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때 : 2010년 1월 9일  토요일

어디로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코스는 : 조침령 - 북암령갈림길 - 진동리

시간은 : 약 6간

난이도 : 중급 (★★☆○○)

 

점봉을 보려던 계획이 눈이 많이 내리는 바람에 설피마을 입구에서 곰배령 진입을 통제당하다 보니 생각치도 못했던 조침령 ~ 단목령 구간의

백두대간 능선을타게 되었다. 곰배령이든 조침령이든 겨울산이야 눈만 있으면 되겠지만, 점봉에 올라 설악 서북능선의 장쾌함을 한눈에 조망하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수 없는 미련인듯 싶다. 결국 통제구간의 쉬운길(?)을 버리고 통제가 없는 조침령의 힘든길로 들어섰다.

 

번엔 영문을 정확히 모른채 조침령으로 돌아섰지만 곰배령길이 눈이 많이 내려서 통제가 된것인지, 아니면 곰배령 산행이 사전 허가를 득해야

하는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꼭 겨울이 아니더라도 많은 산객들이 곰배령 입구에서 통제를 받은후, 대부분이 조침령으로의 대타 산행을

권유받고 이번에 우리처럼 계획에 없던 백두대간 산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도 인제의 진동마을은 인제군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곳으로, 대관령·진부령과 함께 대표적인 폭설 지역 이다. 20㎞에 이르는 진동계곡을 

따라 형성된 진동리는 희귀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한번 눈이 내리면 마을이 푹 파묻힐 정도라 주민들은 식구수대로

눈에서 신는 설피(신발에 덧대 맨 곁신)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진동리는 설피밭, 설피마을 로도 불린다.


 

오전 11시 25분

진동리 삼거리의 곰배령 진입로에는 부지런한 관리인이 나와서 일행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눈이 좀 내렸지만, 일행들은 숙련된 산대장 지휘아래 모두들 겨울산행을 위한 완전무장을 하고 있으니 통과 시켜도 될듯 하건만... 여하튼 조금 아쉽다.

눈덮힌 곰배령의 몽환적인 모습은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으로 미루어야 한다.

 

설피밭 곰배령 통제소 앞의 진동리 삼거리의 백두대간 단목령 기념비

사실 단목령은 이곳에서 한참 더 올라가야 한다.

 

오전 11시 50분

결국 차량은 조침령으로 이동하여 조침령 터널앞에 버스를 세워두고 일행들은 길을 가로질러 임도를 따라 오른다.

이길을 따라 40분 가량 오르면 백두대간 능선의 조침령에 이르게 된다.

 

조침령 터널위에서 바라본 건너편 조망이 장쾌하다.

 

 

조침령 터널을 지나 조침령 정상으로 가는 완만한 임도길은 아무도 지나지 않은 순백의 눈밭.

눈의 두터움으로 얇은 체인젠을 했음에도 오름길은 미끄럽기만 하다.

 

조침령은 양양군 서면 서림리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를 이어주는 고개로 해발750m이다.

 

조침령의 한자는 曺沈嶺-阻沈嶺-鳥寢嶺과 같이 변동이 되었는데, 산경표에 “曺寢嶺”으로 표기되어 있고 해동지도와 대동여지도 등, 고지도에는 阻沈嶺으로,

현재의 이정표에는 새조(鳥)자를써 鳥寢嶺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고개는 예로부터 영서와 영동을 이어주는 중요한 구실을 하던 고개로 한계령(산경표에는 오색령으로 표기되어 있음)과 함께 중요한 길목 이었다.

오색령을 넘어왔던 사람들과 흘리령을 넘어 온 사람들이 만나 내림천을 따라 한양으로 넘나들이 하던 길 이었으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루트였던 것이다.

 

백두대간 조침령 기념비를 지나 우측으로 백두대간 능선길을 타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니 비로소 반가운 칼바람이 날아든다.

 

능선상에 우거진 잡목으로 인하여 조망이 좋지 않은 산행인지라 기회가 닿으면 무조건 렌즈에 담고 보아야 한다.

쌓인눈은 많은데, 바람으로 인해 눈이 다 날려서 그런지 상고대는 볼수가 없다.

 

시야가 터진 정상에 올라 멋진 능선을 보고 싶은데, 산행내내 볼수 있는 조망이란 이처럼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안타까운 능선 뿐이다.

 

선두에서 무름까지 빠지는 눈길을 힘들게 발자국을 내며 지나갔지만 그래도 푹푹 빠지는 눈길 보행은 평소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이 된다.

 

글과 사진으로만 대하던 봉순이오빠님이 이번 산행에 동행을 하였다. (선비님 作)

 

조침령을 넘어 오면서 바라본 먼산의 웅장한 모습

 

 

멀리 동해 바다도 보인다.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조망이다.

 

 

후미를 맡아서 뒤에 오시는 분을 기다리며 무릅까지 빠지는 눈밭에 뒹굴며 시간을 보낸다.

 

일행들과 한참 떨어지고 보니 무릅가까이 눈이쌓여 푹신푹신한 겨울 백두대간길은 바람소리뿐... 조용하기만 하다. 

영아님과 함께 후미에 뒤쳐진분을 걱정하며 불러도 보고 기다리며, 가다 서다 느리게 진행하느라 앞에간 산악회 일행의 후미와 한참 떨어진것 같다. 

 

북암령 갈림길 직전에 가파른 경사의 수십미터 내리막길.....에 제동을 하지 못한 일행이 가속도가 붙은 채로 온몸으로 미끄러지셨다.

엉덩이를 슬쩍 떼고 발과 손을 이용하여 중심을 잡으면 미끄러 지면서도 통제가 용이한데, 철푸덕 주저 앉아 엉덩이 썰매를 타기 시작하면

이처럼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는 대책없이 미끄러질수 밖에 없다.

눈이 많이 내려서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몹쓸 나무줄기라도 눈밑에 솟아 있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오랜 눈길에 만난 이런 미끌미끌 내리막 썰매 구간은 반갑고 즐겁기만 하다.

 

북암령을 앞에두고 두껍게 얼어붙은 계곡을 따라 진동리도 하산을 한다.

 

 

역시 강원도의 산이라 그런지 골이 깊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것 같은 계곡을 지나고 나니 예쁜 하늘과 함께 진동리 설피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후 5시 37분.

눈쌓인 설피마을의 겨울날 저물어 가는 모습은 옛날 그리운 고향마을의 밥짓는 냄새가 가득하고...

간간히 들리는 개짓는 소리만 정겹게 들려온다.

 

필터를 쓴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해가 지는 쪽과 반대쪽의 색감을 카메라 렌즈가 다른 컬러로 담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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