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수업하는 중에 K군의 발언이 계기가 되어 이런 저런 방법을 생각하다
산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꼭 지리산이 아니어도 가까운 계룡산도 좋을것 같고..
지리산에 동행한 N군과 K군 (산행시작 9시 50분)
산행을 통해 동기부여도 하고, 인내심과 자신감도 기르고 머리도 식힐겸 해서
지리산 천왕봉과 속리산, 계룡산 그리고 기타 쉬운 산 중에서 하나를 골라보라
했더니 두녀석 모두 대뜸 천왕봉에 가자고 한다. 체력에 자신이 있는 아이들..
그래 다른 낮은 산 보다는 찐한 경험이 좋은 자극과 계기가 되겠지...
중산리에서 버스를 내리면 포장도로를 따라 1.2 km를 가야한다.
몸을 푸는 구간이기도 하겠지만, 주차장이 너무 아래쪽에 있다.
가뿐한 출발, 버찌와 오디를 따먹으면서 기분좋게 걷는다.
제대로된 첫 산행, 그리고 첫 지리산에 온걸 환영한다.
천왕봉으로...
통천길 문을 지나면서 산길로 접어든다
키크고 잘생긴 N군
영화 킹스맨의 주인공 애그시를 닮은 K군
N군과 K군은 지금은 각기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친한 단짝으로
착하고, 튼튼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멋진 학생들 이다. 비록 산행에
대한 의견 제시는 내가 했지만, 자발적으로 힘든곳을 선택하고, 산행을
통해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고 동기부여를 하려는게 기특 하기만 하다.
굳센 꿈과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을 목표에 맞춰가는 것과
뚜렷한 목표, 인내없이 몸과 마음이 원하는대로 편하게 대충 하다가
그결과에 따라 꿈(?)을 설정하는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것을 오늘
배우게 될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는것이 가능해지는것도 체험하면서..
걷다보니 망바위가 나온다. (11시36분)
아이들을 신경쓰다 보니 칼바위를 지나치는지도 몰랐다.
왜 망바위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상단부 바위는 꼭 알이 깨진것 같은 모양이다.
처음 한시간은 씩씩하게 잘 걷길래, 이 페이스면 장터목을 돌아서 내려올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내 무한도전 멤버가 되고 만다. 급격한 체력저하.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쉬는 시간이 잦아진다.
영 힘들면 가는데 까지 가고 뒤돌아 오면 그뿐 이겠지만..
벌써부터 기진맥진 해가며 법계사 직전 헬기장에 도착했다.
지금까지는 몸풀기고 본격적인 천왕봉 산행은 법계사 부터
제대로 시작 된다고 볼수가 있는데, 좀 걱정스럽기도 하다.
햇볕이 뜨거운 초여름의 천왕봉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서 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하늘의 구름이 꽃 처럼 예쁘다.
써리봉쪽 하늘도 예쁘고..
로타리 대피소 (12시10분)
대피소 식탁에 앉아 물을 사서 라면을 끓이고 도시락을 꺼내 점심식사를 한다.
법계사 직전의 약수터
40여분을 쉬고 물을 보충해서 출발하려는데, 매점 관리인이 식사하러
자리를 비워서 이곳 약수터에서 졸졸졸 나오는 물로 수통을 채우고 간다.
개선문
원래 이쯤에서 K군의 배낭에 무거운 돌맹이 몇개를 넣기로 계획 했었다.
강인한 체력으로 극한의 인생체험 한번 해보겠다는 것인데, 진즉 체력이
바닥이난 K군에게 돌맹이좀 넣어볼까 웃으며 말을 건네자, 그렇지 않아도
죽을것 같다고 기겁을 한다. 공부하는게 편하고 쉽다는것을 진즉 깨달았다고
계곡 저 아래 출발지인 중산리가 멀게 보인다.
개스로 먼거리가 투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구름이 있어 가끔씩 하늘을 보게 한다.
법계사 전 초반에는 힘들다고 내려가면 어떻겠냐고 하더니
고도가 높아질수록 경사가 가팔라지고 더욱 힘이 들텐데
오히려 묵묵히 전진하는 아이들이 너무 기특하다.
천왕봉 정상이 보이고, 이제 마지막 깔딱고개만 남았다.
깔딱고개를 올라서는 등산객들을 당겨보며 쉬어간다.
연하봉~촛대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능선이 보이고
오른쪽 뒤로 반야봉이 보인다.
반야봉
남부능선 따라 삼신봉이 보이고 그 뒤로 광양의 백운산이 우뚝 서있다.
써리봉 왼쪽뒤로 희미하게 황매산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이 늘어서 있다.
천왕샘
마지막 깔딱고개
저 위 나무계단만 올라서면 정상이다.
지리산은 육산 이지만,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온통 돌길이다.
중산리로 돌계단길을 하염없이 내려서는 길은 장경인대염 걸리기 딱 좋은 코스다.
고생들 많았다.
이제 왜 올림픽 메달 수상자들이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지
조금은 이해했을 것이다. 최선, 노력, 인내, 고통, 진한 땀방울이
수반되지 않는 성취감과 희열은 없는 것이라는 것도 역시...
천왕봉은 인산인해... (14시33분)
혼자라면 그냥 이렇게 사진을 담고 말았을 것인데...
아이들에게 첫 산행, 더우기 첫 지리산의 의미있는 산행인지라
긴 인증사진 대열에 줄을 섰다. 그사이에 나는 잠시 조망사진을...
올라선 중산리 방향
육안으로 남해 바다가 보인다.
반야봉,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주능선
삼신봉과 백운산 방향
뜨거운 뙤약볕 아래 삼삼오오 앉아서 쉬는 산객들
바로 코앞이 제석봉이고 저걸 내려서면 장터목인데...
이미 시간이 빠듯하고 아이들 다리상태로 속도를 낼수 없으니
아쉽지만 이번엔 천왕봉에 오른것으로 만족하고 바로 내려서야 한다.
중봉과 하봉
날은 화창하지만 개스로 인해 원거리 조망이 좋지가 않다.
오른쪽으로 S자로 휘어 내려가는 황금능선과
뒤쪽 웅석봉에서 이어지는 달뜨기능선
잠시 조망 사진을 담는 사이에 줄을섰던 아이들 차례가 왔다.
고생했다.
이 느낌 오래토록 기억하길 바라며...
정상석 인증을 하고 간식을 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쉬어간다.
K군은 근래 다이어트를 했는지 몸이 딱 좋아 보인다.
고1 이면 다이어트 할때가 아니다, 골고루 많이 먹자 ㅎ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중에 가장 힘든날 이었다는 아이들..
하긴 중산리에서 천왕봉 오르는게 보통 힘든게 아니다.
이제 하산길 시작
천천히, 조심히 내려가자 (15시7분)
다시 아까 까마득히 올려다 보았던 지점에 내려서고
깔딱고개를 뒤돌아 보며 아이들 입가에 미소가...
N군은 자꾸 쥐가 나서 아스피린을 씹어 먹고, 파스를 뿌리다가
결국 사혈침을 이용해 여러방 침을 맞고 마사지를 받는다.
뿌듯함을 안고 내려서지만, 그만큼 몸은 힘든 것이다.
문창대
다행스러운것은 K군이 하산할때는 별 문제 없이 뚜벅뚜벅 잘 내려간다는 것이다.
법계사 적멸보궁
아이들보고 로타리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있으라 하고 나는 법계사로 뛰어 올랐다.
몇번을 내려섰지만 계속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지리산 법계사
법계사 앞쪽으로 문창대와 세존봉이 보이고...
적멸보궁 뒤에는 보물 제473호로 지정된 법계사 3층석탑이 있다.
초여름 법계사엔 때를 잊은 구절초가 만발하다.
칼바위
올라올때는 칼바위를 지나쳤는데, 내려설때는 망바위를 본적이 없다. ㅎ
미션 완수 하고 무사히 하산하게 된것을 축하한다. (17시26분)
중산리 계곡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1.2키로를 달리듯 걸어서 내려선다.
버스 옆에서 간단히 막걸리 한잔으로 갈증을 달래고 대전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하고나서 헤어진다. 녀석들 .. 아무래도 다음날
일어나면 다리근육이 많이 땡길것이다.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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