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능선, 십이선녀탕 계곡 (한계령 ~ 남교리)

 

(2) 대승령 - 남교리 구간

 

 

                 어느때: 2009년 6월 21일 일요일

                 어디로 : 설악산 서북능선 - 십이선녀탕계곡 (한계령 ~ 남교리) 

                     날씨는 : 맑음

                 누구와 : 대전 ㅂ 산악회 22명 (a코스 14명, b코스 9명)

                 코스는 한계령-서북능선삼거리-귀때기청봉-서북능선-대승령-안산삼거리-십이선녀탕계곡-남교리

                 시간은 : 8시간50분 (도상거리 18.5km, GPS 거리 25.4km)

 

 

 

무박 설악 공룡 산행 공지나 후기를 읽어보면 으례히 있는게....

'아침 몇시 까지 희운각에 도착을 못하면, 공룡을 포기하고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가라 '는 것이다.

즉 돌아올수 없는 긴 코스를 타기에 앞서 마지막 탈출로에서 시간을 보고 빠져나가거나 우회를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산대장은 서둘러 달려갈게 아니라, 대승령에서 기다리면서 마지막 후미가 올때까지 남아서 장수대로 하산을 유도

하여야 마땅했을 일일 것이고, 그 이전에 큰 산악회를 운영하면서 설악산을 많이 다녀봤다는 사람들이 대승령에서 남교리 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몰라서 회원들에게 대승령 도착 몇시 이후엔 십이선녀탕계곡을 타지말고 장수대로 하산을 해야한다 라고 말해주지 못했냐는 것 이다.

 

 

대승령에서 안산 삼거리 까지는 1km 구간의 오름길 이다.

 

 안산삼거리를 지나 처음으로 등산로 상에 흐르는 계곡물을 만났다.

날이 쾌청한데다 코스가 험난해서 수통이 거의 비어가고 있던지라 물을 아꼈었는데, 이곳에서 수통에 물을 가득채워 목을 적셨다.

빠른 하산을 위하여 세수도 하고, 차가운 물에 간단히 세족을 하였다.

하산길이 바쁘다고 그냥 가는것과 세족을 해서 발을 식힌후에 걷는것과는

산행 속도와 편안함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당연히 발을 씯고 걷는게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하산길 - 십이선녀탕 계곡 상류 부분

 

계곡을 끼고 이런 다리를 왔다 갔다 몇번을 지나고...

 

 바위를 깍아만든 듯한 계곡이 보이면서 수량이 점점 많아진다.

 

계곡길은 비탈길이나 절벽에 위와같은 예날 중국시대의 잔도 같은것을 많이 설치해 두어 통행을 편하게 하였다. 

 

 

장마철에 계곡에 물이 불면 아찔할것 같다.

십이선녀탕 계곡 하산길엔 계곡을 몇차례 왔다 갔다 넘어 다녀야 한다.

물론 튼튼한 다리가 있지만 물이 심하게 불때는 위험할수도 있을것 같다. 

 

 십이선녀탕 계곡은 유난히 폭포가 많았다.

아직 칠선계곡과 천불동 계곡을 못가봤지만 누군가 말하는대로 국립공원내의 계곡중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계곡이라는게 틀린말은 아닌것 같다.

이런 멋진 계곡을 하산시간에 쫒겨서 달리듯 내려올수 밖에 없었던게 너무 아쉽다.

 

 

 

 

 이름도 확인하지 못하고 스쳐 내려온 아름다운 폭포들...

 

 이 폭포를 만나기 전에 상당히 가파른 철봉 하산길을 만난다.

 

 

 

 

 과히 선녀들이 쉬었다 갔음직한 멋진 계곡이다.

십이선녀탕은 8km 십이선녀탕 계곡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조 정조때 성해응(1760~1839)은 '동국명산기' 에서 설악산의 여러 명소중 십이선녀탕을 첫손으로 꼽았다.

 

 

 

 

 십이선녀탕 계곡은 12개의 물웅덩이에 12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지만

계곡의 수량에 따라 폭포와 물웅덩이의 갯수가 달라 진다고 한다. 

 

복숭아탕

 

여러 물웅덩이중 하나인 용탕(龍湯)은 뒷벽이 큰 바위굴에서 용이나왔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것인데

가뭄이 계속되면 기우제를 지냈던 곳으로, 복숭아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복숭아탕 이라고 불리운다.

 

폭포 중간에 웅덩이(탕)가 하나 보인다.

 

또 다시 잔도가 깔린 계곡길을 지나고

 

십이선녀탕 메인 계곡으로 뻗어있는 가지계곡

 

 

 

 응봉폭포가 맞는지... 달리면서 흘깃 보다 보니 제대로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지나온 나도 사진이 없으면 뭘 보고 지나쳤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다.

 

 

하산을 서두르면서 달려가다 우연히 눈에 띈...

커다란 바위위에 놓인 조그만 흙더미 위에서 생명력을 이어가는 나무가 달려가는 나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 다리를 지나니 거의 다 내려온듯 하다.

대승령을 지나 3시간 가까이 소요가 된것 같다.

 

자동카메라로 만일을 위해 RAW 파일로 설정을 하고 1-2초 내로 빠른 샷을 날리면서

평소 아픈적이 없던 오른쪽 무릅의 이상통증에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빠르게 내달려 내려왔다.

(아프지 않은 무릅에 괜스레 보호대를 꽉 채웠더니 힘줄인가가 잘못 눌려졌나 보다)

하산길에 뛰지 않는게 기본 상식 이지만, 오늘 엉터리 산악회장 때문에 혹시나 기다리고 계실 분들과

뒤에서 많이 쳐진 분들을 걱정하면서 상식을 무시하고 달려 내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행 내내 제대로 쉬어 보지도 못하고 달리기만 한것 같다는 생각에 미치자

'무대포적인 충청도' 라고 빈정 댔던 대승령의 그분들 말처럼 늦은 출발에 비해 상식밖의 코스에 제한시간까지

자신 기준에 맞춰 무계획에 무대포로 진행하는 산악회에 슬금슬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거의다 도착했는데, 남교리가 한 1.5km 쯤 남은줄 알고 마구 달리고 있을 무렵 전화벨이 울린다.

그렇지 않아도 통화가 되지 않아 답답하고 혹시 기다리고 있을 다른 분들께는 미안했고, 나보다 뒤에서 산속을 헤맬 다른 분들 걱정도 되었는데...

산악회장 이라는 분이 대뜸하는 소리가 "지금 장난하세요?" 그러면서 마구 야단을 친다....

허....어라....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나온다. ㄱ- 정작 장난은 누가 하고 있는지 모르는가 보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계령 ~ 남교리 코스는 통상 1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무박산행 코스라서

보통 무박2일 코스로 진행을 하여 새벽 3시 ~4시 사이에 한계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경험많다는 산악회의 리더가 오전 11시에 한계령에 사람들을 내려놓고

두어번 해보았다는 자신의 경험만을 토대로 7시간이면 충분히 가능 하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으니...

안내산악회를 몇군데 따라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대책없는곳은 처음인것 같다.

 

참고로 특별산행으로 설악/지리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한 H 산악회의 다음 설악종주 산행코스와 코스별 시간 배정을 보면...

한계령~서북릉 ,귀때기청봉~대승령~12선녀탕~남교리 (13h)

오색약~대청봉~봉정암,오세암,영시암 ,백담사~용대리 (11h30m)

오색약~대청봉~공룡능선 ,1275맹주봉~백담사~용대리 (12h)

이처럼 서북능선 코스에 공룡코스보다 1시간 더 많은 13시간을 배정하였으니 애초부터 안내산악회 버스에서 7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레발을

치며 정확히 코스를 모르는 초행자들을 갈수 있도록 유도한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알수 있을 것 이다.

 

설악산이 처음이라 구간별 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한체, 산행리더와 산대장의 말에만 전적으로 의존했던

자신의 잘못을 질책하면서... 엉터리 안내산악회 때문에 겪은 평생 잊지 못할 설악산 첫 산행에서의 씁쓸하고 호된경험을

 앞으로 산행 하는데 있어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으로 삼고 주의 하도록 해야할것 같다.

 

시간에 쫒겨 불편한 산행 이었지만, 그래도 힘든길을 빠르게 진행하는 동안

특별한 부상없이 완주 하였다는것이 서북능선에서의 멋진 조망과 함께 위안을 준다.

다만, 이번일로 산행시에 믿고 따라야할 산대장들에 대한 신뢰감에 자신도 모를 금이 가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울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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