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 동화속 은빛세상 (삼공리 ~ 안성)

 

어느때 : 2009년 12월 19  토요일

어디로 :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코스는 : 삼공리 - 백련사 - 향적봉 - 중봉 - 동엽령 - 안성

시간은 : 약 8시간 (점심시간 포함)

난이도 : 중급 (★★☆○○) - 특히 날씨 때문에

              

 

지난주에 푸근해서 남쪽 팔영산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했던 날씨가 이번주 들어 수은주가 뚝 떨어지며 연일 맹추위를 기록

하고 있다. 더우기 산행 이틀전부터 눈까지 내려주니 이번 덕유산행은 올해 첫 설산체험을 제대로 할수 있게되었다는 기대감이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사진을 담고싶은 나로서는 산행 당일에 내리는 눈은 그다지 반갑지가 않다. 눈이 내리면 날씨가 흐리고, 시야가 안좋아서

조망을 할수 없다는 문제도 있지만, 당장 카메라 렌즈에 눈이 묻는 바람에 제대로된 사진을 담기 힘들고 렌즈 닦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 내리는 당일 보다 사진촬영에는 눈내린 다음날 하늘은 푸르르고 대지는 온통 눈으로 뒤덮힌 그런날이

최고가아닌가 생각을 한다. 쨍하니 파란 하늘에 흰눈을 뒤집어쓴 능선의 천년 주목과 고사목은 겨울 산행 사진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눈내리는 날은 그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진찍기에는 영 불편하지만, 렌즈가 아닌, 눈으로, 몸으로 그 즐거움을

느낄수 있는것 이다.  하여 이날도 시계가 흐리고 조망이 없어 그다지 멋진 사진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눈과 함께 능선에서 세차게

부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즐길수 있었던 그런 멋진 산행이 되었다. 

 

백련사에서 향적봉을 오르고 나면 동엽령 까지는 거의 평지를 걷다 시피 하는 능선산행에 이후는 하산길이라 그다지 어렵지 않은

산행 이었지만 이날 능선에서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는 거센 바람과 실거리 18Km에 해당하는 짧지 않은 산행거리로 인해 중급

정도의 산행이 아니었나 하는 평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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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은 1975년, 오대산과 더불어 국내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소백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으면서 소백산, 속리산 등을 솟아오르게 한 후, 다시 지리산으로 가는 도중 그 중심부에 빚어 놓은 또 하나의 명산이라고

할 수 있다.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1,300m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여km를 달리고 있으며 그 가운데 덕유산

주봉을 비롯해서 동쪽에는 지봉, 북쪽에는 칠봉이 자리하고 있는데 덕유산은 덕이 많은 너그러운 모산이라 해서 덕유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덕유산은 전라북도 무주와 장수, 경상남도 거창과 함양군 등 2개도 4개 군에 걸쳐 솟아 있으며, 해발1,614m의 향적봉을 정상으로

하여 백두대간의 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 13개의 대(臺),10여개의 못, 20개의 폭포 등 기암절벽과 여울들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구천동 계곡은 예로부터 선인들이 이름 붙인 33경으로 덕유산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 <출처 : 국립공원 관리공단>

 

 

덕유산 등산 지도

 

이날 산행코스가 원점회귀가 아닌탓에 불나방님은 우리들을 삼공리 입구에 내려주고 안성에서 기다리신다고 하며 차를 몰고

돌아가셨다. 같이 산행을 했으면 좋았으련만.... 백련사 까지의 진입로가 긴 탓에, 점심식사를 하는 향적봉 대피소까지 같이

가자고 할수도 없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안성으로 가셔서 동엽령까지 왕복 단독 산행을 하셨다고 하니, 미안스럽다.

(오전 9시 40분)

 

 

삼공리에 내리자 마자 온몸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거센 칼바람이 몰아친다.

다들 비명을 지르며 옷을 껴입고, 귀마개를 씌운다.

왼쪽부터, 반보거사, 하늘벗삼아, 언제나기쁨님

 

 

차가운 바람만 부는 텅빈듯한 삼공리의 아침풍경은 조용하기만 하다.

 

삼공(三公)이라는 말은 조선시대 삼정승(영의정,좌의정,우위정)을 뜻하는 말로 후세에 이곳에서 삼정승이 태어난다는 풍수설

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옛날 이 곳에 세 마리의 학이 살았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는 설, 상오정을 거쳐나온 원당천과 구천동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이 합류하여 배방으로 흘러 가면서 이 지역의 땅이 세 곳으로 공(公)변되었기 때문이라는 세 가지 설이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인 1975년 이전에는 삼공과 당골마을 뿐이어서 삼공리는 단일 행정구역으로 구획되었으나

이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급격한 성장을 보여 1981년 군조례의 개정으로 삼공리는 원삼공 마을과 보안마을로 분리

되었다. 1986년에는 원삼공 마을에 속해있던 관광단지를 덕유라는 지명을 붙여 불리시킴으로서 지금의 삼공리는 3개리의

분리된다. 동으로는 삼봉산을 남으로는 못봉을 사이에 두고 경남과 도계를 이루고 서쪽은 향적봉 능선을 따라 안성면, 북으로는

심곡리와 인접해 있다.

 

 

덕유산에 겨우살이가 지천이라고 하더니, 삼공리 보호수에도 주렁주렁 달려있다.

 

 

구천동 계곡의 33경중의 하나인 비파담도 얼어붙어 내년 봄이나 되어야 에머럴드빛 초록색 깊은물을 볼수 있을것 같다. 

 

갈천 임훈이 1552년 향적봉을 오르고 남긴 등덕유산향적봉기에는

구천동을 불공을 이룬자 9천명이 머문 둔소(屯所)라는 뜻에서 구천둔(九千屯)이라 했다고 한다.
윤증의 유광려산행기에서 처음으로 동자가 붙여 썼고, 어사 박문수가 천(千)씨 부자(夫子)와 관련해

구천동민을 신도로 다스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구씨와 천씨가 많이 산다고 해서 구천동(具千洞)이라 한다고 하는 말도 있다.

 

 

백련사 까지 5.6km의 이처럼 평탄하고 완만한 길을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다.

어찌보면 산꾼들에게 이길은 참으로 길고도 지루한 길이 될수도 있겠지만, 또 어찌보면 이길은 덕유산을 찾는이들에게

'덕유'의 넉넉한 여유와 편안함을 제공하는 그런길인듯 싶고, 백련사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하는 산꾼들에겐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풀수 있는 그런길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나는 산행을 시작하자 마자 초입부터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는 그런 성질급한 코스 보다는 이렇게 여유있는 들머리가 좋은것 같다.

 

 

백련사에 도착 (오전 11시 7분)

 

 

백련사 일주문을 지나 직진을 하면 오수자굴 방향이고 향적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우측의 백련사로 들어간다.

 

 

백련사 입구의 매월당 설흔 스님의 사리를 모신 매월당 부도를 지나서

 

 

계단을 올라 천왕문을 넘어서면서 백련사에 들어선다.

이렇게 등로는 절을 지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고 보면 백련사 일주문은 꼭 사찰의 일주문 이라기 보다는 삼공리를 거쳐 덕유산을 찾는 모든 산꾼들에게

전주의 호남제일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긴 山門이 절의 바깥문을 뜻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처음부터 사찰과 산은 결코 따로놓고 생각할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천왕문을 지나 올려다본 대웅전

 

 

백련사 대웅전

겨울 찬바람에 닫힌 대웅전 앞에서 조용히 합장하고 마음속 간절한 소망을 담아 짧은 기도를 한다.

 

 

대웅전 앞에서 내려다본 백련사

 

 

갈증도 나지않고 배낭에도 얼음물 같은 물병이 있지만, 그래도 대웅전 왼쪽의 졸졸 흐르는 시원한 약수를 한잔 떠서 마셔본다.

 

 

대웅전을 우측으로 돌아서 산길로 접어들기전에 긴 담벼락에서 내려다본 백련사의 다른쪽 모습

 

 

삼성각을 돌아 우측으로 난 계단을 타고 오르면서 백련사 까지의 완만한 길은 끝이나고 향적봉으로의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이 된다.

 

백련사를 지나면서 향적봉 대피소로 오르는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하늘벗삼아님 - 물을 많이 드시는데 배낭에 있는 수낭의 호스가 얼어서 이날 컨디션 난조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서서히 동화속 나니아연대기에 나오는 설국의 은빛세상 속으로 들어선다.

어디선가 얼음마녀가 소리없이 나타날것만 같다.

 

 

향적봉 오르는 길에 설경을 배경으로 반보거사님(왼쪽)과 언제나기쁨님

눈이 날리고, 날씨가 흐려서 가시거리는 길지 않지만, 몇푼안되는 기계가 인식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첨단 인간의

두눈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이 감상하고 있다.

 

 

아파트 창밖으로 내리는 눈과 겨울풍경이 산속과는 이만큼 다른것이다.

 

 

봄꽃이 제아무리 예쁘다고 하지만 새하얀 겨울 숲속의 눈꽃만 할까...

지난 겨울 태백산 능선에서 바라보던 백설의 상고대꽃이 가득핀 설경의 벅찬 감동을 지금도 잊을수 없다. 

 

 

향적봉에 가까워 질수록 눈꽃은 그 아름다움이 더해간다.

 

 

일행중 한분이 추운 날씨로 근육이 수축되어 갑작스레 쥐가 나는등 컨디션 난조로 

대피소 까지 많이 늦어지게 되다보니 다들 가다 서다 눈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오른다.

 

 

순백의 숲길은 여름산과 다른 또 다른 감흥을 준다.

 

 

대피소 갈림길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향적봉 대피소로 향한다.

 

 

대피소 앞 진입로의 아름다운 길에서 언제나기쁨님

산죽위로 마치 눈꽃을 뒤집어쓴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루돌프 사슴 뿔들이

마치 '덕유' 정상으로의 입장을 환영하는 사관생도 예도단의 교차칼 같다.

 

 

향적봉 대피소에는 많은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어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이리 저리 자리를 찾다가 건물뒤에 바람이 덜부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버너에 물을 얹었다.

역시 추울때는 라면이 최고 인듯 하다.

거사님이 준비한 더덕구이를 따뜻하게 구워서 홍초주 한잔이 들어가니 한결 몸이 따뜻해 진다.

 

 

뒤늦게 도착한 일행을 기다리면서 한시간 반 가량의 긴 ~ 점심식사를 하고 향적봉 정상에 올랐다.

 

누운 향나무가 많아 향적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향적봉에는 언젠가 향나무가 일어서면 미륵부처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깊은 산에 우뚝 솟아 거창의 진산으로 존중받던 덕유산 그리고 신의 영역이라는 향적봉의 정상은

케이블카로 인해 이제 짧은 치마와 하이힐로도 쉽게 오르는 산이 되었다. 그만큼 쉽게 오를수 있게된 만큼 많은 인간의

손길과 발길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장된 정상의 모습처럼 오염과 훼손은 어쩔수 없는 양날의 칼같다.

케이블카 설치를 진행하고 있는 지리산 천왕봉이 걱정된다. 

 

 

정상에 부는 칼바람이 사진에 보이는듯 하다. (오후 2시 45분)

 

 

천년주목을 대하면 항상 백년도 안되는 인간의 짧은 삶에 대한 반성을 해보게 된다.

 

 

덕유산 정상의 상고대는 아직 덜 여물었지만 그런대로 이쁘기만 하다.

 

 

메마른 고목은 겨울에 흰옷을 꺼내 입고...

 

 

천년 주목도 흰옷을 입는 겨울에 더욱더 사랑을 받는것 같다.

 

 

칼바람에 흩날리는 눈이 렌즈에 달라붙어 카메라를 제대로 쳐들고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이런날은 더더욱 렌즈 덮개를 열기전에 구도를 확실히 정해놓고 렌즈를 열자마자 눈이 묻기 전에 초스피드로 셔터를

눌러야 한다.

 

아침에 두 천년주목 사이로 만년의 해가 떠오른다면 참 멋진 모습일 것이다.

언젠가 향적봉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멋진 주목을 배경으로 찬란하게 떠오르는 덕유의 일출을 보고 싶다.

 

 

3계절 모자를 쓰고 갔다가, 칼바람에 정신없이 꺼내서 뒤집어쓴 군인 철모 스타일의 윈드스토퍼 재질의 모자

지난해에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다음해에는 절대로 이 모자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역시 겨울엔 스타일이고 뭐고 .... 따뜻한게 제일이다....

다들 얼굴들은 볼살이 떨어져 나갈것 같은 칼바람에 빨갛게 익었다.

바라클라바를 쓰면 딱 좋은데... 안경잽이들은 10분도 안되서 안경에 김이서리는 통에 벗어 버리게 된다.

그래서... 겨울이면 라식 생각이 특히 난다.

 

 

눈이 그치고 하늘이 파랠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이면 더욱 예쁘게 나올텐데...

 

 

중봉으로 가는길에

덕유-바람이 머무는곳 이라고 이번 산행공지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바람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바람이 미친듯이 춤을 추는 곳 이 더 정확한 표현같다.

 

 

중봉 정상의 모습

 

 

중봉 도착 (오후 3시 22분)

 

 

중봉을 지나 다시 백암봉을 향하는 길엔 눈보라가 날리고 바람은 열정적인 살사춤을 추고 있다.

 

 

덕유평전 - 그 환상의 세계로의 초대를 받은 어느 女산객은 넋을 놓고 황홀한 설경을 감상하고 있다.

아마도.... 이순간 봄꽃만발한 꽃밭에서 부터 덕유평전의 춘하추동이 그녀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순백의 덕유평전의 봄은 어떤 색으로 사람들의 넋을 빼놓을까?

 

 

능선을 넘나드는 매서운 칼바람에도 환상의 설경을 거닐고 있는 산객의 즐거움은 감출수 없다.

 

 

오히려 날씨가 좋지 않아 뿌연 안개에 휩싸인듯한 설경이 사진촬영엔 젬병이지만 어찌 보면 그로인해 더욱 몽환적인 모습을

연출하는것 같다. 안개속에서 불현듯 나니아의 얼음마녀로 분한 틸다스윈튼이 하얀색 마차를 몰고 나타나면 바로 이 평전은

판타지의 세계로 변해버릴 것이다.

 

 

판타지의 환상을 지나 백암봉을 향하고 있는 일행들

 

 

백암봉 정상은 사진처럼 단촐하기만 하다.

 

 

설국에서의 만남

어느쪽이 먼저랄것도 없이 얼어붙은 입으로 반가운 인사들을 건넨다.

 

 

동엽령으로 가는 아름다운 능선길의 칼바람은 볼살을 모두 떼어가는것만 같다. 

 

 

덕유산 능선의 바람소리 - 동엽령 가는길에

 

 

 가시거리가 조금 길어 지면서 덕유산의 굴곡이 조금씩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세상이 아스라히 안개에 가리면서 더 없는 감동을 준다.

 

 

 향적봉에서 동엽령으로 가는길의 체감온도 영하 20도가 넘는 ... 볼살을 에이는 거센 바람은 이날 산행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게 할것 같다.

 

 

동엽령 가는길의 몽환적인 덕유능선의 설경은 누구나 보고 그리고 걷고 싶은 길일것이다.

 

 

 가시거리가 최대로 열렸을때....

 

 

흐린날엔 이처럼 살짝 안개가 낀것이 더욱 멋진것 같기도 하다.

 

 

눈내린날은 자동카메라 노출을 자동으로 놓고 찍으면 눈의 반사로 인하여 디카의 노출계가 인식을 못하고 눈이 약간 회색이나

어둡게 나오게 된다. 하여 눈내린날에는 눈의 양에 따라 노출을 강제로 +1/3~+2/3 이나, +1 정도 높혀놓고 찍으면 된다.

 

 

드디어 동엽령에 도착 (오후 4시 41분)

 

 

동엽령

 

 

동엽령에서 안성으로의 하산길

안성부근 하늘엔 구멍이 뚫려 어서오라고 빛을 뿌려주고 있는것 같다.

 

 

 하산하는 길에 능선의 멋진 설경을 눈에 담아두고...

 

 

카메라에도 담아두고...

 

 

어둠이 슬쩍 내려앉을 무렵에 안성매표소 도착 하였다. (오후 5시 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