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잠시 그쳤다가, 갑자기 맹렬한 소나기로 변했다가
부슬부슬 가랑비가 되었다가, 어느순간 가는 빗줄기와 더불어 구름사이로 해가
모습을 보이고 여우비가 되기도 한다. 여우비가 그치고난뒤 창밖을 보니 파란
빛이 간간이 보이는 하늘에 요사스럽게 핀 구름이 꽃처럼 아름답다. 장마기간에
미세먼지 없이 청명한 대기를 가로질러 멀리 조망도 하며 구름구경을 하고 싶다.
가까운데 중에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 그동안 은근한 소문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가보지 못한 금산의 녹두봉이 떠올랐다. 생수한병과
카메라만 챙겨서 금산으로 향한다. 네비주소 : 금산군 복수면 수영리 276-3
635번 지방도로가에 차를 세워두고 윙가드 시스템창 옆 골목으로 들어선다.
녹두봉이 어디있나 하고 두리번 거리는데 샷시공장 뒤쪽 봉우리에 살짝 정자
지붕이 보인다. 과연 저 보일듯 말듯 나무에 가린 정자가 그리 굉장한 곳일까..
학평마을뒤 우측 끝 봉우리가 녹두장군의 전설이 있다는 녹두봉 정상이다.
어느분은 150m 고지라고 했는데 지도에도 나오듯이 360m 고지가 맞다.
학평마을엔 마을 홍보를 위해 벽화를 그려서 벽화골목을 조성했다.
하지만 녹두봉에 다녀온후 생각해 보니 이 마을은 홍보를 하려면
벽화 보다는 녹두봉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벽화를 보면서 마을안으로 들어선다.
학평마을 앞으로 흐르는 유등천을 중심으로 들판에 학이 많이 날라와
앉았다고 한다. 그런 유래를 가진 이곳을 학평, 학벌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학을 내려보는 정자 라는 이름일까. 녹두봉 정상에는 관학정이 서있다.
마을안 마지막 집에서 우측으로 산길에 접어 드는데, 들머리에 잡풀이 무성하니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듯 하다. 이렇게 이정표를 세워둘 정도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등로를 정비했다면 좋았을텐데... 녹두봉은 그냥 흔한 동네 뒷산이 아니기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들고 흐릿한 산길로 접어든다.
짙은 구름가득한 하늘에 비가내리고... 어둑어둑한 숲길,,
고라니 새끼인지.. 작은 무언가가 길 옆에서 후다닥 달아난다.
무성한 잡풀로 인해 등로가 숨어 있어 잠시 길을 찾아야 하는
무덤 근처 풀숲에 도라지 꽃이 예쁘게 피었다.
원추리 꽃도 스쳐가고..
장마철 비가 죽죽 내리는 숲에는 각종 버섯들이 우후죽순 처럼 나고 있다.
무덤을 지나 정상 능선으로 가는 길엔 사연있는 돌탑들이 많이 보인다.
정상에 다가 갈수록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이내 억수로 쏟아진다.
카메라 때문에 본디 우중산행은 질색 하는데, 이날은 관학정에 기대어
꽃처럼 아름다운 구름을 보러 가는 길이다. 비가 잠시 쉬어가길 바라며.
소문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낮은 동네 뒷산에..
더욱이 이파리가 무성한 여름에, 산꼭대기에 오른다고 조망이 보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정상에 오르니 기대했던대로 정자가 하나 서있다.
낡은 그러나 아늑한, 관학정, 그리고 그곳에서 보여지는 판타스틱 뷰..
우중 숲길을 터벅터벅 올라갈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아름다운 조망이
사방팔방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낮은산 오르느라 수고한 댓가
보다 백배는 됨직한 보상을 주는, 입이 떡 벌어지는 그림이 펼쳐진다.
대전쪽으론 비가 쏟아진다.
서대산 위쪽으로는 먹구름이 가득
영동 천태산을 당겨본다.
400고지 뒤쪽 인대산과 근방에는 비가 쏟아진다.
계룡산 옆 향적산 능선 위에도 짙은 먹구름이..
월성봉 정상부는 구름속에 들어갔고 우측으로 묘련봉이 보인다.
420 봉우리와 묘련봉 (상사봉)
왼쪽의 오대산과 대둔산
묘련봉과 그 옆으론 비가 내리친다.
녹두봉 정상의 정자는 낡아서 부실해 보이지만 깨끗하고 넉넉하다.
비가 웬만큼 쏟아져도 안전하게 비를 피할수 있겠고, 이날 녹두봉
정상에도 비가 오락가락 하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대는데, 여름날
홀로 있는 산정은 관학정으로 인해 비도 피하고 시원하기만 하다.
이윽고 비가 잠시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대둔산쪽도 조망이 훨씬 나아졌다.
오대산과 대둔산을 당겨본다.
복수면 뒤로 적상산에서 덕유산 까지 조망된다.
복수면은 1914년 군통폐합때 일남면의 면소재지 다복리와
북면의 면소재지인 수영리가 합쳐져 복수면이라 하였다고..
오대산에서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대둔산의 칠성봉 주변의 암봉을 당겨본다.
당겨본 운장산
계룡산 방향
당겨본 계룡산
정상부는 구름에 들어가 있다.
그 옆으로 계룡산으로 이어진 향적산과 함지봉
그리고 앞쪽으로 왕건과 연관이 있는 천호산 능선
뒤쪽으로 늘어선 민주지산 능선
비가 갠 400고지 뒤로 진악산과 운장산이 조망된다.
400고지 정상부에 녹두봉 처럼 조망터가 있다면 아마도
녹두봉 보다 더 멋진 조망을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
당겨본 대둔산
서대산 방향에는 멋진 구름이 떠있다.
민주지산 하늘의 먹구름도 연해졌다.
잠시 비 갠 사이에 보여주는 환상적인 조망이다.
진악산 뒤로 다시 먹구름이 몰려든다.
당겨본 진악산
대둔산과 이어지는 오대산도 당겨본다.
대전쪽은 비가 그치고 수려한 조망을 보여준다.
지난번 백암리 바람꽃을 담고 나오며 보았던 암벽이 인상 깊었던 운하산
통신탑이 있는 식장산도 당겨보고...
그 옆 번쩍이는 건물이 보이는 서대산도 당겨본다.
서대산 하늘의 또 다른 멋진 구름
해가 대둔산-월성봉-묘련봉이 있는 이쪽으로 진다.
일몰이 아름다울것 같아 기다리려다 약속이 있어 하산을 하였는데...
하산하여 일몰시간에 막걸리를 주고 받고 있으려니 밖은 시커멓고
장대같이 사나운 소나기가 밤늦게 까지 내린다. 이크 잘내려왔다.
월성봉과 묘련봉을 당겨본다.
장마철, 대둔산을 둘러싼 날씨 변덕은 기기묘묘
향적봉에서 무룡산까지 덕유 능선도 당겨본다.
올해는 원추리가 만발할때 무룡산에 가고 싶은데..
파노라마 타임
내려서기 전에 파노라마 뷰를 몇장 담아본다.
백암리쪽 풍경도 내려보고
그래 이왕이면 비 그쳤을때 서둘러 내려가자...
청미래덩굴
등로 옆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시선을 잡아당긴 오가피
새로난 영지와 묵은 영지가 나란히
종이꽃낙엽버섯
학평마을의 유래와 관련된 벽화를 보면서 장맛비 내리는 가운데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녹두봉 산행을 마무리 하고 집으로 향한다.
대전 근교에 이만한 수고스러움으로 이만한 조망을 보여주는곳이
또 있을까? 놀랍고 반가운 곳이다. 언젠가 하룻밤 신세를 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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