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산 산행코스 : 세천공원 - 독수리봉 - 정상 - 활공장 - 세천공원 (약11km)
폭염주의보가 내리던 날 오후, 집에서 점심을 먹고 물과 간식을 챙겨서 세천유원지로 향한다. 대전에 살면서 식장산 정상에는 여러번 갔었지만, 모두 차를 몰고 올랐었다. 가까이 있다고 동네 뒷산 취급 하면서 괄시를 한 셈이다. 폭염을 피해 일찍 산에 오른 분들이 산을 내려와 시원한 계곡에 앉아 쉬며 땀을 씻어내는 오후 1시에 산행을 시작한다.
식장산에 이렇게 좋은 계곡이 있는줄을 미처 몰랐었다. 세천저수지 위로 완만하고 긴 주계곡을 따라 3개의 주요 합수점이 이어지고 정상부에서 부터 수십개의 지류가 지계곡과 주계곡으로 물을 쏟아내고 있다.
누구나 쉽게 걸을수 있는 평지길 같은 편안한 등산로가 계곡 안쪽으로 깊숙히 이어지고, 깊은 육산 계곡에서 뿜어내는 시원한 물줄기가 완만한 산길 따라 느긋하게 산 아래로 흐르고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들어 폭염주의보가 내린 바깥 세상을 외면할수 있는 계곡.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계곡이 있다는것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이삭여뀌
주말 한낮 인데도 계곡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저수지를 지나 하류쪽에는 삼삼오오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완만한 길 임에도 조금만 안으로 들어서자 가끔씩 산을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잠시 땀을 씻어내는 모습 외에는 고요한 계곡에 물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막걸리를 팔고 있던 두번째 합수점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고 구절사골로 향한다. 독수리봉을 거쳐 정상까지 길게 한바퀴 돌아볼 생각이다.
독수리봉을 가기위해 구절사골을 오를때 까지만 해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햇살이 숲 안을 비추고 있었다. 사실 가능하면 아침 일찍 식장산에 오려고 하였는데, 이른 아침에 바라본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여, 숲속이 컴컴할듯 했다. 일기예보상 곧 해가 뜬다고 하니 해가 숲길을 비출때 야생화를 보려고 뒤늦게 찾은 것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바라본 식장산은 선연한 하늘빛에 예쁜 구름조각으로 긴 세월을 돌아 비로소 처음으로 정식 인사를 하러가는 나를 설레이게 했다.
근래 맑은날이 이어지고, 기상청도 괜찮은 가시거리를 안내하고 있으니 숲속 터널을 지나 화창한 햇살이 비추는 여름날의 풍경이 보고 싶었다. 마침 기대했던 야생화도 별로 보이지 않으니 시간을 끌며 발목을 잡을 것도 없었다.
오른쪽 세천공원에서 출발하여 구절사골을 통해 독수리봉에서 국사봉으로 이어진 능선에 올랐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며 물한모금 마시고 전방의 능선 계단길을 타고 독수리봉으로 향한다.
독수리봉
방금전까지 숲속을 밝게 비치던 햇살과 파란 하늘이 그새 어디로 가고 구름만 가득하다.
독수리봉은 조망이 좋은곳인데, 사진속 이정표 뒤의 잡목들로 인해 시야가 제한적인게 아쉬웠다.
식장산 독수리봉에서 바라본 충남제일봉 서대산
독수리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내내 가장 눈길을 끄는 상징적 랜드마크다.
독수리봉에서 바라본 고리산, 속리산, 구병산
파란 하늘빛과 환한 햇살이 아쉽지만, 멀리까지 보여주는 시계가 참 좋은 날 이다.
독수리봉에서 바라본 속리산에서 백화산까지...
고리산(환산) 왼쪽으로는 잡목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게 아쉽다.
사진속의 고리산과 고리산을 향해 뻗어나간 식장산의 능선, 식장산과 고리산 사이의 천연의 관문. 마달령.
앞쪽으로, 군북면 이백리로 뻗어내린 식장산의 능선과 건너편의 고리산이 백제 후기에 백제군 주요거점으로 최전방을 형성하였고, 한쪽을 금강으로 틀어막은 수북리 마성산에서 부터 삼성산, 용봉, 서쪽 마성산 이어진 산을 따라 천연의 방벽을 쌓고 주거점인 옥천을 감싸안은 신라군과 대치를 하던 곳이다.
백화산 한성봉과 주행봉을 좀 더 당겨본다.
독수리봉에서 바라본 서대산, 장령산, 마성산, 민주지산..
독수리봉을 떠나 안부삼거리로 내려가면서 나무사이로 바라본 운장산과 구봉산
고사목과 서대산
주막이 있던 소나무밭 삼거리 같은데, 주막은 휴업중인듯 하다.
이곳에 멋진 조망터가 있다.
백제 성왕 당시...
지금 서있는 식장산은 바로옆 고리산과 더불어 백제군 최전방
앞에 보이는 마성산, 장령산, 용봉 라인은 신라군 최전방
그리고 그 사이는 DMZ..국경의 경계를 이루는 서화천이 흐르고
기마사육장 이었던 말동산 (성치산성)에 원정을 나왔던 성왕이 식장산 옆 고리산에 백제 주력군을 이끌턴 태자가 앓아 눕자 이를 문병하기 위해 4명의 좌평등 50여명의 신하만을 데리고 서화천을 따라 몰래 말달려 가다가 용봉앞을 지나 관산성 앞 구진베루에서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하던 신라기병에 잡혀서 현장에서 하급병사에게 참수를 당하며, 신라 원정을 북돋우며 기세등등하게 세력을 확장하던 백제의 중심이 허무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이에 백제와 신라의 역학관계가 무너지며 백제는 힘을 잃고, 신라는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신라군은 당시 성왕의 목을 가져가 경주 관청의 계단밑에 묻어두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밟도록 했다고...
이에대한 보복으로 성왕의 후손인 의자왕은 대야성을 함락후 김춘추의 딸과 사위의 목을 베어 감옥 바닥에 묻고..
훗날 부여성이 함락되고 태자가 붙잡히자, 김춘추의 아들 신라 태자 법민은 백제 태자 융을 무릎꿇리고 얼굴에 침을 뱉으며 자신의 누이가 억울하게 죽었다며 꾸짖게 되고...
식장산 솔밭삼거리의 멋진 조망터
복수는 복수를 낳고 역사는 되풀이 된다.
사실 고구려의 강력한 힘에 대항해 신라와 백제는 동맹을 맺은 사이였다. 신라와 백제, 진흥왕과 성왕은 연합하여 고구려 10개군을 빼앗았는데, 여기에는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정책으로 개로왕이 죽으며 고구려에 빼앗긴 백제영토인 한강하류 6개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을 진흥왕이 동맹을 깨고 백제로 부터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이렇게 진흥왕으로부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와중에도 성왕은 고구려와 전투를 하고 자신의 딸을 진흥왕과 정략결혼 시키면서 시간을 벌고 있었다. 동맹을 깨고 배신을 했던 신라에 되갚아줄수 있는 시간을. 가야연맹과 동맹을 맺고, 일본으로 부터 연합군이 들어오는 시간을... 모든 준비가 끝나고 삼국의 연합군이 고리산과 그 일대를 주 거점으로 하여 신라를 공략하고 있는 시점에서.... 태자가 병이나고, 방심하며 문병을 가던 연합군의 주장인 성왕이 허무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로인해 백제로 크게 기울었던 두 나라 힘의 추가 신라로 기울게 되었다.
이후 주장을 잃고 중심축이 사라진 연합군, 자신 때문에 용과 같았던 부왕을 허무하게 잃게된 태자는 이성을 잃고 무리하게 기병을 이끌고 관산성을 공격하다 기병을 다 잃는 대패를 하게 되고, 나중에 신주에서 내려온 김무력 장군과 옥천 관문을 열고 나온 주력군에 포위를 당해 백골산의 이름이 유래된 대참사를 겪게 되며, 성왕이 야심차게 기획한 신라정벌이 마무리 된다.
솔밭삼거리에서 바라본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의 암벽
솔밭삼거리 조망터에서 바라본 서대산과 우측의 식장산에서 만인산으로 연결되는 대전둘레산길과 보만식계 종주능선
기대했던 파란하늘과 햇님은 없지만, 구름이 아름다운 가시거리가 꽤 좋은 날 이다.
식장산에서 만인산으로 이어지는 대전 시경계와 보만식계 종주산줄기
백화산 방향
그러고보니 신라와 백제가 최후의 전쟁을 할때 무열왕 김춘추가 머무르던 신라군 사령부인 금돌산성이 있던곳이 바로 백화산이다. 신라군은 금돌성에 군사령부를 두고, 주력군을 옥천에 대기시켜놓고, 예비군을 이끌고 이천으로 북상을 한다. 바로 고구려와 백제를 속이려는 전략 이었다. 고구려군으로 하여금 신라의 침공을 대비시켜 이동을 못하게 묶어 놓고, 백제에게는 신라가 마치 고구려 원정을 가는 것처럼 속여 방심케 한후, 김유신은 13만을 이끌고 덕적도에 대기중이던 소정방을 만나 최종 작전을 짠후에, 군 지휘부만 데리고 신속하게 옥천으로 내려와 주력군을 이끌고 기벌포로 진군한 당군과 대응키 위해 논산으로 향한것이다.
이어서 해돋이 전망대 방향으로...
서대산, 장령산, 마성산, 황악산, 민주지산, 그리고 역사의 현장인 성치산성이 보이는 풍경
만인산 우측 뒤로 대둔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식장산에서 바라본 천등산, 오대산, 대둔산, 월성봉
돗자리 깔고 앉아 도시락 먹으면 딱 좋을 조망터
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만인산으로 이어진 산줄기
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삼성산 (관산성) - 용봉 - 마성산 - 장령산 으로 이어지는 신라군 전방라인
저 라인 뒤로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는 옥천시내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의 삼성산이 당시의 관산성 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 지도를 보면 북쪽의 마성산과 아래쪽 삼성산은 뚜렷한데 그외 용봉이나 서쪽의 마성산등은 나오지 않는다. 삼성산의 유래가 산에 관산성, 동평성, 마성산성등 3개의 성이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는데, 이렇다면 현재의 삼성산에서 마성산에 이르는 산이 조선시대에 삼성삼이라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우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왼쪽 백화산에서 오른쪽 대둔산까지 파노라마 뷰
만인산으로 이어지는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통신탑이 있는 망경대에 도착, 왼쪽 아래로 돌아서 간다.
우회해서 지나온 망경대를 돌아본다.
또 다른 멋진 조망터를 만난다.
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남대전 낭월동과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남대전IC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뒤로는 진악산과 운장산이 보인다.
낭월동 일대 왼쪽 뒤로 식장산에서 이어진 정기봉 - 만인산과 우측으로 대둔산이 조망된다.
남대전 IC와 서대산
정기봉 뒤로 보이는 운장산 - 구봉산 라인
통신탑이 있는 식장산 정상
다시 통신시설을 빙 돌아 지나간다.
지난번 비박을 하다 소나기를 맞았던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대전시내 조망
계룡산을 당겨본다.
대청호
계족산
구름만 가득했던 하늘이, 정상을 지나서 활공장에 이르니 파란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텅빈 활공장
너무도 멋진 풍경이다
대전 최고의 일몰 포인트인 식장산 활공장
해는 계룡산 너머로 질텐데...
계룡산 위쪽 하늘빛과 구름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석양이 아름다울것 같은 구름
일몰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여...
기다렸다가 일몰을 보고 내려갈까...
아니면 서둘러 내려선후 차를 가지고 다시 올라올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빨리 내려가서 차를 가지고 올라오기로 한다.
헬기장에서 주차장까지는 약 4.5km
1시간반의 시간을 두고 서둘러 내려선다.
이미 숲속은 많이 어두워져 ISO를 많이 올렸다.
하산을 시작한지 몇분 되지도 않았는데 물소리가 요란하다.
등로 주변으로 수십개의 지류에서 계곡으로 물이 쏟아진다.
어두워진 숲속엔 계곡의 피서객들도 보이지 않는다.
거의다 내려와서 조용한 계곡에 들어가 땀을 씻어낸다.
세천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를 타고 다시 방금 내려온 활공장을 향해 오른다.
활공장엔 그새 많은 분들이 올라오셨다.
지금은 듬성듬성 보이는 삼각대들도, 잠시후 빈틈이 없이 빽빽하게 도열한다.
다들 시내에서 하늘빛과 구름을 보고 올라오셨다고 한다.
일몰을 보러 올라왔지만, 안타깝게도 낮에 등산만 하러 나온지라 삼각대가 없다.
어두워져가는 하늘빛을 손각대로 조심스럽게 담는다.
삼각대가 없음을 아쉬워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몰이 예상했던거와는 다르게...별로다.
보문산
해도 지고, 매직아워...
이제 곧 야경이 시작될 것이다.
삼각대도 없고, 하이엔드 RX10의 단점중의 하나가 바로 야경..
해가 진 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밀려든다.
점점 더 어두워지고, 손각대가 한계를 맞으면서 촬영을 끝내고 미련도 접는다.
야경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가려는데 좁은 주차장이 밀려드는 차로 너무도 복잡하다. 대혼잡.
간신히 차를 빼서 산을 내려오는데도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산을 오른다.
지금 올라가는 차들은 주차도 못하고 돌리지도 못하고 아주 애를 먹을텐데..
좁은 길에서 창문열고 마주한 몇대의 차량에게는 돌려서 내려가라고 알려준다.
이번에 보니 토요일 저녁에 차를 몰고 식장산 활공장을 가는일은 가급적 피해야 할것 같다.
식장산의 계곡에 감탄한 산행이었고, 파란 하늘은 없었지만, 주변 조망이 아름다웠던 날 이었다.
걸어서 한번, 그리고 뒤늦게 아름다운 하늘빛에 차를 타고 다시 한번, 식장산에 두번이나 올랐던 날.
'포토에세이 >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해와 야생화가 함께한 지리산 노고단의 아침풍경 (0) | 2017.09.11 |
---|---|
안성 죽주산성과 비봉산 - 마음이 편해지는 산책길 (0) | 2017.09.03 |
금산 성치산 십이폭포 - 여름에 가볼만한 대전 근교 계곡 (0) | 2017.08.08 |
비 그친 여름날의 모악산 (천룡사 - 천일암 - 수왕사 - 대원사) (0) | 2017.08.02 |
형제산 - 떡갈봉 - 안평산 : 장태산 휴양림을 지나 안평산 까지 원점회귀 한바퀴 (0) | 2017.07.19 |