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로 : 주차장 - 구만암 - 우측능선 - 구만산 - 구만폭포 - 주차장 (9.8km, 5시간 45분)








여름날씨 같지 않은 안개가 자욱히 덮고 있는 아침을 출발해 밀양으로 향한다. 추풍령 휴게소에 내려 깨끗하고 파란 하늘을 봤을때 까지는 산행에 기대감이 컸었는데 구만산장 아래 너른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뿌연 개스에 급거 실망감이 밀려든다.


5년만에 다시 찾은 밀양 구만산은 날씨도 그때 그대로 인듯 하다. 잔뜩 습기를 머금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미세먼지 처럼 뿌옇게 낀 습한 대기가 시계를 흐리고 있어 원거리 조망이나 풍경사진을 기대할수 없으니 일단 기운이 빠진다.








구만암


구만암에서 능선길과 계곡길로 갈라진다. 능선길과 계곡길이 정상에서 만나는 원점 회귀 코스인데 여름이면 당연히 능선으로 올라서 계곡으로 내려와야 물에 땀을 씻어낼수가 있다.


5년전의 코스와 같은데다 날씨도 흐리니, 이번엔 B코스로 가서 지난번에 못가보고 미뤄둔 구만굴에 들렀다가 구만폭포 까지만 다녀오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구만암 갈림길에서 등로를 설명해주고 어찌하다보니 일행들과 섞여서 또 다시 능선으로 향하게 되었다.








구만암에서 우측 능선길을 택하면 바로 된비알이 이어진다.

무더운 날씨에 5분도 채 되지 않아 다들 땀에 흠뻑 젖어들고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분도 계시며, 후미팀이 조금씩 늦어진다.














잠시 오르니 통수골 건너편, 육화산 658봉에서 통수골로 뻗어내린 지능선 끝의 암벽에 구만굴이 보인다. 지난번 왔을때도 시간이 부족하여 저곳에 들르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시간상 안될것 같으니 구만굴은 또 다시 다음으로 미뤄야 할것 같다.


5년전 안내산악회를 따라 왔을때도, 4시간반의 시간을 주었는데, 그때도 산대장에게 5시간반은 되어야 한다고 의견제시를 했다가 소득이 없었는데, 결국 그때도 내 예상대로 5시간반이 걸려서 4시간반을 기준으로 준비해둔 백숙이 푹 익게 되었던게 생각난다.








구만굴


대전에서 3시간이나 걸려서 이곳에 온 이유는, 여름 폭염속에 구만산을 보려고 한게 아니라 경상남도 3대 계곡에 들어간다는 통수골에서 시원하게 쉬기 위함이기에 계곡에서 최소한 30분간 이상의 물놀이를 예상한다면 동호회의 입장에서는 넉넉히 6시간은 잡는게 좋다.


대전 근교라면 천천히 산행도 하고, 시원하게 계곡 물놀이도 할만 하지만, 3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 인지라, 산행이나, 물놀이에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없을테고, 결국 이곳은 대전에서 여름산행지로 찾기에는 멀고, 폭염속에 걷기에 산행 코스도 살짝 과한면이 있다.


그러나 여름 산행을 하는데 6시간 배정을 하려면, 그 또한 운영자측 입장에선 난감한 일 이다. 회원들이 지레 겁을 먹고 신청을 안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안내산악회 등에서 시간을 줄여서 공지하는것을 수차례 봐왔기에 그 딜레마는 이해가 된다. 그래서 회원들의 심리적 경계선을 잘 살펴서 공지를 하고 운영의 묘를 살려서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한다.


산행공지 하나 올리는것을 간단하고 쉬운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것은 직접 공지를 해봐야 깨닫게 된다. 계절, 날씨, 지형, 코스, 참석자 수준등, 많은 상황을 고려 하느라 오랜시간 자료수집과  분석을 해야한다. 쉬운건 그렇게 준비한 리더를 따라 가는 것이다.








된비알에 땀으로 목욕을 하며 능선에 올라서면 정상으로 가는 등로는 순해진다.

능선 어딘가에서 간간히 시원한 계곡 바람도 가끔씩 불어주었으나

가장 시원했던것은 산악회에서 나눠준 커다란 부채였다.








조망터에서 바라본 계곡건너편 육화산 능선

중앙은 구만굴 위쪽의 658봉이고 왼쪽으로 고추봉이 보인다.








양쪽 능선 사이의 깊은 협곡이 통수골 이다.

시계를 흐리는 뿌연 입자가 마치 이날 후덥지근한 폭염속에 떠다니는 습기들 같다.













 

산행출발지인 봉의리 방향의 모습

주차장에 대형버스만 스무대 가량 보인다.









반대편 가인계곡으로 이어지는 봉의저수지가 보이는 낭떠러지 조망터에서 다들 한컷씩 담는다.

지난번 산행을 하면서 다음번엔 통수골로 올라서 가인계곡으로 하산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가인계곡 역시 다음기회로 미루어야 한다. 가지산 우측으로 천황산(재약산 사자봉)이 육안으로 희미하게 보였는데 아름다운 조망 풍경이 날씨로 인해 아쉽게 되었다.








선두팀과 꽤 차이가 나는 곳에서 후미팀이 점심상을 차렸다. 무더운 날씨속에 푸짐한 밥상을 메고 올라선 분들께 감사를 드리는 순간이다. 한 회원님이 오늘에야 후미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며, 상도 안주는 선두팀 보다는 앞으로는 느긋하게 걸으며 후미를 지키겠다고 하신다.


우리나라의 8282 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해외 여행지에서 외국인에게 까지 들을수 있을 지경이다. 집중력을 가지고 신속하게 일을 추진한다는 점에서는 칭찬을 받아야 하겠지만, 8282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다. 특히 등산을 하는데까지 8282 문화가 도입되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총알처럼 질주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특히 대간길이 그렇지만, 주어진 짧은 시간에 충분히 많은 거리를 걸으려면, 물론, 속도를 높힐수 밖에 없다. 시간을 맞춰야 하기에 컴컴한 어둠속에서도 산에 올라야 하고, 악천후도 감내를 해야만 한다. 산행의 목표와 가치, 만족도가 개개인 모두 다르기에 어떤것이 절대적으로 옳다 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단체로 움직이는 대간이나 정맥은 지금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산행 스타일 이다.


갈수록 구간종주나 정상정복의 등산(登山)이 아닌 옛날 사람들의 유산(遊山) 스타일에 마음이 끌린다. 아마도 이리된데는 카메라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면 앞만 보고 걸을수가 없다. 작은 야생화에서 부터 등로밖의 숨은 조망터까지 두루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러다보면 빨리 걷는 분들이 놓치는 것들을 보게 되며, 나중에는 등산 만큼이나 그 자체에 더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등산을 하러 산에 가는 것인지, 사진을 찍으러 산에 가는 것인지도 가끔 헷갈리게 된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자체의 아름다움과, 장구한 세월을 견뎌온 역사 이야기, 자세히 들여야 보아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이 보이는 작은 야생화, 선비들이 도포를 휘날리며 걸었을 솔바람 능선길, 그들이 쉬어갔을 수백년을 산 고목과 기암... 이런 많은 것들이 신속하게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게 목표가 되는 순간 잘 보이지 않게 된다.


 






728봉에서 살짝 뻗어간 716봉

사실 구만산은 이제 구만 오고 싶은데

그래도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저곳에 꼭 가보고 싶다.


등로가 728봉 우측으로 살짝 비켜 진행하는지라

저곳에 가기 위해서는 gps를 잘 살펴서 놓치지 않아야 한다.


716봉은 구만산 최고의 조망터로 구만산에서 육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능선 너머의 청도 방향의 산들이 조망되는 곳 이다.








이윽고 억산 갈림길을 지나 300m를 가볍게 오르면 구만산 정상 이다.

정상은 사방이 잡목으로 조망이 불가능 하다.


구만산 이란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구만명이 난을 피해 이 산으로 숨어 들어서 생겼다고 하는데 '구만' 이라는 숫자는 실질적인 숫자가 아닌, '많은' 이라는 의미로 추정된다.


또한 구만산 이라는 이름의 유래로, 통수골 골짜기가 깊고 넓어 피난하기에 '그만' 이다 라는 말이 '구만' 으로 바뀌었다고도 하는데 두번째 설이 구만산에 구만 와야겠다는 우스개 말과 비슷하다.














구만산 정상에서 후미팀








구만산을 내려서며 바라본 육화산








구만산 왼쪽 뒤로 보이는 통수골 건너편의 왼쪽 흰덤봉과 중앙의 697봉








지나온 구만산








다음번엔 꼭 가보고 싶은 716봉








하산길에 바라본 육화산








육화산 능선과, 구만산 능선 사이의 통수골








통수골








정상에서 내려서서 처음 만나는 통수골 상단의 모습

많은 분들이 쉬고 계셨고 계곡을 따라 반대방향 안쪽으로도 갈수가 있어 보였다.














716봉








구만산은 멀어서 또 오고 싶지는 않지만

다음번에 오게 된다면, 산행이 아닌 샌들을 신고 계곡트레킹을 하고 싶으며

그래도 부득이 산행을 해야 한다면 저 조망 좋은 716봉에 꼭 가보고 싶다.








구만폭포로 내려서기 전에 폭포 상단으로 내려선다.

구만폭포 상단에는 보이지 않은 폭포가 하나 더 있다.

구만폭포 위쪽 제2 폭포의 위에서 바라본 구만폭포 상부의 협곡








상단 폭포 아래 저곳이 바로 하단의 구만폭포 이다.

저곳에 가기 위해서는 상단에 있는 2 폭포를 조심스럽게 내려서야만 한다.








구만폭포 상단폭포를 내려서며 바라본 바위 협곡과 멋진 소나무








상단 폭포를 조심스레 내려와서 구만폭포 위에 도착했다.

방금 내려선 구만폭포 위쪽의 멋진 상단부 폭포를 담아본다.








30-40m 높이의 구만폭포 위에서니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장쾌하고 아찔하다.

5년전 왔을때 그 전날 이곳에서 누군가 추락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폭포 아래쪽을 당겨본다.

벼랑길을 돌아가는 후미팀은 아직 폭포 하단에 도착하지 않은듯 보인다.








폭포 물줄기를 건너가서 바라보았다.








이제야 후미팀이 폭포 아래에 도착을 했다.

사진찍어 달라고 전화를 하려니 폭포 소리가 시끄러운지 받지 않는다.








구만폭포 상단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영상)








다시 2폭포 위로 올라와 벼랑길을 따라 구만폭포 아래로 내려서며 바라본 협곡








구만폭포


구만폭포에는 통장수의 전설이 있다. 구만폭포 동서 양편에는 수직 암벽이 있는데, 서편 암벽 중간부분에 한 사람이 겨우 다닐수 있는 토끼길(벼랑길)이 나있다. 그 옛날 통장수가 이 길을 지나다가 지게에 얹힌 큰 대나무통이 암벽에 부딪쳐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하며 지금도 날씨가 흐리고 비바람이 치면 두고온 처자식을 부르는 통장수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통장수의 전설에서 통수골 이라는 말이 생겼다고도 한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폭포는 폭염속에 땀을 쏟아낸 산객들로 북적인다.

몇시간 폭염과 싸우며 걸어온 산객들에게 주는 산의 보상 이다.








카메라를 맡기고 폭포수 아래로 들어갔다.

올해 처음으로 물에 들어가는 셈 인데, 시간이 늦어

8월의 물놀이 산행을 채 10분도 안되는 시간에 마치고 일어선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만난 조용하고 멋진 웅덩이가 눈길을 끈다.








너덜지대가 몇번씩 나온다.



























이런 명소들을 눈으로만 보고 가야 하는게 아쉽다.

다음에 이곳에 오게되면, 구만굴만 둘러보고 폭포까지 간다음

계곡 트레킹을 하며 천천히 하산하는 코스를 택할 것이다.








명소에서 일행들이 잠깐씩 모델을 해주셨다.

아쉬움에 몸만 담그고 바로 일어섰다.








약물탕 구간 벼랑 중턱의 멋진 웅덩이

제대로된 선녀탕 인데 접근이 어렵다.









약물탕 구간

예전에는 이 구간을 지나 오르기가 가장 어려웠을것 같다.














예전에 TV에도 소개가 되었던 통수골의 선녀탕

약물탕 구간의 물에는 어떤 성분이 가미되어 있는지 신경통이나 피부병에 좋다고 한다.








선녀탕을 내려다 보는 등산객들








약물탕 구간의 협곡과 기암








약물탕 구간의 명소








약물탕구간을 지나면 곧 능선 갈림길이 있던 구만암에 도착한다.








구만산장을 지나며 주차장에 이르고 산행을 마친다.

결국 출발전에 우려했던 일이 5년전 처럼 반복 되었다.

진행속도가 빠른 안내산악회가 아닌 보편적인 동호회의 구만산 여름산행 코스에는 5시간반은 주어야 잠시 계곡에서 쉬어 갈 수 있는데, 이번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사실 30분도 물놀이를 못할바에야 여름에 이 먼곳까지 올 이유가 없는 곳 이기도 하다.


습기 가득한 폭염에 컨디션 난조로 후미팀의 속도가 평소보다 조금 더 늦어졌고 폭포수에 겨우 땀만 씻어낸 정도였음에도 시간은 1시간 이상 지체 되었다. 계곡에서 놀던 B코스 팀에게 사전 연락이 되었어야 했는데, 무전도 잘 되지 않았다.


경남 3대 계곡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사설 유료주차장에서 뒤풀이를 준비하는데도 추가요금을 내라고 하니 상도 펴지 못하고 폭염속에 그냥 기다리기만 하느라 불편이 가중된점도 있었던것 같다. 첫 단추가 잘못되니 뒤로 줄줄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도 폭염에 모두 무탈하게 산행을 마치고 편한 곳에서 즐거운 뒤풀이를 하며 서로의 고충을 듣고 이해하며 잘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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