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구멍난주전자 집에서 막걸리를 맛나게 마시고 나가려던 7월 어느날 밤, 가게 뒷마당에서 야옹~ 거리는 리를 듣고

물어보니 가게 아주머니 아드님이 방황하는 길고양이 새끼를 한마리 안고 왔는데 애물단지라고 하시며 고양이 좋아하면

데리고 가라고 유혹 하신다. 가까이 가서 보니 길에서 많이 보던 우리나라 토종 길냥인데 정말 귀엽게 생겼다.

 

 

결혼초에 술마시고 귀가하는 길에 강아지 한마리를 안고 왔다가 1주일 만에 집사람에 의해서 시골집으로 보내지는 일을

겪은후 아파트에서는 개를 키울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애들도 다 컸고, 햄스터도 몇년간 키웠던 적이 있던터라

내심 마음이 가는데, 우리 아내는 개도 별로 안좋아 하는데, 고양이는 더욱 더 좋아하지 않는다. 에이~ 쥐도 키웠는데...

 

 

어느새 애처롭게 보이는 길냥이 녀석은 내품에 안겨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집사람은 이미 잠에 빠져 있어 살금살금 아이들만 불러내서 고양이를 보여주니 정말 좋아라 한다.

집엔 예전에 햄스터를 키우며 화장실용으로 쓰던 고양이 모래가 한포대 있어서 스티로폴 산삼 박스에 모래를 깔아서

임시 화장실로 만들어 주고 거실에 있는 아이들용 컴퓨터 옆에 술집에서 안고온 그대로 목줄채 묶어 두었다.

녀석도 눈치가 있는지 기특하게 울지도 않는다.

 

 

 

 

 

 

 

어릴적 시골집 마당에서 고양이를 키워본적은 있지만, 내가 성인이 되서 집안에서 고양이를 키워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다. 일단 뭘 먹여야 되는지 몰라서 냉장고를 열어 우유도 꺼내오고 빵 부스러기도 줘본다.

 

다음날 이른아침

침대에서 자는척 하며 집사람에게 거실 컴퓨터좀 켜보라고 한다. 고양이를 그 옆에 묶어 두었었다.

집사람이 일어나서 거실로 가는 사이에 속으로 카운트 다운을 한다. 하나, 둘, 셋..... 꺄~~악~~~~   :-)

정확히 5초후에 예상했던 비명소리가 난다.

 

 

 

 

 

 

 

"이쁜아 ~"

하고 부르면

 

 

 

 

 

 

 

"네 ~"

 

어찌나 불쌍하고, 처량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대답을 잘하는지...

이녀석 애교도 장난이 아니다.

개보다 고양이를 더 싫어 한다는 집사람이 하루만에 이녀석에게 푹 빠졌다.

 

 

 

 

 

 

 

펫샵에서 이것 저것 사다가 손발톱 깎이고, 목욕시키고 나니 한결 더 예뻐졌다.

녀석의 이름으로 이런 저런 후보들이 있었는데...

집사람이 이녀석이 너무 예쁘다며, 그냥 이쁜이로 하잔다.

그래서 이녀석의 이름은 이쁜이가 되었다.

 

 

 

 

  

 

 

그렇게 고양이를 싫어 한다는 엄마를 홀딱 반하게 만들고 이틀만에 침대로 기어오르게 된 이쁜이.

이녀석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와이프의 생각이 180도 변하게 되었다.

이젠 어디가서 고양이만 보면 눈길이 가고

TV 동물나라에서 고양이만 나오면 열심히 본다.

 

 

 

 

 

 

 

밤에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키보드 앞이나 모니터 앞에 누워서 시위를 한다. 놀아달라고..

그럴땐 녀석의 집을 아예 컴퓨터 책상 한쪽에 올려놓고 가까이서 얼굴을 보면서 컴퓨터를 한다.

 

 

 

 

 

 

 

그렇게 두달..

훌쩍 커버린 이쁜이

 

 

 

 

 

 

 

고양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녀석들은 대소변 가리는게 본능인것 같다.

집에 와서 화장실을 만들어준 순간부터 대소변은 깔끔하게 가릴줄 안다.

 

 

 

 

 

 

 

 

 

 

 

 

 

 

 

 

 

 

 

이렇게 이쁜이는 우리집 막내딸이 되었다.

장난기 많고, 애교 많은 이쁜이를 가족들이 모두 좋아한다.

당연히 이쁜이 덕분에 집안 분위기가 한층 환해졌다.

진즉 고양이를 키울걸...

 

 

 

 

 

 

 

이렇게 온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며 지내던 녀석..

 

그런데, 어느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반보님에게 전화가 온다.

내가 이쁜이를 키우고 있다는걸 알고 전화를 한것이다.

그렇게 이쁜이에게 위기가 닥쳐오고 말았으니...

이쁜이에게 닥쳐온 위기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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