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주차장 - 천장사 - 제비바위 - 연암산 - 연쟁이고개 - 삼준산 - 갈림길 - 노적봉 - 임도

거리시간 : 8키로, 총6시간 (이동 3시간반)











유성에서 당진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수덕사 IC 에서 국도로 빠져 나간다.

국도변, 덕숭산 이정표가 스쳐가면서 차안에서 '수덕사의 여승'을 들으며 함께 흥얼거린다.


국도를 빠져나와 고북저수지를 스쳐가며 장요리로 들어서는데, 이곳 저곳 밭에 보이는 붉은색 황토흙에 다들 놀라며 창밖을 내다본다. 고북면은 황토 딸기, 황토 알타리무, 황토 고구마로 유명한 곳 이란다. 붉은색 황토밭에서 나는 고구마가 참 맛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누고...


이윽고 텅빈 장요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경허스님을 기념하는 경허로를 걸어 산행을 시작한다.

근래 몇일간 맑은 날이 지속되더니, 꼭 일요일이면 날이 흐리고 개스가 낀다.











천장사로 가는길에 마을 뒤로 보이는 연암산











이어서 천장사로 이어지는 완만한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산행전에 걷는 이런 완만한 길이 좋다. 가볍게 몸 풀며 따로 준비운동 안해도 되고...











제비바우산, 연암산 올라가는 길에 부지런히 먼저 핀 제비꽃이 반긴다.











천장사는 경허선사와 만공선사와 인연이 깊은 곳이라, 걸어 가면서 경허선사의 일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마침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일화를 설명한 안내판이 나온다.




경허선사와 만공선사의 재미있는 일화


경허가 만공을 데리고 마을로 탁발을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였다.

시주 받은 쌀이 담긴 바랑을 짊어진 만공이 무겁다고 투덜거렸다.

경허는 들은 척도 않고 앞서 휘휘 걷다가 물동이를 이고 우물로 가는

동네 아낙의 귀를 잡고 느닷없는 입맞춤을 해댔다.


물동이가 떨어져 박살났고, 아낙의 비명을 듣고 몰려나온 사내들이

몽둥이를 꼬나들고 경허와 만공의 뒤를 쫒았다.

스승과 제자는 죽자 사자 20리를 냅다 뛰어야 했다.


악착같이 추격하던 사내들이 포기하고 돌아서자 만공이 그제야 소리쳤다.

"스님!도대체 그게 무슨 짓입니까?"

"하하, 덕분에 이렇게 쉽게 오지 않았느냐?"

"쉽게 오긴요? 맞아죽는 줄 알았습니다."

" 하하. 그래. 맞아죽을 마음으로 뛰니까 바랑이 무거운 줄도 모르겠지? 그게 마음이니라."


※ 출처 : 천년산행(박원식 저)













모든건 마음에 있다.

一切唯心造...











이윽고 천장사 주차장이 나오고, 등산로와 천장사는 돌계단을 올라서야 한다,

우측 삼준산 이정표는 임도길인데, 라이딩이나, 차로 임도를 따라 능선에 오를수 있다.











경허스님 소개


한국의 달마, 제2의 원효 라고도 불리우는 경허(鏡虛, 1849년 ~ 1912년)스님은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한 대선사로, 1849년 전주에서 태어나, 9세때 청계산의 청계사로 출가하였다가, 1880년 이곳 연암산 천장암으로 거처를 옮긴다.


경허선사는 연암산 천장암의 작은 방에서 1년 반동안 치열한 참선을 한 끝에 확철대오하게 되고 "사방을 둘러 보아도 사람이 없구나" 라고 시작하는 오도송을 짓고, 숱한 기행을 남기셨다.


서산대사 이후 끊어진 조선의 선맥을 이은 경허선사의 수제자로 흔히 '삼월(三月)'로 불리는 혜월(慧月), 수월(水月), 만공(滿空) 선사가 있다. 경허선사는 '만공은 복이 많아 대중을 많이 거느릴 테고, 정진력은 수월을 능가할 자가 없고, 지혜는 혜월을 당할 자가 없다'고 했다. 삼월인 제자들도 모두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 이들 역시 근현대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들이다.


1904년 7월 15일, 만공스님에게 전법게를 주고서, 천장암을 떠났다.











돌계단을 오르면 등로는 왼쪽으로 이어지지만, 우측으로 잠시 올라 천장사를 돌아본다.











천장암(天藏庵)


밖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하늘을 감춘 암자, 하늘속에 숨은 암자

지금은 천장사 라고 불리우지만 예전엔 천장암 이라는 암자라는것을 알수가 있다.











연암산 천장암(天藏庵)은


백제 무왕 34년인 633년 백제의 담화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꺼져가던 근대 불교의 불씨를 되살린 고승 경허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하셨으며 만공, 혜월, 수월선사께서 큰 깨달음을 얻으신 청정 수행 정법도량으로 그분들의 자취가 오롯이 간직돼 있다. 관음보살상과 7층 석탑 ,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경허 열반 100주기 탑과 기념관이 있다.











고즈넉한 절집을 생각하였는데, 불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경내는 공사차량 및 시설물들로 어수선스럽고 복잡하여 아쉬웠다.


이 작은 절집이 한국 근대불교의 중흥조 라는 경허 선사와 큰 스님이 되셨던 세분의 제자들을 배출했던 곳으로, 불교계에서는 이곳 천장암을 성역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니, 이 작은 절집이 큰 도량 으로 느껴진다.











오른쪽 끝 방은, 한평짜리 작은 방으로, 건장한 체격의 경허스님이 모기와 빈대에 물려가며 수행한 곳 이다.











경허스님이 수행했던 방


얼핏 원구문 이라고 보이는데, 원성문(圓成門) 이라고 한다.
깨달음을 원만히 이룬 방 이라는 뜻 이라고...

成자를 초서체로 폰트변경하여 보니 마치 求 처럼 보인다.

그래서 원구문 으로도 읽히며, 의미도 서로 통하는듯 하다.











천장사를 빠져나와 모퉁이를 돌아서 능선에 이르니 바로 고목정 이라는 정자가 하나 보인다.

이곳에서 쉬어 가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오늘 여정이 어슬렁팀에 비해서는 조금 긴(?) 코스라, 조금 더 올라서 조망이 멋진 제비바위에서 쉬기로 한다.


이곳에서 잠시 고민한다. 이유인즉, 다음,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등산로가 잘못 표시된 까닭이다. 제비바위쪽으로 가야 하는데, 지도의 등로는 엉뚱하게 우측 계곡을 지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고목정에서 리본이 걸린 우측길을 택하면 자연스럽게 제비바위가 있는 왼쪽 능선으로 향한다.




















제비바위로 가는 길은 내포문화숲길 이다.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내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충청도에서는 내포(內浦)가 가장 좋다.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200리 쯤 에 가야산이 있다.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열 고을을 함께 내포(內浦)라 한다. 지세(地勢)가 한 모퉁이에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壬辰)과 병자(丙子)의 두 차례 난리에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다. 또 생선과 소금이 매우 흔하므로 부자가 많고 여러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 집이 많다.>


가야산 앞뒤의 열 개 고을의 현재의 행정구역은 서산시, 당진시, 예산군, 홍성군, 태안군과 보령시, 아산시, 청양군의 일부가 된다고 할 수 있는데, 내포문화숲길은 가야산 주변의 4개시군(서산시,당진시,홍성군,예산군)이 내포지역에 남아 있는 많은 불교성지들과 내포 천주교 성지, 내포 지역의동학, 역사인물 및 백제 부흥운동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지점들을 옛길과 마을길, 숲길과 임도, 들길, 하천길을 따라서 연결한 충청남도 최초, 최대의 장거리 도보트레일로서 약 320km의 길로 연결되어 있다. ※ 출처 : 내포문화숲길













경허스님 어머니의 부도를 지난다.


청계사에서 계허스님의 제자로 출가를 했던 경허스님은 이후 동학사에서 만화스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23세에 모든 경전에 달통하여 동학사 강원의 강주가 되었다. 이후 동학사에서 도를 깨치친후에 보임처로 삼은 곳이, 마곡사에서 출가하여 득도한 속가의 형님인 태허스님이 속가에 홀로계신 어머니를 봉양하며 주지로 있던 이곳 천장사다.


경허스님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이곳이 수행하기에 딱 좋은 하늘로 부터 감출만한 속세와 떨어진 깊은 곳 이기도 했지만, 또한 늙은 어머님을 위하는 마음에서 였을 것이다. 당시 천장사의 상황이 형편이 없어, 여기저기 부서지고 물이새는것은 물론, 먹을 식량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 이었다고 한다. 23세때부터 이미 명망을 떨치고 있던 경허스님은 도력으로 참봉과 홍성감사를 감복시켜 쌀을 가마니로 시주받고, 부서진곳을 고칠수 있도록 목수와 불사금을 지원 받았다고 한다. 아마 어머니에 대한 효심 이었을 것이다.











잠시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금새 최고의 조망터인 제비바위에 도착한다.











제비바위에서 바라본 서해안 고속도로와 천수만쪽 풍경












속리님이 앉아 있는 곳이 제비 바위련가?

멀리서 보면 제비가 날아가는 모습의 바위라고 해서 제비바위 라고 한다는데...


풍수지리설에서 연암산은 제비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 한다.

제비바위가 있고 천장사가 제비 알이 들어있는 제비집 자리, 연소혈 이라고 한다.

제비집 처럼 제비바우산 깊이 아늑하게 숨어 있는 작은 절, 천장암, 하늘을 감춘 암자다.




















날이 흐리고, 개스가 자욱 한것이 아쉽기만한 멋진 조망터다.

제비바위 근처 조망 좋고 평평한 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어 간다.











산 아래에서 사온, 이 고장에서 만든 곡차

최근에 산에서, 아니 자연공원급 산 78곳에서 술마시지 마라는 법이 통과가 되었다.

몇개 안되는 자연공원 산 이라지만, 민주국가에서 산에서 술마시지 말라는 법 이라니...

건강과 안전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고, 위험한 곳에서 과한 음주는 피해야...




















일행들이 건너편 바위로 갈때까지 기다려 한컷을 담고 따라간다.











연암산 정상으로...












연암산에서 바라본 조망 : 뒷산, 덕숭산, 용봉산, 수암산, 홍동산




 








연암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삼준산

점심은 만월정에서..












연암산에서 바라본 가야산, 석문봉, 원효봉











맑은 날 이었으면, 정자 전망대 까지 가는건데,,

이렇게 흐린날 이다 보니, 전망대로 가려다가 그냥 되돌아 온다.











삼준산으로 향한다.











봄산의 전령 이라는 생강꽃을 올해들어 처음 본다.




















만월정에 도착하여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즐긴다.











만월정으로는 차를 가지고 오를수도 있어, 비박을 하기도 용이할것 같다.

간만에 두개의 산을 갈랬더니, 캔디님이 일일 일산 이라고 ~

어슬렁은 하루 한산이면 족하다며 캔디님과 보리수님이 하산을 한다.











속리님과 셋이서 삼준산으로 향한다.











언쟁이고개


연쟁이고개, 연장이고개 라고도 하는데, 예전에 흥정을 했던 고개라고...

이곳도 임도를 따라 차로 넘을수 있어 보인다.











삼준산 능선을 향해 오른다.











오름길에 뒤돌아본 연암산











뒷산과 가야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지난다.











삼준산 능선을 오르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벽장바위


벽장바위에 오르면 조망이 참 좋은데...

비가 오고 흐린날이라 그냥 흘깃 보고 지나친다.











벽장바위를 지나며 뒤돌아본 멀리 연암산과 우측의 삼준산 능선 봉우리들











삼준산 정상에 다녀와서 장요리로 하산을 하는 갈림길을 지난다.

그러나 우리는 정상 바로 옆의 갈림길에서 하산하여 노적봉을 지나서 임도로 내려간다.











삼준산까지는 몇번의 오르내림이 있다.

마지막 오름을 오르니...











또 다른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에는 없지만, 가곡주차장 쪽으로 해서 중간에 장요리로 빠져 갈 수도 있다.

우리는 나중에 그곳으로 하산을 한다.











삼준산 정상은 바위 산 이다.











삼준산은 정상이 쌍봉으로 건너편에 조망이 좋아 보이는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삼준산 정상


길뫼산악회에서 만들어 놓은 정상석엔 의미를 찾을수 없는 압휘봉(壓輝峰)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삼준산 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동국여지승람에, 이곳 9부능선에 삼존사(三尊寺)가 있고, 삼존사가 있는 산이 삼존산 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삼존산이 나중에 삼준산이 변한것 같다고 한다.


삼준산의 제1봉은 이곳 압휘봉이고, 2봉은 구름다리가 있다는 현재 채석광산의 운교봉이고 3봉은 로상마을 뒷편의 명덕봉 이라고 한다. 산행을 하며, 삼준산 이라는 의미가 산삼을 주었다는 이름 아니냐는 농을 했었는데, 실제로 이 산엔 장님과 산신령의 산삼에 관한 전설이 있었다. 길어서 설명은 생략한다.











삼준산 바로 아래 삼존사터의 삼진암












삼준산에서 바라본 일락산, 석문봉, 가야산, 덕숭산












삼준산에서 바라본 덕숭산, 수암산, 용봉산, 홍동산












삼준산 쌍둥이 봉 우측 뒤로는 백월산이 보인다.











하산을 위해 다시 조금 되돌아 가서, 정상 직전에 보았던 가곡주차장쪽으로 향한다.











하산길에 되돌아본 삼준산 정상











직진하면 가곡주차장이고... 우리는 이정표에 없는 우측으로 간다.

왼쪽 임도 라고 되어있는 곳은 가곡리 쪽이다.











임도에 내려서고, 다시 장요리 주차장으로...




















그새 먼저 내려간 보리수와 캔디님이 봄 내음 가득한 쑥과 냉이를 조금 뜯었다고 나눠준다.

몇일간 비가 내리고 훈풍과 서늘함이 반복되더니 새싹이 봄 향기를 품으며 논두렁 밭두렁에 가득하다.


세시 넘어서 내린다는 비가 조금 일찍 내렸지만 산행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어 다행스러웠다. 서해안 쪽으로 조망이 시원스런 산 인데, 날씨로 인해 일말의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서해의 낙조와 아침 일출을 모두 감상할수 있는 이곳에 조만간 큰 배낭을 메고 다시 찾고 싶은 숙제를 남겨 두었으니 이 또한 나쁘지 않은것 같다. 천장사 불사가 끝나고 또 다시 이 작은 절집이 연암산 깊은 숲속의 고요에 묻힐때 조용히 다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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