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주차장 - 화암사 - 불명산 - 화암사 - 주차장 (5km, 4시간 꽃, 간식 포함)

 

 

 

 

 

불명산 아래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칠부능선 산중에 있는 화암사 까지는 차로도 오를수 있으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산 아래 차를 세워두고 오르는게 좋다.

 

 

 

 

 

안개 짙게 내려 앉은 3월의 첫날

마루님과 또 둘이 걷는다.

 

 

 

 

 

화암사로 가는 계곡에 곱게 핀 황금술잔을 닮은 봄꽃 복수초

 

 

 

 

 

영원한 행복과 슬픈 추억 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복수초

봄이 오기 직전, 눈이 내리면 눈속에 핀 노란 설중 복수초를 볼 수가 있다.

 

 

 

 

복수초의 이름은 여러가지다. 복수초, 설연화, 원일화, 눈색이꽃

예전에 아침드라마 노란복수초의 내용처럼 복수를 하는 꽃이 아니라

한자로 쓰면 福壽草 인데, 행복과 장수를 비는 꽃 이라는 말 이리라

 

 

 

 

 

또한 눈속에서 피는 연꽃 같다해서 설연화(雪蓮花) 라고 부르며

음력 설날에 핀다고 해서 원일화(元日花) 라고도 부른다.

 

 

 

 

 

눈을 녹이며 핀다고 하여 눈색이꽃

키가 작아서 땅위에 보인다고 하여 땅꽃

얼음 사이에서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 이라고도 불린다.

어느 꽃 보다도 봄을 일찍 알리는 봄의 전령사 라고 할 수 있겠다.

 

 

 

 

 

 

 

 

 

 

주차장에서 화암사 까지는 완만해서 내려올때 보니 구두신고 가는분도 보았다.

작은 산 치고는 계곡이 제법 운치도 있도 기품이 느껴진다.

둘이 같은 마음인지, 계곡 참 좋다 라는 말에 공감한다.

 

 

 

 

 

몇일전 비가 조금 내려서 그런지 계곡에 물이 시원하다.

주계곡으로 이어지는 작은 지계곡을 지나는데 이단폭포가 보인다.

이후로도 화암사 계곡엔 폭포가 이어진다.

 

아... 삼각대를 챙겨올것을..

비온뒤 화암사를 간다면 삼각대를 가지고 갈것을 권하고 싶다.

 

 

 

 

 

 

 

 

 

 

작은 산에 작은 절, 화암사

그런데 불명산은 등산객들이 아니라 절 구경 하려는 여행객들이 많이 온다.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화암사로 가는 짧은 길은

부드럽고 아름다워 마치 큰산, 소문난 명산을 가는 느낌이다.

 

계곡가에 얼레지 이파리가 난걸보니

얼마후엔 계곡따라 봄의여왕 얼레지 까지 곱게 필것 같다.

 

마루님은 가을에 단풍이 들면 참 좋을것 같다고 한다.

계곡의 바위 암벽과 더불어 더욱 그윽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것 같다.

 

 

 

 

 

 

 

 

 

 

이윽고 화암사 계곡의 최고 명소에 도착했다.

삼단 폭포가 있는 곳 인데, 길을 새로 내면서 계단을 설치해서 좋은 그림은 버렸다.

누가 이 아름다운 계곡에 철계단을 놓았을까..

 

80년대초 완주군수가 이곳을 방문해서 옛길로 가다가 넘어져 크게 다쳤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이단폭포 위쪽에 멋진 폭포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게 계단 밑에 숨었다.

 

 

 

 

 

계단길 입구에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왼쪽은 철계단이 세워지기 전에 다녔던 옛길

 

마루님과 서로를 바라보고 헌 길로 가기로 뜻을 모은다.

내려올땐 새길로..

 

 

 

 

 

헌 길 초입은 이렇다.

신라때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이래로 조선시대 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녔던 길 이다.

 

 

 

 

 

헌 길은 중국산의 잔도처럼 벼랑 따라서 계단이 나있다.

옛날엔 안전 시설이 없었을테니 더욱 무서웠겠지

더우기 겨울에 눈 내리고, 얼어붙으면 내려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15세기에 만들어진 〈화암사중창기華巖寺重創記〉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절은 고산현(高山顯) 북쪽 불명산(佛明山) 속에 있다.

골짜기가 그윽하고 깊숙하며 봉우리들은 비스듬히 잇닿아 있으니,

사방을 둘러보아도 길이 없어 사람은 물론 소나 말의 발길도 끊어진지 오래다.

 

비록 나무 하는 아이, 사냥하는 남정네라고 할지라도 도달하기 어렵다.

골짜기 어구에 바위벼랑이 있는데, 높이가 수십 길에 이른다.

골골의 계곡물이 흘러 내려 여기에 이르면 폭포를 이룬다.

그 바위벼랑의 허리를 감고 가느다란 길이 나 있으니, 폭은 겨우 한자 남짓이다.

 

이 벼랑을 부여잡고 올라야 비로소 절에 이른다. 절이 들어선 골짜기는 넉넉하여

만 마리 말을 감출만하며, 바위는 기이하고 나무는 해묵어 늠름하다.

고요하되, 깊은 성처럼 잠겨 있으니, 참으로 하늘이 만들고 땅이 감추어둔 복된 땅이다.

 

 

 

 

 

위 중창기에 실려 있는 글을 보니 옛날 사람들은 이 벼랑길을 오르내렸던것 같다.

바위벼랑의 허리를 감고 난 가느다란 그 길에서 새길을 내려다본다.

 

 

 

 

 

벼랑길을 지나면 계단길과 합류하여 화암사 아래에 이른다.

계곡이 훨씬 넓어지고, 아래에서 생각지 못한 너른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도 멋진 폭포가 있다.

 

 

 

 

 

 

 

 

 

 

화암사로 올라선다.

 

 

 

 

 

 

 

 

 

 

화암사 우화루

 

화암사 입구엔 오래된 누각이 반긴다.

보물 662호 우화루(雨花樓) 다.

 

꽃비 일까... 비꽃 일까

우화루앞 매화나무 한 그루, 꽃비 흩날리는 누각 이라고 해도 좋겠고

마른땅에 빗 방울 떨어지면 만들어내는 꽃잎 모양의 비꽃 이라 해도 좋겠다.

 

 

 

 

 

사실 우화루는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처음 설법하였을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고 한것에서 유래한 것 이라고 한다.

 

 

 

 

 

 

 

 

 

 

화암사 우화루

 

안으로 들어서니 일반 누각 처럼 벽이 없이 기둥으로만 만들어져 있다.

밖에서 볼때 답답함과는 달리 시원한 모습 이다.

 

우화루 오른쪽에 낡은 목어가 달려 있다.

늙은 절에 말라 비틀어진 명태 같이 낡아 보이는 목어

 

 

 

 

 

어느 전문가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목어가 아닌가 라고 했단다.

절집이 오래되고 낡은 만큼, 목어에게도 긴 세월이 보인다.

 

 

 

 

 

안쪽 창 위에 <어사 유치숭 ​영세물망명> 이라는 검은색 서판이 붙어 있다.
조선 순조 때 판서를 지낸 문신 유치숭(兪致崇 1804~1878)의 공덕을 기리는 명패인데

그가 어사로 화암사에 왔다가 수행하는 스님들의 부역을 줄여 주었다고 한다.

 

 

 

 

 

불명당

 

화암사는 극락전과 우화루가 마주보고, 적묵당과 불명당이 마주보는

ㅁ자 모양의 정방형 구조다.

 

 

 

 

 

스님의 요사 역할을 하는 적묵당의 마루가 고풍스럽다.

 

 

 

 

 

적묵당

 

 

 

 

 

적묵당 뒤편

 

 

 

 

 

화암사 극락전 (국보 316호)

 

이 작은 산, 작은 절집에 계룡산 동학사에도 없는 보물에 이어 국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하앙식(下昻式) 건축물로 옛 건축물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하앙식 건축물은 그 유연한 아름다움이 빼어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실례가 많이 남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양식을 찾지 못하다가, 1976년에 학계에 처음 보고가 되면서, <해방 이후

목조건축물 문화재계의 최대의 발견> 이라는 찬사를 받고,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시인 안도현님의 말씀대로 정말 잘 늙은 절 이다.

 

 

화암사 내사랑 / 안도현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극락전 현판이 글자 하나씩 떨어져 있는것도 독특한 방식이다.

 

 

 

 

 

화암사 극락전의 하앙식 구조

 

하앙(下昻)’이란 일종의 겹서까래로, 처마길이를 길게 뺄 수 있도록 고안한 건축 부재인데

그동안 중국과 일본에서만 발견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단지 고려시대의

청동탑 모형 등에서만 확인되었을 따름이었다. 이를 빌미로 일본학자들은 한국을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하앙법이 직수입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듯 화암사 극락전에서 발견된 하앙식 구조는, 일본에는 충격이었고 한국에는 더없이

반가운 발견이었다고 한다. 하앙식 구조 건물이 발견된 화암사의 위치도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하앙식 구조가 남방계 영향을 받은 백제의 문화이며, 또한 일본에 전파를 한것 이라고 한다.

이후 백제가 망하고 신라가 세를 잡으면서 백제 양식이 힘을 잃게 되고, 공포와 하앙을 맞추는

건축법이 일반 건물보다 어려워서 이후 조선시대에는 거의 사라지게 된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철영재

 

 

 

 

 

성삼문의 조부 였다는 성달생이 화암사를 중창한것을 기리기위해 사당을 지었다.

 

 

 

 

 

철영재 뒤편의 부도

 

 

 

 

 


명부전

 

 

 

 

 

산을 오르기 전 절을 한바퀴 돌아본다.

 

 

 

 

 

 

 

 

 

 

 

 

 

 

 

적묵당 뒤쪽

 

 

 

 

 

해우소

 

 

 

 

 

해우소 뒤쪽으로 너른 공터가 있다.

화암사 주차장에서 차로 임도를 따라 오르면 도착하는 곳 이다.

터의 규모를 보니 삼국시대의 화암사는 절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컸을것 같은 느낌이다.

 

 

 

 

화암사 중창비

 

조선 세종때 다시 세운 화암사의 내력을 적은 비석으로,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행했던

절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절 동쪽에는 원효대사가 수행했던 원암대, 남쪽에는 의상대사가

도를 닦은 의상암이 있었다고 전해온다.

 

 

 

 

 

중창비를 보고 뒤쪽 능선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안개가 짙어서 조망을 할 수 없는 날 이지만

가을에 단풍들면 계곡에 곱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주차장에서 차로 화암사에 이르는 포장된 임도를 만나고

잠시 임도를 따라 걸으면 우측으로 가파르게 산길이 시작된다.

 

 

 

 

 

절을 찾는 사람들을 많아도 등산하는 사람들은 적은듯

산길은 야생의 느낌이 난다.

 

 

 

 

 

 

 

 

 

 

능선에 올랐다.

시루봉에 다녀올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런날 가봐야 볼 것도 없고

어차피 불명산은 조망 보러 오는 산도 아니고해서 앉아 쉬며 간식을 먹고 정상으로 간다.

 

 

 

 

 

 

 

 

 

 

다음, 네이버 지도에는 이곳이 정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정표와도 맞지 않고, 정상석 하나 없이 파묘한 흔적만 보인다.

 

 

 

 

 

커다란 바위 군락을 우회해서 돌아간다.

 

 

 

 

 

불명산 정상

 

예전 사진에서 못 보던 새 정상석이 보인다.

완주군에서 대대적으로 정상 빗돌 작업을 하고 있나?

근처에 있는 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발원지 선녀봉의 정상석도 궁금해진다.

 

 

 

 

 

불명산 정상의 돌탑과 리본

 

 

 

 

 

능선을 따라 크게 한바퀴 돌수 있지만 바로 화암사로 내려가기로 한다.

조망없는 능선길보다, 화암사 계곡길이 더 맘에 들었다.

 

 

 

 

 

가파른 등로와 두툼한 낙엽에 신경을 쓰며 화암사로 내려왔다.

하산길을 생각하면 우리가 걸었던 방향의 역 주행을 권한다.

가파른 길로 바로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는 길이 하산에 편할것 같다.

 

 

 

 

 

 

 

 

 

 

우화루앞 매화나무에 꽃이 필 무렵이면 이날 보다는 훨씬 예쁠것 같다.

 

 

 

 

 

우화루 계곡 건너편에 들머리가 있다.

정상으로 가는 최단길 이며, 원점회귀 하는데도 좋은것 같다.

 

 

 

 

 

새길을 따라 내려간다.

 

 

 

 

 

삼단폭포의 맨 위 폭포

 

철계단을 내면서 삼단폭포가 있는 불명산 최고인, 바위 계곡의 절경이 죽어 버렸다.

최선의 대안은 무엇 이었을까

 

 

 

 

 

삼단폭포의 두번째 폭포

 

 

 

 

 

두번째 폭포

 

 

 

 

 

화암사에 오를때 갔던 옛날 벼랑길

 

 

 

 

 

 

 

 

 

 

삼단폭포의 두번째, 세번째 폭포

 

 

 

 

 

 

 

 

 

 

 

 

 

 

 

불명산 복수초

 

 

 

 

 

지난해 헌꽃, 수국

 

 

 

 

 

 

 

 

 

 

부드럽고 편안한 계곡

 

 

 

 

 

오랫동안 미뤄두고 아껴두었던 화암사를 다녀왔다.

생각했던것 보다 더 인상적 이었던 곳

 

꽃이 좀 더 피고 온종일 봄 비 촉촉하게 내린 다음 날

아니면 여름날 몇일간 장맛비 시원하게 쏟아내고 그치고나면

화암사 계곡이 물길이 되고, 폭포가 우렁차게 쏟아질때

잘 익은 절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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