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때 : 2010년 1월 2일  토요일

어디로 :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고광리 선자령

코스는 : 대관령 휴계소 - 선자령 - 대관령 휴계소 (원점회귀)
시간은 : 약 3시간

난이도 : 초급 (★○○○○)

 

선자령(仙子嶺), 이름 그대로 계곡의 경관이 좋아 하늘의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을 즐기며 놀았다는 유래가 있는 곤신봉(坤申峰)과

대관령(大關嶺) 사이의 큰 고개는 겨울만 되면 심설산행을 즐기려는 산객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이번주 내내 영하를 한참 밑도는 쌀쌀한 날씨에 눈까지 한번 온다고 했으니, 특히나 눈이 많이 내린다는 선자령의 심설을 기대하며 산행을

기다렸다.

 

그런데 하루전날...

인터넷에서 신년일출을 다녀오신분의 산행사진을 보니... 이런... 눈이 없는 것이다.

물론 조금 있기는 한데, '심설산행' 이라고 부르기는 커녕 군데군데 맨땅이 보이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기상청에서 당일 오전에 눈이

내린다고 하니 예보된 적설량은 많지 않지만 약간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그쪽은 조금 더 내리겠지.... 하는 기대와 함께...

 

조금씩 내리던 눈이 버스가 대관령에 가까이 갈수록 함박눈으로 바뀌어 도로는 이미 눈길이 되어 버렸다.

눈이 없어 걱정을 하다, 내리는 눈에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 결국은 예보를 확인하지 않거나 준비없이 나온 승용차들로 인해 도로가 정체가

되니, 잠깐 사이에 새옹지마의 속담이 머리를 스쳐간다.

 

계획된 시간보다 한시간이상 늦게 도착을 하게 되어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이미 12시를 넘어버린 시간인지라 다들 휴게소 한구석에서

옹기 종기 모여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초막골로 하산을 하려고 계획했던 코스 또한 미끄럽고 정체되는 눈길로 인해 원점회귀로 결정이

되고, 늦게 도착한 만큼, 원래 예정되었던 초급산행의 느긋함이 아닌 완만한 코스이지만 어느정도 속도를 내서 부지런히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동행한 회원님중 한분이 정상까지 동행하지 못하게 되니 산행 주관을한 입장에서 미안하기만 하다.

 

산행을 즐겁게 마치고 돌아오는길...

삼일째 이어지는 산행에 잠시 눈을 붙히고 깨어보니 고속도로가 눈으로 인한 극심한 정체로 인해 차는 국도로 빠져 있었다.

원래 버스안에서 음주를 하지 않도록 되어 있을텐데, 거북이처럼 기어가는 차안의 답답함을 달래보려는지 산악회에서 따로 비용을 들여

인근 슈퍼에서 술과 안주를 들여와 긴시간 느림보 버스안에서 지루해 하고 있는 산꾼들에게 한잔씩 권하는 배려를 보여준다.

결국 대전에 도착하여 내리고 보니 자정을 넘긴시간... 누구 말처럼 1박2일의 초급산행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눈맞으러 간 사람들이 눈때문에 길이 막힌다고 짜증을 낼수도 없는법. ^__^  ~

차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멋진 분들과 함께한 즐거운 겨울여행으로 남을것 같다.

 

대관령 휴계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출발하기 직전에.. (온누리님 作)

 

선자령 오르는 길은 완만한 임도를 따라 걷는것 부터 시작을 한다.

오전에 내린 눈으로 인해 바로 전날에는 볼수 없었던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즐거운 눈길을 걸을수 있게 되었다.

 

 

항공무선표지소를 지나고 잠시후 갈림길에서 새봉 오름길을 택한후에 조망이 좋은 바위에 서서 지나온 길을 조망해 본다.

중간에 손을들고 원거리 포즈를 취하고 있는분이 언제나기쁨님 이다.

 

기쁨님 일행이 와서 같이 증명사진을 한장씩 남긴다.

 

눈이 몇시간만 더 일찍 내려주었다면 선자령 거센 바람에 멋진 상고대도 기대해 볼수 있었을 텐데, 내린지 얼마 안되고, 지금도 내리고 있다보니

유명한 선자령 바람으로 인해 나무에 눈이 붙어 있지를 못하고, 가시거리 또한 길지가 않다.

 

새봉 전망대에 올라보니.... 내리는 눈과 뿌연 안개로 인하여 시원스레 보여야할 동해바다의 원거리 조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안개와 눈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모습으로 근거리 풍경이 묘한 조화를 부리고 있는데, 내 실력으로 그 모습을 렌즈에 담기는 불가능하다.

 

새봉을 지나 선자령을 향해 다시 경사가 완만한 눈과 바람의 길을 걷는다.

 

 

 

 

 

 

 

 

 

 

 

 

 

 

 

 

 

 

 

 

선자령이 가까워 지면서 웅웅 거리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날개짓이 눈과 구름에 가려

보일듯 말듯 유령의 마을의 풍차 같다. 

 

 

 

 

 

 

 

 

 

 

 

 

 

 

 

 

 

 

 

 

 

 

 

 

 

 

 

 

 

 

 

 

 

 

 

 

 

 

 

 

 

 

 

 

대관령, 선자령에 풍력발전기들이 들어선 것은

그만큼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총 49기의 대관령

풍력 발전단지의 발전 용량은 소양강 다목적댐의

절반에 해당하는 98㎿급인데, 이는 약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 이라고 한다.

 

 

 

 

 

 

 

 

 

 

 

 

 

 

 

 

 

 

 

 

 

선자령 정상을 3~400미터 앞둔 지점은 눈과 바람 그리고 안개구름으로 인해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만 놓고 보면 마치 희말라야의 높은 설산을 거닐고 있는

듯한 상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이날 선자령 산행중에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영하의 날씨에 어울리는 심하게 차가운 바람이 아니어서 산행내내 포근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자령 100미터 전의 마지막 이정표

 

 

 

 

 

 

 

 

 

 

 

 

 

 

 

 

 

 

 

 

 

 

선자령 정상에서...

 

<원점회귀 선자령 산행 지도>

 

 

 

 

 

 

  

830미터의 대관령 정상에서 출발하는 왕복 10km의 선자령 산행은 트레킹이라 불리울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여 누구나 쉽게 정상까지 다녀올수가 있다.

하얀 풍차가 말해주듯, 바람의 나라인 선자령은 이처럼 수월하게 고산지대의 설경과 바람을 즐길수 있기에 특히 사랑을 받고 있다.

비록 길이 막혀서 늦는 바람에 초막골로 하산을 못하지만, 그래도 이처럼 설경을 감상할수 있으니 오전에 내린눈이 고맙기만 하다.

 

이번 산행의 메인 테마가 '눈밭에 한번 뒹굴어 보자' 였으니, 눈밭에 누워 보는건 당연한 과제물 이다.

 

내일 아침이면 저 헐벗은 나무들은 멋진 흰옷을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을것 이다.

 

이렇게 눈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선자령을 내려와 다시 대관령으로 향한다.

 

푹신한 눈길의 하산은 선자령의 완만한 경사와 함께 여유와 즐거움을 제공한다.

 

구름에 가린 해가 슬쩍 얼굴을 보이며 풍경은 한층더 은근해진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원거리 조망도 잠깐 가능해진다.

 

비료푸대 대신 배낭틀에 김장봉투를 씌우니 훌륭한 눈썰매가 되어 다들 돌아가며 썰매를 타고 눈길 하산을 즐긴다.

배낭 틀을 잡는 얇은 깔판을 눈썰매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 같다.

 

 

 

 

 

 

 

 

 

 

 

 

 

 

 

 

 

 

 

 

 

 

 

올라올때 눈보라에 그냥 지나쳤던 KT 방송

송신탑을 다시 만났다.

 

 

 

 

 

 

 

 

 

 

 

 

 

 

 

 

 

 

 

 

 

 

 

이렇게 왕복 10km의 바람의 언덕 선자령 눈꽃 트레킹을 마친다.

 

출발할때 내렸던 휴계소가 아닌 건너편 휴게소에 도착하니 겨울해가 벌써 저만치 넘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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