후 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처음 나타나는 말로써 다까마노하라

[고천원(高天原)]는 최초의 일본 신들이 상정하는 하늘나라 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고천원의 위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천원은 하늘나라가 아니고 실재하는 땅으로서 

한반도의 어느 산간분지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인데, 국어학자 김종택 교수는 고천원(高天原)이라는 지명이 아직도 

이 지역(거창)에서 쓰이고 있고, 가조의 옛 이름이 벌인데 말은 가시하라(橿原) 또는 가시벌과 같은 의미라는 점, 아직도 

가조에는 궁궐터가 있고 그것을 나타내는 지명(궁배미)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서 거창의 가조 지역이 바로 다까마노하라

[고천원(高天原)]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별유산 주차장 앞에는 별유산 산행 지도 와 고천원에 대한 지명과 유적지를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설명해 놓고 있다. '일본 왕가의 본향, 거창 가조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을 달고서 말이다.
 

 

마장재에서 바라본 매화산 방면

 

버스에서 내린 다른 산꾼들이 고견사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하는 가운데, 우리는 마장재로 방향을 잡고 호젓한 산행을

시작한다. 1시간여 산길을 오르니, 마장재에 도착을 한다. 오르는 방향으로 우측에는 비계산이 우뚝 서있고, 왼쪽으로는

능선을 타고 별유산 정상을 거쳐 의상봉 방향으로 향한다.

 

 

별유산 방향으로 향하면서 뒤돌아 바라본 비계산

 

비계산(飛鷄山)은 산세가 마치 닭이 날개를 벌리고 날아가는 것 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천원의 신화에 의하면 이곳 비계산은 닭뫼로써 아마데라스가 천석굴에 은신함으로써 고천원 천지가 암흑천지로 변하자

장닭이 일제히 모여서 울었던 곳 이라고 한다.

 

정면의 별유산(우두산)과 중앙의 의상봉  

 

오른쪽 부터 의상봉에서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별유산에 오르기 전에 미리 당겨본 의상봉과 별유산으로 가는 능선의 아름다운 암릉길중간에 우리 일행이 숨은그림찾기

하듯 손을 벌리고 서있다.

 

  

별유천지

 

의상대사가 별유천지라 부를만한 수려한 풍광은 모두들 감탄의 연속이다.

소머리를 닮았다고 하는 우두봉은 이 산 말고도 더러 있고, 의상대사와 관련된 의상봉도 마찬가지 인터라

생소한 별유산은 크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는데, 직접 와서 보니, 그 옛날 흔적을 남기고간 의상대사의

심경이 얼핏 이해가 되는듯도 싶다.

 

재미있는 암릉길

 

물론 안전한 우회로가 마련되어 있지만, 약간의 스릴을 즐길수 있는 암릉도 있고, 마장재에서 의상봉으로 가는길엔

사진에서 처럼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암릉이 많이 있다.

 

별유산의 백미

 

별유산에 오르면서 뒤돌아본 비계산과 지나온 암릉길이 오늘 산행의 백미다.

 

장군봉을 배경으로...

 

장군봉을 배경으로... 라섹 수술을 받은터라 당분간은 선그라스를 꼭 착용해야 한다.

카메라 액정의 색상을 제대로 볼수 없다는 불편함 외에는 큰 불편함은 없는것 같다.

 

능선에서 만난 멋지고 큰 바위는 누군가가 지어준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큰 바위에 올라서 바라본 가조면 일대의 조망 

 

왼쪽 비계산 능선과 오른쪽 장군봉 능선 사이로 나있는 계곡...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가조평원...

이곳이 바로 고향을 떠나 古일본의 왕이 되었던 가야인들의 고향이자 그들의 신화의 땅이다.

 

매화산과 가야산

 

가야산은 누구나 인정하는 국립공원 이고, 매화산은 가야산 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라 하고, 이곳은 별유천지 비인간 이라는데

과연 이 셋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터를 떠나 섬나라에서 왕노릇을 하던 가야인들이

아름다운 고향을 그리며 구전으로 전해지다 결국 자신들은 일본의 神이 되고, 이곳은 신들의 고향 이라는 신화가 되어 버렸다.

 

 

 

별유산을 향해 가는 암릉길

 

비계산과 지나온 암릉

 

매화산을 배경으로~

 

 

별유산 정상은 상봉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나온 능선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별유산 정상엔 길안내 표지목에 글씨를 써서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간단히 증명사진 한장 남기고, 의상봉으로 향한다. 별유산(우두산) 둘째인 의상봉이 시원스런 조망과 함께

못난 큰형을 대신해서 대소사를 살피며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의상봉은 오르던 길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식사중에 이전에 저곳에 올랐던 구름님이 모두에게 한말씀 하신다.

의상봉을 넘어야 하산하는 길이 있으니, 절대 다른길로 가지말고 반드시 의상봉에 오르라고 한다. 

능선에 우뚝선 의상봉은 최고의 전망을 제공하니 만큼, 대충 속아서 올라도 억울할일은 없을것이다.

 

의상봉으로 가는길에 비계산을 돌아보며

 

전날까지 쌀쌀해서 그런지 다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모재킷은 하나씩 챙겨 왔는데, 산행중엔 반팔을 입어도

무난할 만큼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이다. 올봄엔 꽃이 조금 늦다고 하는데, 이제 다음주 무렵이면 왠만한 남쪽산엔

봄꽃들이 많이 피었을것 같다.

 

 

 

의상대사의 성격인가

 

북한산도 의상봉과 원효봉은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서도 차이가 있는것이 원효봉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반면

의상봉은 암릉이 험하고 거친데, 이곳 의상봉도 나 홀로 오똑하니 해골바가지 물마시고 돌아온 원효에 비해

당나라에 가서 화엄종을 유학하고 돌아온 의상의 고고함이 반영된것 일까?

여하튼, 아직 무릎 컨디션이 100% 회복되지 않는 나에게 저 많은 철계단이 놓여 있는 의상봉은

까칠하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오르고 싶었는데... 참았다.

 

 

계곡의 풍경

 

의상봉을 우회하여 장군봉으로 조금더 가다가 왼쪽으로 고견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에 들기전에 마지막으로 담아본 조망 

 

우두산은 별유산에 쫒겨 산을 내려오고...

 

우두산은 별유산의 또 다른 이름인데, 정산엔 허름한 표지목에 별유산 이라고만 되어 있다. 

정작 제대로된 표지석을 갖춘 우두산 정상석은 별유산 표지목에 쫒겨서 한참 밑으로 내려와 따로 서있다.

 

하산길에 접어들어 20여분 내려오니 산중에 고견사가 나온다.

 

의상대사의 전생

 

의상대사가 절을 지으려고 이곳에 와서 보니, 전생에 와본곳이라 하여 고견사(古見寺) 라고 했다고 한다.

절 앞에는 최치원이 심었다는 엄청난 크기의 천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매우 인상적이다.

고견사는 산 중턱에 있는 절이고, 절에 이르는 차길이 없다보니,  절에서 아래까지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물론 물건을 나르기 위한것 이겠지만, 하산을 하면서 다들 저곳에 올라 타고 계곡을 구경하며 내려가면 놀이공원의

왠만한 시설보다 재밌을 것이라고 한마디씩을 보탠다.

 

 

견암폭포

 

별유산은 산세가 그리 크지 않고, 골이 깊지 않은 산 인데도 희안하게도 물이 많이 흐른다.

정상 바로 밑에도 잘 흐르는 물이 산 밑으로 내려갈수록 수량이 많아지고 물소리 또한 우렁차다.

80미터 높이의 견암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여름에 내려가서 높이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맞으면 온 몸이 다 개운해 질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에 들어가면 산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니

 

한발짝 떨어져서 전체를 보니 별유천지라 부를만 했던 의상대사의 심정이 공감이 간다.

오른쪽 비계산에서 우두산과 의상봉을 거쳐 장군봉까지 이어지는 멋진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여건이 좋지 않아

절반만 렌즈에 담는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일본 신화속의 이상향인 가조의 땅이 여기 있으니, 그들은 진정 머나먼

타국땅에서 고향을 그리는 가야인의 후손이 분명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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