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때 : 2009년 12월 12  토요일

어디로 :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코스는 : 능가사 - 마당바위 - 1봉 ~ 8봉 - 탑재 - 능가사

시간은 : 약 4시간

난이도 : 초중급 (★★○○○)

              

 

덕유산 눈꽃산행을 계획했다가 눈이 내려야할 타이밍에 따뜻한 비가 내리니 덕유산은 산불방지기간이 끝나는 15일 이후로 미루고

모처럼 혼자 조용히 산행을 다녀올 생각을 하였는데, 나때문에 덕유산을 계획했다가 그래도 혼자 덕유산에 가시려고 하는 등산객님이

마음에 걸려, 8개의 암봉이 아기자기 하고 재미가 있는 전남 고흥의 팔영산으로의 동행을 권유 하였다.

눈은 커녕 화창한 날씨는 바위산을 가기에 딱 좋은 날씨인듯 하고, 다시 추워져서 눈이 내리고 나면 팔영산 같은 바위산은 내년 봄

까지는 미뤄두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처음 동행하게된 K 산악회 버스를 타니 생각치 못했던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1년전 다른산악회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에서

후미대장을 맡아서 끝까지 동행하면서 특별한 코스로 하산을 하는 가운데 보여준 친절함을 잊을수 없도록 만들어준 산행대장님이

이니셜 KK 라는 닉네임으로 리딩을 하고 계신것이다. 그새 흰머리만 많이 늘어나서 괜스레 연식만 더 들어보이신다. ^__&

 

도립공원 팔영산은 8개의 암봉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8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험난한 코스를 예상하는데 실제로는 암봉을

오르내리는 안부의 굴곡이 심하지 않으며 암봉의 규모가 작고,  코스가 길지 않아서 체력소모가 심하지 않아, 아기자기한 바위산행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초보님들이 시원스런 멋진 조망과 함께 충분히 산행을 즐길수 있는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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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608m)은 소백산맥이 서쪽으로 힘에 지친듯 기울다가 동남으로 고흥반도를 바라보며 점암면 성기리, 강산리, 영남면 양사리

등에 걸쳐 우뚝 솟아 있는 산으로 고흥군의 진산으라고 하여, 옛 문헌에 보면 이산의 이름은 팔영산(八影山) 이외에 팔전산(八田山)

팔령산(八靈山), 팔점산(八点山) 등으로 불리웠으며 산의 정상에 팔봉이 있는데, 첫째 유영, 둘째 성주, 셋째 생황, 넷째 사자, 다섯째

오로, 여섯째 두류, 일곱째 칠성, 여덟째 적취 라 하였다. 팔영산에는 예전에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사찰로 꼽히던

능가사를 비롯 하여 경관이 빼어난 신선대와 강산폭포 등 명소가 많다. (출처 : 공원 안내판등)

 

 

 

 팔영산 산행 코스 안내 지도

 

7시반에 대전에서 출발한 버스는 보성 벌교를 지나 4시간을 달려 오전 11시30분이 되서야 주차장에 도착을 한다.

전날 잡무와 이런 저런 상념에 잠을 못 이루었는데 생각보다 더 걸린 차길이 눈붙히고 원기를 보충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차후에 일행들은 쏜살같이 등로로 스며들어 버리고, 뒤에남아 가벼운 준비운동을 한후에 역광으로 인하여 촬영이 어려운 능가사를

왼쪽으로 돌아 완만한 시골길을 걸어 올라가면서 팔영산 산행을 시작 한다.

보고싶었던 사찰이지만 원점회귀 산행이니 만큼 능가사는 하산길에 들려보기로 하고 천왕문만 일별한체 미련없이 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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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사를 지나면 바로 조선시대 후기 승려로 사제 간인 추계당과 사영당 부도를 지나게 된다.

 

몸을 풀고 사진 두어장 찍는 사이에 버스에서 내린 일행들은 후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산속으로 사라지고

나와 등산객님만이 역광으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팔영산의 여덟개 봉우리를 담으며 좀더 여유를 부려본다.

 

팔영산은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음산이면서도 제4봉인 사자봉은 용이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형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있는 혈(穴)은 임금의 옥쇄가 마지막 봉우리에서 미완성으로 끝난 아쉬운 혈(穴)이라고 한다.

왜정시대 때는 일본인들이 조선의 맥을 끊으려고 팔봉에다가 큰 대못을 박았는데

당시 정확한 혈에다가 대못을 박지 못해 고흥에서 팔응장군이 나왔다고들 한다.

 

 팔영산 입구에는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공원내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오토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생각치 못했던 산행길에 아기대장님을 만나고 보니 대전이 땅은 넓지만 역시 좁은곳이다 ^__&

일행들을 쫒아 1봉을 향하여 조금 오르다 보니 다들 잠깐 쉬며 숨을 고르고 있는 흔들바위를 만나게 된다.

 

 흔들바위를 지나 1봉으로 오르는길은 아직도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엊그제 눈이 내렸다면 이길은 아마 또 다른 계절의 분위기를 담고 있을 것 이다.

 

 약간 땀이 날만할 정도로 오르자 슬쩍 멋진 다도해 조망이 보이는 곳에 다다른다.

비로인해 가시거리가 길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푸른 하늘과 달리 개스가 끼어서 원거리 조망은 힘들어 보인다.

 

조금더 오르니 1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며 사방으로 시원스런 조망이 바닷가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멀리 선녀봉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이는데 정상에 서서 더 멋지게 볼수 있는 곳으로 남겨둔다.

 

 능선에 올라 바라본 첫번째 봉우리인 유영봉

8봉으로의 진행방향으로는 계속 역광이 이어지는지라 봉우리들을 제대로 담으려면 넘은 다음에 뒤돌아서 사진을 찍어야 할것 같다.

 

 왼쪽은 절벽이라 위험하고, 노약자는 우측으로 우회 하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안내판 경고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왼쪽 절벽으로 길을 잡아 가볍게 제 1봉에 올랐다.

 

팔영산 여덟 봉우리는 각각 별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조선 고종때 편찬된 <흥양읍지(興陽邑誌)>에 따르면

팔영산은 8봉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유영봉, 군선봉, 중앙에는 성주봉이 자리하고 있고 북쪽에는 천주봉, 중앙에 사자봉이 있으며

서쪽에는 별봉과 팔응봉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각각의 이름들이 정확히 어떤 봉우리를 가리키는지는 확실히 밝히지 않아
편의상 북쪽의 봉우리부터 순차적으로 1봉, 2봉 순으로 부르고 있으며 고흥군에서는 각각의 봉우리에

별도의 이름을 붙혀두고 있다.

 

앞에 서있는 봉우리 설명글을 옮겨 본다.

 

유영봉(儒影峰)

 

유달은 아니지만 공맹으로 선비레라

유건은 썼지만 선비풍채 당당하여

선비의 그림자 닮아 유영봉 되었노라

 

 유영봉에서

 

 1봉에서 바라본 2봉의 모습 - 사람의 눈처럼 역광 없이 장면을 담을수는 없을까...

 

2봉 오름길에 - 계단의 철봉엔 세심하게도 부드러운 끈이 감겨있어 겨울철에 잡고 오르는데

손이 시리거나, 미끄러워서 고생하는것을 방지하고 있다.

 

 2봉에 오르면서 바라본 1봉의 모습

늦게 도착하여 1봉에 오르고 나니 벌써 12시가 넘은지라 바람이 적은 중간 안부엔 식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을 볼수가 있다. 일행들은 2봉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며 봉우리를 오른다.

 

조금 위험한 곳은 여지없이 쇠줄과 손잡이나 발판이 달려 있어서 산행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되어 있다.

 

 2봉에서 바라본 선녀봉

 

안부의 굴곡이 깊지 않으니 이렇게 금새 2봉에 도착을 한다.

2봉 정상에서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등산객님 및 KK 대장님등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성주봉(聖主峰)

 

성스런 명산주인 산을 지킨 군주봉아

 팔봉 지켜주는 부처같은 성인바위

팔영산 주인되신 성주봉 여기로세

 

 2봉에서 바라본 1봉의 모습

 

 멋진 남해로의 물길과 산들이 아름다운데 정면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 햇님덕에 진경은 눈으로만 담아 두어야 할판이다.

 

 왼쪽의 지나온 길과 오른쪽 우뚝솟은 선녀봉 뒤로 펼쳐진 다도해가 아름답다.

 

 찌개냄새가 구수한 아기님 일행의 밥터를 지나, 식후에 산책하듯 슬슬 걸어보니 바로 다음 봉우리인 3봉에 도착을 한다.

 

생황봉(笙篁峰)

 

열아홉 대나무통 관악기 모양새로

소리는 없지만 바위모양 생황이라

바람결 들어보세 아름다운 생황소리

 

3봉에서 바라본 건녀편 4봉에 오르는 모습

 

 4봉에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보니 3봉 정상엔 그새 식사를 마친 별빛아기님 일행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자세를 잡는다.

 

선녀봉 우측으로 팔영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양동계곡

 

 3봉을 내려오는 분들

 

 제4봉인 사자봉 - 4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사자봉인가?

봉우리 명명이 나름 재미가 있는것 같다. 그러고 보니 다음 봉우리는 5봉인 오로봉이니 말이다.

 

사자봉(獅子峰)

 

동물의 왕자처럼 사자바위 군림하여

으르렁 소리치면 백수들이 엎드리듯

기묘한 절경속에 사자모양 갖췄구려

 

 4봉에서 5봉은 지척이다.

4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벌써 5봉을 맞고 보니 이러다가 조망산행을 좀더 즐기지 못하고

8봉이 너무 빨리 끝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오로봉(五老峰)

 

다섯명 늙은신선 별유천지 비인간이

도원이 어디메뇨 무릉이 여기로세

5신선 놀이터가 5로봉이 아니더냐

 

 오로봉에서 바라본 사자봉의 모습 - 사진에서 보이는것 만큼 지척이다.

 

 5봉에 올라보니 8봉중 제일 높다는 제6봉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도립공원급 산의 독립된 봉우리라면 적어도 이정도는 되어야 어데가서 봉우리 입네 하고 생색이라도 낼것이다.

그러고 보니 6봉의 이름은 두류봉이다. 지리산의 또 다른 이름이 두류산 아니던가.

팔영산 최고봉의 이름을 가질만 한것 같다.

 

6봉 암릉 오름길을 좀더 가까이 살펴 본다.

이날 산행이 아찔했다고 기억하시는분이 계시다면 아마도 이곳 6봉 오름길 일것 이다.

  

 6봉에 오르면서 뒤돌아 보니 지나온 봉우리들이 줄서서 눈에 들어온다.

 

6봉에 오르면서 내려다본 모습 - 철구조물이 잘 되어 있어서 원거리 사진으로 보는것 만큼 아찔하지는 않다.

 

6봉에 올라 뒤돌아본 지나온 봉우리들

 

여덟봉우리중 주봉이라 할수 있는 제6봉

 

두류봉(頭流峰)

 

건곤이 맞다은곳 하늘문이 열렸으니

하늘길 어디메뇨 통천문이 여기로다

두류봉 오르면 천국으로 통하노라

 

 가야할 7봉의 모습

두류봉에 올라 동남쪽을 바라보면 저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고 하는데 살짝 개스가 낀데다가 정확히 어느 방향이 대마도 인지 알수가 없다.

 

이게 두류봉에서 말하는 통천문 이련가? 방향은 칠성봉에 오르도록 되어 있는데...

 

7봉에 올라 뒤돌아본 우뚝솟은 6봉의 모습뒤로 나머지 봉우리들이 모두 숨어 버렸다. 

 

다도해를 배경으로 서있는 제7봉의 정상석

 

칠성봉(七星峰)

 

북극성 축을삼아 하루도 열두때를

북두칠성 자루돌아 천만년을 한결같이

일곱개 별자리 돌고도는 칠성바위

 

7봉 안부에 내려서니 능가사로 바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8봉으로 가는길에 바라본 7봉의 모습 - 아기님이 이끄는 후미팀이 도착하여 사진을 담고 있는것 같다.

 

 저만치 뒤로 멀리 있는 8봉과 그 뒤 왼쪽멀리 있는 깃대봉 

 

 8봉으로 가는길에 있는 작은 봉우리는 넘으면서

 

 이렇게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8봉에 도착을 했다.

 

적취봉(積翠峰)

 

물총새 파란색 병풍처럼 첩첩하며

초목의 그림자 푸르름이 겹쳐쌓여

꽃나무 가지엮어 산봉우리 푸르구나

 

 

 8봉 정상에서 바라본 멀리 보이는 7봉의 모습

 

깃대봉과 멀리 다도해의 모습

 

 8봉 정상에서 마지막 증명사진을 한장 남긴다.

 

 예전엔 8봉에서 길을몰라 7봉으로 뒤돌아가서 하산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날도 그렇게 뒤돌아 가는분이 계셨다.

8봉에서 깃대봉 방향으로 사진속의 분홍색 여자분의 오른쪽 아래에 보면 살짝 노란색 표지판이 서있는것을 볼수가 있다.

그곳에서 계속 진행을 하면 깃대봉이고, 우측으로 내려서면 능가사로 되돌아 갈수 있는것이다.

 

 다시한번 칠성봉쪽을 뒤돌아 보고 발걸음을 돌린다.

 

 

 24mm 광각으로도 깃대봉을 중심으로 모두 잡히지 않아서 살짝 파노라마를 만들어 보았다.

 

 

 8봉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서 뒤돌아본 적취봉

 

깃대봉/능가사 갈림길에서

 

시원한 암릉을 벗어나 능가사로의 하산길은 다시 완만한 늦가을로 빠져든다.

 

8봉에서의 하산길은 능가사에서 1봉으로 바로 오르는것 보다 훨씬 완만해 보인다. 

 

완만한 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오름길에 보았던 공원에 도착을 한다.

 

 능가사로 가는길에 뒤돌아본 팔영산의 봉우리들

 

왜 머나먼 이국땅끝에 솟아있는 여덟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중국 위왕의 세숫대야에 투영되었을까?

신하는 왕의 부름을 받고 중국 전역을 살폈으나 중국에서 끝내 찾지 못하고 나중에 고흥반도에서 팔전산을 발견하고는

그 그림자가 중국에까지 비췄다해서 팔영산으로 고쳐 불러졌다는 전설이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다.

 

후문으로 들어선 능가사 응진전 뒤의 사적비

신라 눌지왕 원년인 417년에 아도화상 이라는 분이 보현사 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절을 처음 세웠다고 한다.

이후 임진왜란으로 모두 불타버린것을 인조 22년 (1644) 정현대사가 여름에 수행하다가 꿈에

산의 남쪽에 옛 절터를 발견하고 능가사로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응진전 뒤에서 바라본 능가사

 

능가사 응진당

응진당의 삼존불은 국가의 대소 길흉사가 있을때마다 부처님의 몸에서 법비가 흐른다고 한다.

 

큰 규모의 사찰터에 비해 고즈넉한 능가사는 황량해 보이기 까지 할정도로 건물이 없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산객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그 큰 터만큼 텅빈 경내가 무척 쓸쓸할것만 같다.

 

팔영산 여덟봉우리를 배경으로 서있는 능가사 대웅전은 보물 제1307호 이다.

팔영산을 배경으로 정면에서 잡아야 하는데 역광을 피해 찍는다고 팔영산의 봉우리들을 배경에 담지 못했다.

 

경내 한쪽에 큰 종이 버려져 있는듯 그늘막 하나 없이 놓여있어 절터에 황량한 분위기를 더한다.

어쩌다 종각을 세우지 못하고 저리 방치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능가사 경내의 가을 낙엽... 한주먹 주어다가 모닥불에 태우면 가을 냄새가 진동할것만 같다.

 

 알고보니 능사사의 종각과 범종은 따로 있다.

보물 제1557호인 능가사 명동종은 조선시대 숙종때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동종으로서는 대형에 속한다고 한다.

 

텅빈 경내와 팔영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능가사 대웅전을 뒤돌아 보고

 

 능가사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을 나서면서 오늘 하루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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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책부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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