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일요일... 대전과 그 이북으로는 비가 예보되었고, 이날 멀지 않은 청주에는 물폭탄이 내렸다. 오전 11시쯤, 비가 그치려나 싶은 찰라에 한차례 소나기가 퍼붙더니 잠잠해진다. 아마도 그게 이날의 마지막 비가 아닌가 싶어 배낭에 우산을 챙겨 넣고 집을 나선다. 어서 가라고 가랑비는 슬슬 내리고 있고..
산행코스 : 팔마정 - 형제산 - 떡갈봉 - 질울재 - 갈림길 - 안평산 - 422봉 - 팔마정 주차장 (6시간20분)
팔마정
장태산으로 향하다 용태울저수지를 지나 왼쪽의 물통골로 들어가 위 사진의 팔마정 바로 뒤편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팔마정에 오르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어차피 그곳 주차장으로 하산을 할 예정 이다.
이전 장안동 지도에 보면, 지금의 장태산 휴양림 입구쪽, 형제산 아래에 바리동(팔마동) 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옛날에 말 8필이 복(福)을 바리바리 실어다 줬다는 전설에서 생긴 지명이다. 이 8필의 말이 죽을 먹는 형국을 하여 팔마동 이라는 지명이 생겼다는데, 용태울 저수지가 생기는 바람에 그 8필의 말이 죽을 먹는 형국의 땅은 수몰되고 말았다고 한다. 또는 마을 동쪽 저수지에서 안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여덟마리의 말이 물을 마시는 형국(八馬飮水)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이라는 유래도 있다.
팔마정에서 바라본 용태울 저수지
이곳에 8필의 말이 죽을 먹는 형국의 땅이 수몰되어 있다고..
팔마정에서 바라본 형제산
형제산 ~ 안평산 원점회귀 코스는 사진에 보이는 형제산으로 올라서 돌아도 되고, 반대로 안평산 방향으로 건너편 봉우리를 올라도 된다. 사진을 고려 한다면, 해가 뜨고 지는 역광의 시간을 봐서 코스를 정하면 되겠는데, 구름 가득한 날이라 그런점은 고려치 않아도 되겠고, 일단 잘 아는 형제산부터 오르기로 한다.
물통골에서 바라본 길곡
형제산 아래 바리동 남동쪽으로 높고 긴 산골짜기에 자리한 마을이 있는데 마을이 긴 골짜기에 있다고하여 길울, 이것이 구개음화되어 질울 또는 한자어로 길곡(吉谷)이라 한다. 이 질울에 세 마을이 있는데, 위에서부터 점말, 아랫말, 물통골 이라고 부른다. 질울의 입구가 되는 이곳은 골짜기 입구가 아주 협착하여 마치 물통의 목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서 형제산에 오른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바라본 팔마동
형제산에 오르며 바라본 팔마정과 용태울 저수지의 아름다운 모습
형제산
산의 두 봉우리가 형제처럼 서 있다고 해서, 달리 형제봉 이라고도 부른다.
형제산 정상의 또 다른 봉우리에 있는 장태루. 장태산 이라는 지명은 원래 없었는데, 휴양림을 조성하면서 엉뚱한 장태산 이라는 이름을 붙혀서 장태산 휴양림이 되고 보니, 형제산 보다는 장태산 으로 더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산명은 바뀌지 않았고, 각종 지도에는 여전히 형제산 이다.
장태루 옆에는 멋진 용태울과 건너편 봉우리를 조망할수 있도록 전망대 데크가 조성되어 있다.
건너편으로 오늘 마지막에 오르게될 안평산 자락의 봉우리를 바라본다. 미리 말하자면, 능선길을 빙돌아, 6시간 후에 저곳에서 이곳을 조망하고 용태울 저수지로 하산을 하면서 이번 산행은 종료된다.
장태루에서 내려와 팔층석탑이 있는 공터 한켠에 마련된 더 크고 멋진 전망대에 들린다.
팔층석탑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태울 저수지와 주변 풍경
뒤로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가 보이고, 마침 네이버 밴드의 대전 근교 산악회 회원들이 산행을 왔는데, 마침 블로그를 통해 나를 알아보신 산대장님이 인사를 하신다. 일행분들이 계셔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닉을 새로 바꾸신듯 한데, 물어보질 못했다.
근교산악회 분들은 하산을 하시는것 같고, 나는 갈길이 멀어서 서둘러 떡갈봉을 향해 걷는다. 중간에 잠시 몇년전 우연히 산삼을 봤던 곳에 들러서 돌아보고 다시 능선으로 올라섰다. 산삼은? 비밀이다. ㅎ
장태산 휴양림으로 하산을 하는 마지막 갈림길 이다. 마침 이곳으로 올라오는 몇분들이 계시는데, 보통은 헬기장쪽으로 가시건만, 장태산 한바퀴만 도는게 성이 안차시는지 다들 떡갈봉을 갔다 온다고 하시면서 떡갈봉까지 나와 잠깐사이에 동행을 한다.
마지막 갈림길 봉우리에 있던 장태산 둘레산길 안내도
형제산부터 시작하게 되면 약 12km 정도 일듯 한데, 나중에 한번 걸어 보고 싶다.
그동안 산길샘나들이 GPS 만 사용했었는데, 이번에 트랭글을 깔아놓고, 처음으로사용해 본다. 나들이와 같이 켜놓고 차이점도 비교를 해보는데, 트랭글에서 떡갈봉으로 가는 중간에 해태산 이라는 봉우리를 알려준다.
현재 다음 지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네이버 지도에는 해태산이 나와있는데, 이는 잘못된 위치로 아마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도를 만들면서 실수를 한듯 하다. 해태산의 정확한 위치는 현재 해태산 서쪽 계곡 건너편으로 알프스펜션 뒤쪽 이다. 다음지도를 보면, 장태산으로 표기가 되어 있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것으로 바로 그곳이 해태산 이다.
해태산 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 산이 원래는 불꽃의 모양의 형세로 원래는 화태산 이었으며, 이 산정산 부근에는 지대가 높음에도 늘 물이 나는 습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산 아래 마을에 불이 잘 나서, 그 원인을 마을 사람들은 그 산의 물이 마르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잦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화태산 꼭대기에 큰 단지를 묻어 물을 채운 뒤 다시 물속에 간수를 넣은 작은 병을 함께 넣어 두었으며, 산이름도 물의 신인 해태를 이용하여 해태산(海苔山) 이라 하고 매년 정월 보름날 풍장꾼들이 물과 간수를 갈아 넣었다고 한다. 일종의 비보풍수인 셈이다.
잘못된 해태산을 지나서 떡갈봉으로 가는데, 웃음이 나온다.
이 산이 왜 떡갈봉인지 그 유래를 따져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이는게 온통 떡갈나무다. ㅎㅎ
떡갈봉으로 가는 능선에는 온통 떡갈나무만 보인다.
그러니 이 산은 영지버섯이 많을것이고, 결국 영지들이 능선길에도 자주 보인다.
숲으로 들어갈 것도 없이, 등로 주변만 해도 영지가 많이 보인다.
혼자걷는길에 반가움과 위안이 되어주던 흔한 야생화 한송이 만날수 없어, 야생화가 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능선길에 꽃 대신 영지가 꽃인양 반겨준다.
떡갈봉에 도착하게 되어, 잠깐 동행하던 분들과 헤어지고 혼자서 안평산으로 향한다.
떡갈봉과 안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엔 바람이 솔솔 부는데, 가끔씩 바람이 없는 곳에선 산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카톡 메세지 하나 쓰는데 검지 손가락에 시커먼 산모기가 자꾸 올라서서 빨대를 꽃으려 한다. 한 여름이라 온도가 높은데다가 비온뒤 습한날이라 땀이 더 많이 나니 그런것 같다.
떡갈봉에서 안평산으로 가는 길 역시 조망 없는 떡갈나무 길 이라 유일한 위안은 사진에 모두 담을수도 없이 자주 보이는 영지 버섯이다. 초록 일색의 숲길에 새로 올라오는 노란색 영지가 반갑게만 하다.
질울재
다음, 네이버 지도에 길곡 이라고 나오는 질울의 끄트머리에서 금산군 막현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능선 양쪽으로 넘어가는 산 길이 잘 나있다.
질울재에 있는 산주인의 집
영지는 약으로 쓰실 분들이나 전지가위 들고 와서 잘 채취했으면 싶다.
예전에 영지를 채취하여 법제후 영지술도 담아보고, 차로도 끓여먹어 보았으나, 영지술은 엄청 써서 그후에 봉삼주와 더불어 기피 대상이 되었고 (덕분에 집에서 가장 오래묵은 술은 영지와 봉삼주다), 그 쓴맛 때문에 차로 끓여도 장복을 해야 하는데, 둥굴레차나, 결명자 처럼 쉽게 먹을수도, 인기도 없으니, 이후엔 관심 대상에서 멀어졌다. 다만 약효가 좋다하니, 약으로 쓰실 분들 에게는 좋지 않나 싶다.
질울재를 지나니 떡갈봉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지 능선의 나무들이 소나무로 바뀌었다.
인적드문 코스지만 많은 리본이 걸려있다. 아는 동생의 리본도 보이고, 오늘은 문필봉님의 리본을 담아본다. 멋진 사진과 꼼꼼한 기록의 블방을 Daum 에 가지고 계시는 분이다.
질울재를 지나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잠시 쉬며 과일을 먹다가 배낭을 정리하고 일어서는데 인적없는 산길에 누군가 스윽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J3 클럽의 만사성님으로 대전 시경계길을 걷고 있는 중인데, 밤새 그 비를 맞으며 계속 걷고 있다고 하신다. 신발은 이미 푹 젖어서 발에 물집이 잡혔다고 하시는데, 역시 짐승클럽 이라는 J3 회원 다우시다. 장거리 종주라면 과일 같은건 챙겨다닐수 없을것 같아서, 다시 배낭을 내리고 시원하게 보관해둔 남은 오이 하나를 건네드렸다.
다시 배낭을 메고 안평산을 향해 오르는데, 고도 200m 를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이 형제산을 다시 오르는것 보다 길어 보인다. 만사성님이 앞서 걷는데, 밤새 걸었다는 분이 이 무덥고 습한날에 한번도 안쉬고 단숨에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뱁새 혼자 느긋하게 걷고 있다가 갑자기 황새를 쫒아 가려니 힘이 든다. ㅎ
능선 갈림길에서 나는 왼쪽방향의 용태울 저수지로 가야하고, 만사성님은 시경계를 하시니 반대방향의 안평산을 지나 조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가시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안평산을 빼고 갈수는 없어서 다녀온다. 왕복 0.8 km 거리로 봉우리를 두개 넘어야 한다.
400m가 꽤 멀다 라고 생각될때쯤 정상이 보이고, 정상 직전 벤치에서 만사성님이 쉬고 계신다.
안평산 정상
여름철이라 이파리가 무성하여 정상에서 주변 조망은 좋지 않다. 안평산은 해발 470.2m의 산으로 옛날부터 시인 묵객들이 자주 찾았던 명산 이라고 한다. 보통 이런 명산들은 조망이 좋고, 풍광이 수려한데, 정상부나 떡갈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조망이 없는 산인점이 이상하다. 또한 옛부터 안평산 밑에 만인이 피난와 살곳이 있다는 뜻으로 안평산하 가활만인(安平山下 可活萬人)이란 말이 이 지역에 널리 퍼져왔으며, 안평산 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여기서 비롯된것으로 전해진다. 안평산의 다른이름으로는 평안산과, 신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압점산(押岾山) 이라는 기록이 있다.
안평산까지 동행한 J3 만사성님.
질울재를 지나서 만나뵙고, 짧은 거리를 동행하고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방향으로 헤어지면서 사람의 인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해본다. 지치고 젖은 몸을 이끌고 또 다시 먼 길을 가야하는데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하시기를 기원 드리면서 지나온 갈림길로 향한다.
안평산 정상에서 되돌아와 다시 만난 능선 갈림길에 있는 만사성님 리본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풍뎅이
나무 사이로 조망이 간간히 보인다.
이 코스의 대부분의 조망은 안평산 능선 갈림길에서 용태울 저수지로 향하면서 만나게 된다.
텐트를 쳐도 될만큼, 마치 데크 처럼 평평하고 넓은 바위를 지난다.
능선 우측, 대전시 방향으로 안평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를 당겨본다.
아까 안평산에서 헤어진 만사성님은 아마도 저 능선 어드메를 지금 분주히 걷고 계실 것이다.
뒤돌아서 지나온 안평산을 당겨보니 뒤로 서대산이 덤으로 들어온다.
나무가지 사이로 멀리 금수봉, 도덕봉, 빈계산의 계룡산 수통골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갑하산, 신선봉이 뚜렷하게 보인다. 금수봉아래 성북동 마을과 오른쪽으로 빈계산으로 이어진 산장산 능선까지도..
안평산을 지나 만사성님이 가야하는 조중봉 - 명막산 - 해철이산 산줄기 뒤로 대전시가 펼쳐지며 그 너머 북쪽의 병풍과도 같은 금병산이 뚜렷하고, 우측으로는 계족산과 보문산 자락이 조망된다.
대전시와 계족산을 좀 더 당겨본다.
계족산(왼쪽 뒤)과 보문산(우측 중간)
잠시후 더 멋진 조망터가 나오고 형제산에서 떡갈봉을 거쳐 안평산으로 걸어온 산줄기가 조망된다.
사진은 떡갈봉에서 안평산 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방향
당겨보니 질울재에서 안평산으로 올라서는 가파른 사면이 보인다.
지나온 질울재 뒤쪽으로 진악산과 인대산이 보이는 조망
왼쪽 중앙의 우뚝선 봉우리는 지나온 떡갈봉, 뒤쪽 구름에 가린 산이 바로 대둔산 이다.
오른쪽 부터 앞 산줄기 따라 왼쪽의 안평산으로 이어지는 지나온 길
형제산에서 떡갈봉과 질울재를 거쳐서 안평산으로 이르는 능선길
용태울 방향의 능선 왼쪽 산군들...
안평산 갈림길에서 용태울로 가는 능선에는 간간히 멋진 조망터가 나온다.
중앙 하단에 형제봉 정상의 통신탑과 전망데크가 보인다.
뒤로 원점회귀 가능한 또 다른 코스인 장태산 둘레산길 능선이 에워싸고 있고
그 뒤로는 깃대봉 - 함박봉 - 천마산 - 천호산 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산행 초입에 지나온 장태루가 있는 형제봉 정상의 전망데크를 당겨본다.
하산 지점인 용태울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뒤로는 계룡산과 향적산 능선이 가깝게 보인다.
형제산과 용태울 저수지가 같이 보이는 그림같은 풍경
맑은날 이었으면 해가 이쪽으로 질 텐데...
여기서 보는 일몰도 참 아름다울것 같다.
장태산 휴양림 입구, 팔마동
또 다른 멋진 조망터
형제봉과 용태울 그리고 팔마정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곳이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맑은날 이었으면 일몰을 기다려볼텐데..
장태루 전망대와 8층탑 전망대를 같이 당겨본다.
용태울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
언젠가 맑은날 이곳에서 해지는 풍경을 보고 싶다.
용태울, 팔마정 그리고 물통골
내려서는 길에도 영지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보인다.
이윽고 용태울 저수지에 내려서며 산행을 마치고 물통골 팔마정뒤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찾아 흑석동, 봉곡동 시골길을 휘르륵 달려서 집으로... 찬물에 땀에 절은 몸을 씻어내고 시원한 캔맥주 한잔하니 그제야 살것같다.
총평 : 약간의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질울재를 지나서 안평산 가파른 길을 올라서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쉬운 코스였다, 그러나 한여름 무더운 날씨라 그게 약간 힘들었던것 같다. 산세는 전체적으로 육산으로 대부분의 능선길에서 조망이 없으나, 마치 양괄식 구성처럼 시작 부분인 형제봉과 하산직전에 보여주는 멋진 조망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태산의 잘못된 위치와, 떡갈봉의 영지버섯이 인상적인 산행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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